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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으로 문제 못풀어, 파업만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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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섭으로 문제 못풀어, 파업만이 해법"

[인터뷰] '사회적 교섭' 반대하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

사회적 교섭 재개 여부를 놓고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2차례나 파행을 거듭한 가운데 오는 22일 민주노총 지도부는 세번째 임시대의원대회를 열 예정이어서, 또다시 노동계내 내부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프레시안>은 17일 사회적 교섭 재개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을 만나 반대 이유를 들어봤다. 공공연맹은 민주노총 산하연맹 중 금속산업연맹과 함께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갖고 있어, 민주노총 내부에서 영향력이 큰 연맹으로 분류되고 있다.

양경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오늘날 자본은 노동에게 교섭을 통해 양보할 만큼의 물적 토대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사회적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나 사회 공공성 등을 쟁취하겠다는 것은 몰역사적이고 몰 계급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 지도부가 주장하는 사회적 교섭의 전술적 활용론에 대해서도 "지도부는 초창기부터 사회적 교섭의 전술적 활용이란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벽에 부딪히면서 최근 들어 말을 바꾼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섭에 임하기 위해서는 교섭 대표자들의 분명한 계급적 입장이 필요하다"며 "현 지도부의 교섭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바뀌지 않은 한 교섭 참가는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비정규법안에 대한 대응과 관련 "총파업을 최대한 조직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현장 조합원들이 사태의 위급성을 체감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을 강조하는 것은 파업회피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도부는 교섭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배수진을 치고 총파업 조직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오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사회적 교섭을 두고 싸울 것이 아니라 위력적 총파업을 위해 일심단결하는 대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양경규 위원장 인터뷰**

프레시안 : 노동계 최대현안 중 하나인 '사회적 교섭'에 양 위원장은 반대 입장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반대입장 중에도 다양한 편차가 존재한다. 예컨대 사회적 교섭 자체를 자본과 권력에 대한 투항이라는 관점에서 반대하는 부류도 있고, 시기상의 문제나 준비상태의 미흡 등의 이유로 조건부 반대도 있다. 양 위원장은 어떤 쪽인가?
양경규 : 최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했던 말을 소개하겠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죽은 사회적 교섭이 민주노조운동을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죽은 사회적 교섭이란 무슨 뜻인가? 90년대 말 노사정위원회가 한 차례 구성된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인 사회적 교섭은 없었다. 즉 우리 노동운동에 있어 사회적 교섭에 대한 경험은 일천하지 않나.
양경규 : 사회적 교섭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던 시기가 있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시기, 즉 지난 50~70년대 초반까지 자본의 축적구조가 충분하던 시기에 사회적 합의란 이름으로 노사정간 합의가 가능했다.사회적 교섭의 근본적 토대는 그 사회 자본이 용인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존재하는가의 여부를 말한다. 지금 서구에서 사회적 교섭을 도입한 많은 나라들도 사실상 폐기하고 있다. 현대 자본은 사회적 교섭을 용인할 정도로 물적 토대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소위 '자본의 위기'를 말하는 것 같다. 자본이 내어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교섭을 통해 뭔가를 얻겠다는 태도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인가?
양경규 : 그렇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8백20만까지 만들어내는 한국 자본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사회 공공성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몰역사적인 생각이다.

프레시안 : 교섭 자체를 부정하는 말로 들리는데.
양경규 : 아니다. 일반론적 차원에서 노동운동 과정에서 교섭 자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대 자본주의가 사회적 교섭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못 갖고 있는 상황이고, 폐기되거나 유용성이 상실해가는 사회적 교섭이 한계가 명확하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기를 좀 연장해서 (사회적 교섭을) 나중에 하자는 주장이나, 현재 비정규개악법안이 국회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 교섭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논의는 할 수 있지만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이 사회적 교섭을 중심에 두고 사고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총연맹 지도부도 교섭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도부는 수차례 사회적 교섭의 '전술적 활용론'을 강조하고 있는데.
양경규 : 집행부가 초창기부터 그런 입장이었던 것이 아니다. 최근들어 사회적 교섭 추진이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면서 '전술적 활용론'으로 중심을 이동시킨 것이다. 만약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을 처음부터 전술적 활용 관점에서 제기했다면 논의의 여지가 있었다. 사회적 교섭이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또한 현대 자본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확인한 뒤에 전술적 활용론을 말했다면 입장차는 있겠지만 충분히 토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도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벽에 부딪히니까 말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전술적 활용에 앞서 지도부 인식 전환이 중요**

