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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논란' 자초한 정부의 '오럴 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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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논란' 자초한 정부의 '오럴 해저드'

MB정부, 말 바꾸다 시장 탓…그리고 믿어달라?

정부의 '입'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흥시장 지원 프로그램이 사실상 '제2의 IMF'라는 설을 찍어 누르면서 발생했다. 정부가 '고려 중'이라고 한 말을 스스로 뒤집으며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시장의 불안감마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29일 코스피지수는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한 끝에 이틀 만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정부가 IMF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발단은 정부다. 지난 27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정부과천청사에서 IMF가 마련 중인 신흥시장 통화스왑 지원안에 대해 "어떤 조건으로 받는 것인지, 어떤 물건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리 안 받는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안 그래도 자산시장의 폭락과 실물경기 침체 때문에 두려움에 휘둘리던 시장은 "물건도 안 만들어졌는데 산다 만다 얘기하기 힘들다"는 정부의 말을 "IMF가 만든 물건(통화스왑)을 살 수 있다(지원을 요청할 것이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신 차관보가 한 말의 무게 자체가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시장에 충분히 충격파를 던질 수 있을 만했다.
  
  시장이 이렇게 흔들리자 정부는 29일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IMF 구제금융안을 제안 받은 적이 없고, 현재 외환보유고 수준을 감안하면 지원받을 가능성도 없다"고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시장에 통할 리가 없었다. '9월 위기설'이 한참 나돌던 때도 끝까지 단기외채가 얼마인지, 가용 외환보유액은 얼마인지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던 정부다. 출범과 함께 대운하 논란, 민영화 논란 등이 불거질 때마다 말바꾸기로 일관해 '오해다 정부'라는 별명을 얻은 정부의 해명이 시장에 먹힐 리 없었다. 시장은 최 국장의 말을 "정부가 운을 띄웠다가 아니라고 했으니 분명히 IMF 지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정부의 말바꾸기가 이번에도 통하지 않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곧바로 오후 브리핑에서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한술 더 떠 청와대는 시장을 탓하기까지 했다. 그는 "그런 얘기가 어디서 나온건 지 알아봐야겠다"고 겁을 줬고 "어떤 의도를 갖고 (위기설 유포를) 시작했다면 더욱 큰 문제"라고 탄식까지 했다.
  
  금융위원회도 발끈했다.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은 'IMF 지원설'과 함께 C&그룹이 워크아웃 신청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C&그룹은 아직 워크아웃 신청도 안 했다. 부정확한 익스포저를 돌리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시장을 꾸짖었다. 하지만 C&그룹이 워크아웃을 고려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C&그룹이 직접 답변한 내용이다.
  
  시장의 소문을 일단 '때려잡고 보자'는 정부의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위기설이 처음 증권가에 나돌 때도 정부는 금융위를 중심으로 메신저 단속 등을 통해 시장에 소문이 퍼지는 것을 다잡겠다는 위협을 했다.
  
  만약 정부의 말대로 정말 한국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시장이 이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직접 단기에 운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되는지, 단기외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만 하면 된다. 말로만 '문제없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오직 시장만 보는' 금융권 관계자들이 하나 같이 답답하다며 익명 처리를 전제로 기자들에게 하소연한다.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발 정부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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