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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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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핀란드 교육 인터뷰ㆍ④] 울라 히빠까 교원노조 연구국장

북유럽 모델을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게 강력한 노동조합이다.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은 단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다. 국가 정책에 깊이 개입한다. 정부 역시 노동조합을 국가 운영의 동반자로 대우한다.

물론,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들 사회에선 노동조합과 기업주, 정부 사이의 갈등이 격렬했다. 당시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파업이 일어나는 나라였다. 심지어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노동자를 학살하는 일도 있었다.

핀란드 역시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17년 러시아에서 독립한 직후, 핀란드는 격렬한 내전에 휘말렸다. 독일, 스웨덴의 지원을 받는 백위군과 러시아 혁명을 지지하는 적위군 사이의 유혈 충돌이다. 당시, 백위군이 승리하면서, 좌익은 대부분 러시아로 쫓겨났다. 핀란드 역사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노동조합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는 이런 역사에서 나왔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경험한 뒤, 대화와 타협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노동조합이 정책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핀란드 교원노조는 교육정책의 입안과 시행 과정에 깊이 개입한다. 교원노조를 무턱대고 배척하는 한국 교육당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음은 핀란드 교원노조 울라 히빠까(Ulla Hiipakka) 연구국장과의 인터뷰다. <편집자>


-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원노조간의 파트너십은 어떤가?

"핀란드 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노동조합이다. 전체 교사 가운데 95%가 자발적으로 핀란드 교원노동조합(OAJ)에 가입한다. 단지 조직률만 높은 게 아니다. 교원노조는 폭넓은 활동으로 높은 존중을 받는다. 장관 및 정치인들도 교원노조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현재 핀란드 의회의 국회의원 가운데 10% 정도가 교사 또는 교육자로서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며, 이들은 교원노조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눈다."

- 노동조합이 교육관련 정책 결정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핀란드 사회에서는 교섭하고 협력하는 전통이 강력하다. 피고용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은 모두 고용주와 피고용자, 정부 사이의 합의를 거쳐 이뤄진다. 교원정책 및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 교육정책에 대해서 교원노조와 정부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을 때, 어떤 절차를 거쳐 합의에 이르나?

"정책 수립 과정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정부와 견해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흔치 않다. 만약 견해 차이가 생긴다면, 노동조합은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에게 여러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교원노조는 중앙 차원에서 교육부 장관, 복지 보건부 장관, 국가교육청 등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교육정책과 관련한 모든 실무 작업팀에 교원노조 소속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지역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원노조 소속 전문가들이 지방 정부 소속 정책 결정자들과 일상적으로 협력한다."
▲ ⓒ프레시안

- 핀란드에서는 매년 1월 20일께 교육박람회를 연다는데

"교육박람회(EDUCA)는 교육 부문의 전문적인 행사다.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핀란드 전역의 모든 교사 및 교장들이 모여서 교육 및 학교에 관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서로 만나고 교류하며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특히,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학교 및 교사들과 협력하고자하는 다양한 NGO들이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질 높은 세미나가 열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EDUCA 세미나는 현재의 교육과 학교에 대해 성찰하고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가지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마다 대략 1만 명 이상(2008년에는 1만 735 명)의 교육자들이 참여한다.

교육박람회 조직위원회에는 프로그램 위원회가 있다. 프로그램 위원회에는 세미나를 계획하는 데 관련되는 모든 조직에서 온 대표들이 참여하는 데, 1년에 4~5차례 모임을 갖고 세미나의 큰 윤곽을 그린다. 올 해에는 교원노조, 교육부, 국가교육청, 핀란드교장협의회, 교육자 단체(예를 들면, 핀란드 외국어 교사 연맹, 핀란드 수학·물리·화학·정보과학 교사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교원노조에서는 나 한사람이 참여했는데, 나는 강연의 연사를 결정하고 그들을 초대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나는 교원노조에서 이 일 외에 다른 일도 맡고 있다.

교원노조는 세미나에 관해서 박람회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교원노조는 세미나를 조직하고 연사들을 초대하며 그들의 보수를 지급한다. 세미나 개최에 필요한 예산은 박람회 회사와 교원노조가 일정 부분씩 분담한다.

핀란드 교원노조는 2004년부터 이 EDUCA 박람회 조직에 참여해 왔다. 박람회는 핀란드 박람회 전문 회사와 교원노조가 협력하여 조직한다. 두 기관은 교육축전의 전시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주관할 책임을 지고 있다.

교육박람회는 그 자체의 전시 위원회가 있으며 1년에 한 차례 회합을 갖는다. 그 위원회는 박람회 개최 방침에 대한 큰 방향과 틀을 결정한다. 전시위원회에는 교원노조, 교육부, 박람회 전문 회사, 국가교육청 그리고 주요 교과서 출판사에서 온 대표들이 참여한다. 부스를 개설하고 전시할 단체를 조직하고 전시 공간을 판매하고 예약을 받는 것은 박람회 전문 회사에서 담당하며 그들은 거기에서 수익을 얻는다."

(이 글은 월간 <우리교육> 2008년 10월호에 실린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북유럽 교육 관련 기사 모음

<프레시안>은 북유럽 교육에 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번 기고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교원노조는 좋은 교육 위한 동반자"
"관리자는 '윗사람'이 아니다"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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