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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노믹스'와 'MB노믹스'가 만나면?

[오바마 시대] "수출 대기업, '쉬운 선택' 유혹 끊어야"

미국이 한 걸음 나아갔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을 지켜보는 미국 시민들은 잔뜩 들뜬 분위기다. 미국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5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1200선까지 치고 올라갔다. 젊고 잘생긴 흑인 대통령에 대해 한국 증권가가 걸고 있는 기대가 반영된 수치다. 그런데 이런 '오바마 효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정리했다.

"미국이 제조업을 다시 챙긴다"…한국에는 통상 압력 가능성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통상 압력의 강화다.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이 제조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일찍부터 강조했다. 물론 노동조합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사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시카고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제조업 공동화의 부작용을 체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중시 기조는 당선자의 신념에 가깝다고 보는 게 옳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금융 파국 역시 이런 기조에 힘을 실어준다.
▲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왼쪽)와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뉴시스

금융에 치중하면서, 사실상 제조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이제까지의 미국 경제 정책은 새로운 길로 향하게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 기조는 한국에게 통상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것은 미국이 수출을 늘리고 개도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인다는 뜻이 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는 걸까.

'공격적 자유주의'…지난 30년에 대한 반성 담겼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라는 표현보다 '공격적 자유주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하되, 특정 국가 및 산업에 대한 통상 압력을 강화하게 되리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일차적으로 불안해지는 게 한국 자동차 산업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 이런 발언은 예사롭게 넘길 만한 게 아니다. 그 배경에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이 취했던 국가 전략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30년 전까지만해도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강력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력과 든든한 내수 시장을 갖춘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제조업 없는 금융화', 선진국 일자리 줄였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위치는 흔들리게 된다. 유럽, 일본 등의 추격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대일 무역 적자가 심해지면서, 미국은 1985년 전격적인 '플라자 합의'를 끌어낸다. 미국이 반쯤 강제로 달러를 평가 절하한 조치다. 그 결과, 1986년 1월에 달러당 259엔이던 엔화는 150엔까지 떨어졌다. 일본 상품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살리지는 못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었다.

결국 미국이 택한 것은 정보통신과 금융 산업이었다. 다른 제조업과 달리, 정보통신 산업은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정보통신 산업은 2000년대 초를 거치면서 절정기를 지나버렸다. 남은 것은 금융뿐이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왔다. 국제적으로도 금융 자산의 이동을 자유화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금융업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거대한 이윤을 낳는 산업이 됐다.

중국산 헐값 공산품으로 연명하는 '빈털터리 세대' 등장

하지만 이런 이윤은 상당부분 거품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그리고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미국 빈곤층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당연한 일이다. 싼 인건비를 찾아 공장이 미국을 떠나면서, 일자리가 확 줄어들었다.

대신 중국, 인도 등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이들 국가들은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공장을 유치해서 저렴한 제품을 생산했다. 이렇게 쏟아진 값싼 제품은 미국과 다른 선진국 빈곤층이 적은 임금과 허술한 사회 안전망에도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000유로 세대', '하류 사회', '88만 원 세대', '빈털터리 세대' 등 표현이 금융 중심 노선을 택한 국가들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게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조업이 퇴조하면서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면, 그 피해는 젊은 세대에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자리 가져간 중국"…美·中 통상 마찰 가능성

그런데 사상 첫 흑인대통령이 탄생하기 직전, 거품이 터졌다.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는 오바마에게 열광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시카고 뒷골목에서 공동체 조직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오바마 당선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가 금융 자본주의의 틀을 깰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금융에 치중하느라 제조업을 버리는 선택은 하지 않으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을 챙기기 시작하면, 불똥은 세계로 튄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동아시아 국가들이 큰 영향을 받는다.

우선 중국이다. 정태인 교수는 "이제 미국과 중국이 부딪힐 일이 첩첩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에 대해 여러 형태의 무역 보복을 하리라는 것이다.

'덤핑' 시비, 제2 멜라민 파동…"미국 약점 쥔 중국, 쉽게 당하지 않을 것"

저가품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덤핑' 시비를 걸어오면 곤혹스러워진다. 또 최근 멜라민 사태에서 잘 드러났듯 식품 안전 감독 체계가 부실한 중국은 미국이 국내 검역 체계를 강화할까봐 불안하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국의 수출 상품에 "불량품" 딱지를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경제가 위태로워질까. 점쟁이가 아니고서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정태인 교수는 "오바마 당선과 중국 경제 위기를 기계적으로 연결시키기는 무리"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미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은, 이번 금융 파국으로 더 많은 적자를 내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 금융 파국이 경제 침체로 번지면서 미국 사회 안에 빈곤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수출하는 값싼 공산품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정 교수는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중국 태자당(공산당 고위 간부의 자제들, 중국을 이끌어나가는 실세 집단이다)은 미국의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답은 '내수 확대'다"…"복지 늘리고, 재벌 규제 강화해야"

'대국의 자존심'을 안고 미국의 무역 보복에 대응할 중국과 달리, 한국은 미국 앞에서 늘 몸을 낮춰왔던 역사가 있다. 통상 압력 앞에서 양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 역시 한국 수출 대기업이 지금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내수 확대다. 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해서 국내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보다 거친 싸움에 내몰리게 될 수출 대기업들이 '손쉬운 선택'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도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이윤을 내려는 유인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재벌이 제조업에만 전념하도록"

이와 함께 재벌이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에 투자하는 선택 역시 규제해야 한다. 이종태 위원은 현 정부가 완화 방침을 발표한 금산 분리 원칙을 오히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이 금융에 진출하지 않도록 못 박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위원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위험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이 흔히 지적하는 '재벌의 사금고가 될 위험'은 오히려 부차적이며, 본질적인 문제는 막대한 자금을 갖고 있는 재벌이 금융에 투자할 경우 제조업 기반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위원은 "재벌이 제조업에 전념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라며 "기술 혁신을 통한 제조업 고도화로 현 상황을 헤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융의 역할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 위원은 "현 정부가 고집하는 메가뱅크 구상은 빨리 폐기돼야 한다"며 "금융이 제조업 등 실물 경제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1980년대 이후 밟았던 나쁜 전례를 우리가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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