프레시안 : 하지만 상황은 바뀔 수 있고, 비정규법안 처리가 임박한 현 상황에서는 전술적 활용론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는 이마저도 회의적인가?
양경규 : 전술적 활용론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무엇보다 교섭에 임하는 대표의 계급적 입장이 명확해야 한다. 나는 10년 전에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을 책임졌던 사람이다. 1996년 김영삼정권 시절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 민주노총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했다. 교섭은 주고 받는 것이다. 전술적 판단이 명확하면 주고 받을 수가 없다. 주고 받지 않으려면 자기 전술이 명확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자본과 권력에) 엮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교섭에 대한 현 지도부의 기본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시안 : 지도부를 불신한다는 말로 들리는데.
양경규 : 불신이 아니다. 대의원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한 지도부를 불신할 수 없다. 나의 앞선 판단은 지도부의 지금껏 해온 말과 사업에 대한 총체적 평가에 따른 것이다. '전술적 활용론'에 대해 노개위 당시 경험을 소개한다. 노개위에 들어간 노동진영 대표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다. 하나도 양보하지 않으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테이블에서 퇴장했다. 하지만 노개위는 이미 구성됐기 때문에 노동계 대표가 퇴장하든 간에 노개위 안을 만들어야 했다. 이 안이 노동법 날치기의 근간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동계는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교섭에 참가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자본과 권력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개악안 통과의 의도치 않은 조력자로 위치 지워질 것이다.

***"단위노조 교섭과 사회적 교섭은 다르다"**

프레시안 : 단위 노조의 싸움에서도 교섭과 투쟁은 병행되지 않나. 여기에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에 반대파에 대한 답답함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양경규 : 단위노조의 교섭과 사회적 교섭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지도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단위노조의 교섭은 문제를 풀기 위해 노조가 공세적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반면 사회적 교섭은 엄연히 권력과 자본이 요구하는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사회적 교섭 틀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권력과 자본이지 노동이 아니었다. 저들이 교섭을 요청하는 거은 나름의 목표와 의도가 있는 것이고, 우리는 왜 권력과 자본이 사회적 교섭을 요청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와 관련해서 반대파는 교섭은 주고 받는 것인데, 과연 노동진영이 자본에 내어 줄 것이 뭐가 있는가란 주장도 하고 있다.
양경규 : 그건 쉬운 얘기다. 한 예로 교섭에 들어가면 자본은 구조조정과 유연화에 관한 안을 제출하고, 우리는 비정규직 보호안을 제출할 경우, 충돌은 필연이다. 교섭은 말한바대로 타협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일정부분 자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과연 한국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도대체 어떤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없다.

***"교섭만으로 풀 수 있는 것은 없다. 총파업만이 해법"**

프레시안 :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차피 내어 줄 것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덜 뺏기기 위해서라도 교섭에 들어갈 필요성이 있지 않은가란 부분이다.
양경규 : 모든 문제는 투쟁력 여부에 따라 판가름 된다. 단위노조 교섭 역시 투쟁력이 바탕으로 해야지 힘을 받는다. 투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교섭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따라서 뭔가를 얻어내든, 덜 뺏기기 위해서든지 간에 관건은 우리의 투쟁력이 얼만큼 되는가란 문제이다. 투쟁을 조직하지 않으면서 교섭에 임하는 것 만큼 무모한 일은 없다.

프레시안 : 투쟁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지도부 역시 투쟁과 교섭의 병행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양경규 : 비정규 악법 국면에서 총파업 조직화는 과거 어떤 경우보다 어렵다. 노조 간부들은 비정규악법이 통과되면 정규직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일반 조합원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과 지도부의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한 강력한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

좀 더 나가면 지도부는 배수진을 쳐 줘야 한다. 비정규법안 저지와 권리입법쟁취에 대해 사회적 교섭으로도, 미미한 총파업으로도 막아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위력적인 총파업만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해야만 현장 조합원 정서를 되돌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을 강조하는 것은 투쟁동력 소실을 가져올 뿐이다.

프레시안 : 지난 중앙위원회에서는 책임있는 간부들이 총파업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말이 수차례 나왔다. 양위원장 주장과 다른 간부들 말을 종합하면, 비정규법안은 사회적 교섭으로도 파업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양경규 : 막을 수 없다, 방도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막을 수 있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앞을 미리 예단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현실은 급변한다. 현재는 전망의 시기가 아니라 파업을 열심히 조직할 시기다. 또하나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오는 22일 대의원대회에 관해서다. 파업이 힘든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는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지금까지 불미스러웠던 일에 대해 반성하고 비정규개악안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을 일심단결하는 대의원대회가 되야 한다. 그렇지만 지도부는 또다시 사회적 교섭 안건을 물리력을 통해 통과시키려 한다. 매우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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