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31일 "시간대와 프로그램 이름이 바뀌는 것은 사실상 프로그램의 폐지"라며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이름을 버리는 것은 '폐지'를 줄곧 부르짖어 온 일부 언론과 정치 집단에 대한 '보여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KBS PD협회 소속 PD도 이날 전날에 이어 이틀째 KBS 신관 2층 로비와 1층 식당, 본관 로비 등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폐지 아니라 이름만 바꾸고 시간만 옮기는 것?"
이병순 사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대내외적으로 비판 받아 온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보수 진영으로부터 가장 대표적인 공격의 타깃이 됐던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의 존폐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지난 29일 KBS가 정기이사회에 보고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안에는 두 프로그램의 이름과 시간대를 바꾼다는 내용이 담겼다.
새달 17일부터 시행되는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토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되는 KBS 1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는 이름을 <미디어비평>으로 바꿔 금요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방송된다. KBS 2TV의 <시사투나잇>은 <시사터치 오늘>로 바뀐다. 방송 시간도 15분 뒤로 밀려났다.
"MB는 꼼수 정치, 이병순은 꼼수 개편!"
KBS 측은 "프로그램 존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작진 등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름도 바꾸고, 시간도 바꾸고, 제작진도 바꾸는 것이 어떻게 프로그램 존치냐"고 했다.
이들은 또 한 달 전 최종을 편성본부장이 "폐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제작진과의 사전 논의를 약속했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문제삼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개편안이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일부 언론이 새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금과 같이 근거 없는 물어뜯기를 계속한다면 사측은 또 다시 비평 프로그램의 내용은 물론 그 존폐에까지 손을 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PD협회도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면 한해 65억을 벌어들이는 시사 프로그램을, 교양 시사 프로그램 중 경쟁력 2위인 프로그램을 없애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PD협회는 "극소수의 팀장과 선임 라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로 모르게 진행되는 개편이 밀실 개편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밀실, 극비 개편인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사내에서 "MB는 꼼수 정치, 이병순은 꼼수 개편"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PD들은 11월 3일부터는 출근 시간대에도 피켓 시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개편안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KBS노조에 대해서도 "조합원이 힘들어요. 노동조합 도와주세요" 등의 피켓을 통해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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