메인화면으로
"헌재를 궁지에 몬 것은 '강만수의 입'이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헌재를 궁지에 몬 것은 '강만수의 입'이 아니다"

[기고] 헌재의 운명은 헌재의 손에 달렸다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의 결정을 앞둔 헌법재판소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으로 헌재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심대한 흠결이 발생한 것이다. 헌재가 비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의)방문 당시 재판 결과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없고 주심재판관에게 보고된 바도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지만 국민들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헌재의 부적절한 처신
  
  헌재 입장에서는 강 장관의 입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고,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국민들이 야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헌재 스스로 자초한 바 크다. 만약 헌재가 헌법의 정신과 헌법재판소법의 본령에 보다 충실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기획재정부가 종부세 관련 기존 입장을 변경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그 경위를 설명하겠다고 요청했다 해도 헌재는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의견서로 갈음하라고 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헌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눈엣가시처럼 여겨 없애려는 이명박 정부가 세대별 합산과세만 정부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헌재가 이를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로 결정할 가능성이 많다고 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헌재가 수상쩍은 행동을 한 셈이니 헌재는 국민들의 매서운 추궁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
  
  정작 놀라운 것은 헌법재판소의 태도다. 헌재는 이번 사태가 일으키고 있는 파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헌법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과 헌법재판관이 각자의 양심에 따라 예정대로 13일 오후 2시에 (종부세법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대학 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치러지는 13일에 결정을 하겠다는 헌재의 자세가 온당한 것인지 정녕 모를 일이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이 떠오르는 이유
  
  국민들은 헌재의 종부세 위헌 결정을 앞두고 헌재가 2004년 10월에 내렸던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2004.1.16 법률 제7062호)'에 대한 위헌 결정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의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를 보면,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신행정수도 이전은 곧 우리 나라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뒤 "서울이 수도라는 명문화된 헌법 규정은 없지만, 조선시대 한양을 도읍으로 결정한 이후 건국 이후에도 모든 국민이 수도라고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해온 것으로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에 대한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개정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헌법재판소는 "수도 이전을 확정함과 아울러 그 이전 절차를 정하는 이 사건 법률은 우리나라 수도가 서울이라는 불문의 관습헌법사항을 헌법개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법률의 방식으로 변경,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점, '관습헌법'을 아무런 논리적, 합리적 근거없이 성문헌법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 관습헌법을 국회의 입법권 보다 우월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인해 양식 있는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헌법제작소'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많은 국민들이 헌재의 결정을 수긍하지 않았던 것은 헌재가 헌법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어긋나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부세 위헌 사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만에 하나 헌재가 종부세에 대해서 구구한 이유를 들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면 국민들은 헌법수호기관으로서 헌재의 위상에 대해 회의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헌재를 행정부에 휘둘리는 나약한 존재로 여기게 될 것이다.
  
  헌재가 국민들의 신뢰 속에 헌법 수호기관으로 자리매김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헌재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