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로 예정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헙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재와 접촉을 했고,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해 논란이 벌어졌다. 헌재 판단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것. 강 장관은 "그렇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확실하게 전망할 수 없다"고 서둘러 수습했다.
강 장관은 6일 오전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전망을 묻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의 질문에 별 생각 없이 이와 같이 대답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 이후 첫 번째 야당 질의자였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이를 문제삼아 '헌재와의 접촉' 이유를 물었다. 이에 강 장관은 "헌재에서 재정부의 공식 의견이 뭐냐고 물었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담당 실무자가 간 것을 접촉했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정도에서 해명이 될 줄 알았으나, 야당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종부세와 관련된 위헌 소송 헌재 결정이 임박해 있는데, 강 장관이 헌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헌재를 접촉한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일부는 위헌 판결이 예상된다'는 답변까지 했다"고 몰아세웠다.
서 부대표는 "헌재 관계자를 접촉해서 압력을 행사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행정부가 사법부 위에 군림하겠다는 위헌적 작태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심 재판관 만난 세제실장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강 장관을 집중 추궁하는 과정에서 의혹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 의원은 "어느 담당자가 헌재의 누구를 만나 무슨 말씀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 장관은 "세제실장과 담당 국장이 위헌 의견을 제출했고 관련 통계를 달라고 요청해서 설명을 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그런 과정에서 나한테 보고를 한 것이고,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즉 헌재에 다녀온 담당자들이 '세대별 합산 위헌'이라는 얘기를 듣고 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헌재의 누구를 만났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이름은 구체적으로 들은 바 없지만 주심 재판관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강 장관의 대답에 이 의원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헌재는 선고를 하기 전까지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외부에 절대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이뤄질 수 없다"고 따졌다.
이에 강 장관은 "주심 재판관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제출하고 온 세제실장이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 것이지 주심 재판관이 한 얘기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책임을 세제실장에게 떠넘겼다.
즉 세제실장은 "위헌 결정이 날 것 같다"고 보고는 했을 뿐, 주심 재판관의 전언인지 세제실장의 개인적 전망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데, 지금 (종부세) 고지서 발부 기간은 다가오고, 재판은 늦어지고, 빨리 법률적으로 해결이 돼야 국세청 등이 준비한다"며 "집행기관이 아주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한 걸로 이해해달라"며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재정부의 헌재 사전접촉을 확인시켰다.
한편 강 장관은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질문 차례에 "세제실장이 접촉한 사람은 주심재판관이 아니라 재판연구관이었다"고 정정했다. 헌재 재판연구관도 현직 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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