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은 "국제 금융 불안, 국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 낮다"
우선, 파국에 관한 내용.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은행은 리스크 중시 경영관리 등으로 충격흡수 여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급결제시스템도 대내외 금융 불안 상황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이 당장 붕괴할 위험은 없다는 뜻이다.
이어 한국은행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가계와 기업, 은행의 위기감내 능력이 대체로 양호해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떠나는 외국인, 불안한 경제 지표
하지만, 금융 시스템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보고서는 "국내외 경제의 성장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와 채권 매수세 위축 등으로 환율과 주가, 금리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시장 참가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날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의 큰 방향에 관한 게 아니다. 경제의 잔뿌리에 해당하는 가계, 중소기업에 관한 지표가 눈길을 끈다.
"빚 많은 가계, 위험하다"
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빚이다.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특히 소득수준보다 차입규모가 과다한 가계는 원리금 상환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를 뜯어보면 이렇다.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으로 금융부채를 갚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53배로 2007년 말 1.48배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 수치는 2004년 1.27배, 2005년 1.35배, 2006년 1.43배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비율이 올랐다는 것은 금융부채가 가처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1.53배)은 미국 1.32배, 일본 1.11배(2007년 기준)보다는 높고 영국 1.78배보다는 낮다.
"소득의 9.8%, 이자 갚는 데 쓴다"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 부담도 늘어났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한 이자지급 비율은 작년 말 9.4%에서 올해 6월 말 9.8%로 상승했다. 가계 소득의 9.8%는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비율 역시 2004년 6.3%에서 2005년 7.8%, 2006년 9.3%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말 43.3%에서 올해 6월 말 45%로 늘었다. 미국(32.2%), 일본(22.5%)보다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 75.9%, 신용 등급 '주의' 및 '투기' 등급
그리고 눈길이 가는 대목이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신용위험 평가방식에서 '주의 단계'로 평가받은 중소기업 비율은 지난해 46.6%에서 올해 51.5%로 높아졌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악화된 중소기업도 크게 늘었다. 한은이 '중소기업 신용등급DB'를 활용해 10만 1839개 업체의 신용위험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현재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투기등급 업체는 전체의 33.5%로 지난해 말 보다 5.4%포인트 늘었다.
반면, 신용등급 1~4급인 우량등급 업체는 24.1%로 같은 기간 동안 6.3%포인트 줄었다.
조사 대상 중소기업의 75.9%가 '주의' 혹은 '투기' 등급인 셈이다.
빚 늘고, 연체율 높아지고…건설업 연체율, 가장 높아
중소기업 대출액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중소기업 한 업체당 평균 대출액은 19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억3000만 원, 비율로는 13.5% 늘었다다.
빚이 늘어난 만큼, 연체율도 높아졌다.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0.83%로 작년 말보다 0.14%포인트 올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0.97%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0.91%), 도소매업(0.83%) 순이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중 업체당 대출액의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소기업을 중심으로 투기등급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연체율도 상승한 점에 비추어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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