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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마시는 민주당, 꿈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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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마시는 민주당, 꿈 깨라

[김종배의 it] '오바마에 끼워 팔기', 좌판 잘못 벌렸다

민주당이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오바마가 마치 한국 민주당 당원이라도 되는 양 들떠있다. 그래서 우습다. 오바마와 자신의 공통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만큼이나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최재성 대변인이 말했다. "무능한 보수의 시대가 일단락되고 진보로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이 말했다. "오바마의 당선은 새로운 진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오바마 당선이 (한국의)민주당에 여러 메시지를 주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형식상 큰 문제는 없다. 오바마 당선에 투영된 세계사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민주당을 등치시키고 오바마의 '진보'와 한국 민주당의 '진보'를 같은 반열에 놓고 선전전을 펼치는 것이라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전인수와 견강부회와 자가당착이 두루 뒤섞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당직자가 '진보'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는 것부터가 낯설다. 그동안 말해오지 않았던가. 민주당은 중도실용정당이라고, 탈이념·실용의 시대에 맞게 오른쪽으로 반클릭 이동해 중도개혁노선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민주당이 느닷없이 '진보'를 운위한다. 참으로 생경하다.
  
  뭐 좋다. '중도실용'이나 '진보'나 모두 무정형의 개념 아니냐고, 표현만 달랐지 내용은 같다고 우기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것도 좋다. 비록 어제까지는 '중도실용'을 추구했으나 오바마의 당선을 보면서 '진보'의 가치를 재발견했노라고 고백하면 굳이 토를 달 수 없다.
  
  묻고 싶다. 민주당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진보'의 내용이 뭐냐고, 한국에 구현해야 할 '진보'의 가치는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되는 거냐고 묻고 싶다.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표방하는 '진보'의 구체적 징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체가 모호한 억대의 자금을 수수한 최고위원을 보위하기 위해 단호하고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면서도 서민을 홀대하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하게 대처하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진보'의 단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충고하고 싶다. 발밑을 쳐다보라고 권고하고 싶다.
  
  오바마의 가치와 노선이 '진보'에 해당하는지는 좀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니까 논외로 하겠다. 다만 이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미국 사회의 약자인 유색인종과 여성, 젊은층이 오바마에 열광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색인종으로 태어나 인종 차별의 설움을 겪고, 그것이 바탕이 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역활동을 일관되게 펼쳐온 오바마의 인생이력과 활동경력이 믿을 만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부르짖는 구호에 진정성과 실천의지가 담겼다고 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역대 최대의 선거자금을 모아주고,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운집한 것이다.
  
  민주당은 어떤가? 다수의 국민이 이명박 정부 정책이 1%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데도 민주당에 의지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잘못을 민주당이 바로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대담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엔 이게 없다. 다수의 국민이 '야성 회복'을 강력히 주문하는데도 '실용'과 '대안' 이미지에 현혹돼 엉거주춤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대로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선 때나 지금이나 요지부동이다. 15% 안팎에서 좀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있는 미국만 쳐다볼 일이 아니다. 발밑이 파이고 도끼자루가 썩는 자기 처지를 살필 일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진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그 '진보'가 부단한 자기희생과 자기 부정을 통해서 정립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ps. 코미디 같은 정치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오바마 당선 이후 보이는 386정치인들의 행태다. 여당의 어떤 386정치인은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오고, 야당의 어떤 386 정치인은 스스로 '한국의 오바마'라 칭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대다수 386정치인들이 정치의 세대교체, 새로운 리더십을 주창한다.
  
  할 말이 참 많지만 관두련다. 그렇게 자화자찬하는 386정치인들이 새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아니면 기존 정치질서에 자발적으로 편입됐는지는 얼추 평가가 이뤄진 상태다.
  
  과오와 실패를 거름 삼아 새롭게 모색해 보려 한다면 뭐라 할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 단지 세대가 같다는 이유로 오바마에 자신을 끼워팔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건 새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구악'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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