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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핀란드 교육 인터뷰ㆍ②] 씨르꾸 니까마 베르그 교사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교직의 인기는 치솟는다. 직업적 안정성을 기대하고 교직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회안정망이 잘 갖춰진 사회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무슨 일을 하건, 고용 안정성과 복지 수준이 엇비슷하다. 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일수록 교사, 공무원의 열정이 높은 것도 그래서다. 안정성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해당 업무 자체를 좋아해서 직업을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사들의 열정적인 태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을 꼽을 때면, 늘 빠지지 않는 대목이다. 이런 지적을 하는 이들은 핀란드에서는 모든 교사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종종 내세운다. 하지만,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 본 이들은 이보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고 말한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교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스스로 교정해가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여기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쇠께비껜(Sökövikens) 종합학교(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과정) 씨르꾸 니까마 베르그(Sirkku Nikamaa Berg) 교사다. 헬싱키 서쪽으로 19Km 떨어진 곳에 있는 에스뽀시에 있는 있는 이 학교에서 그는 7~9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핀란드어를 가르친다. <편집자>

"모든 사람을 위한 더 좋은 학교"

- 교사로서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는가?

"나는 교사로서 일하면서 참으로 행복하다. 내가 근무하는 쇠케비켄 학교 교사들은 동기가 충만하고, 헌신적이며, 전문적이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해 더 좋은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의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 갖가지 코스와 강좌에 출석하도록 격려 받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교사로서의 직업에 만족한다."

-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요즘 점점 더 들떠있거나, 주의 집중하는 시간이 짧으며, 문제 행동을 보이고, 학습부진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점점 더 특수 교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져 가고 있다. 이런 학생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는 개인마다 서로 다른 대책이 필요한데 교사로서 충분히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 씨르꾸 니까마베르그 교사. ⓒ안승문

"학생, 학부모, 교장과 수시로 피드백한다"

- 학교장이나 부모, 학생들이 교사인 당신의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는가?

"그렇다. 수시로 학부모들에게 설문지를 보낸다. 그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응답이 이루어진다. 아울러 학생들로 하여금, 매 학기가 끝나거나 학급에서 실행했던 여러 프로젝트들을 마치고 나면 자주 피드백(feedback)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모든 교사들은 1년에 한 차례씩 교장과 함께 길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와 같은 토론을 통해서 두 사람은 교사의 교육활동 중에서 성공적이었던 점에 대해서 그리고 프로젝트나 다른 일을 함에 있어 좀 더 개선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 깊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교사가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학교장이나 학교에 특별히 바라는 바나 요구사항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고른다"

- 교사 개인이 교과서나 수업 교재를 선택할 수 있는가?

"나는 내가 가르치는 그룹을 위해 교재나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 교재 선택 과정에서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동료 교사와 함께 토론하기도 하며, 가끔 서로의 교재를 빌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 당신의 업무량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교사의 업무량은 가르치는 그룹의 학생 수와 정해진 기간에 해야 할 수업 시간 수에 달려있다고 본다. 업무량은 때에 따라 다르다. 이번 학기에 나는 내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물론, 교사들은 언제나 어떤 내용이나 자료에 충분히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업을 좀 더 잘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좀더 흥미롭고 상호작용적인 수업이나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 무한한 시간 동안 노력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 예산 아끼지 않는 지자체와 학교"

- 한 주일 동안 하는 업무량을 아래와 같은 구분에 따라서 기록한다면?

"수업 : 22시간
수업을 위한 연구와 준비 : 8 시간
다른 동료들이나 학교장과의 회의 : 2시간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대화 상담 : 2시간
행정적인 업무(평가, 준비 등) : 2시간
기타 : 1시간
합계 37시간 / 1주

한 주 동안의 평균적인 업무를 대략 이렇게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매주 다양한 일이 있기 때문에 한 주 동안의 업무를 시간별로 정형화할 수는 없다."

- 교사로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강좌를 듣거나 회의에 참여하거나, 책 또는 비디오를 구입할 필요를 느낄 수 있다. 또 교사가 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와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나.

"교사가 교육과 관련한 강의를 듣거나 자료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개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지불한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나 시설을 구입하는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비용에 상한선은 없다. 하지만 대체로 현재 갖고 있는 자원과 재정으로 좋은 교육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교사가 정체된 직업이어서는 안 된다"

- 평소 수업에 사용하는 수업 기술을 자주 쓰는 순서대로 배열한다면.

"교사 중심의 강의 ( 1 )
소집단 중심의 협동 학습 ( 2 )
학생들의 개별 학습 ( 3 )
학생들이 중심이된 협력적인 워크숍 ( 4 )
그 밖에 다른 수업 방법 ( 5 )

물론 교과목이나 교사 개인의 교수 성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업하는 그룹에 따라 다르다. 어떤 학급들은 집단 활동이나 개별 학습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반면, 다른 집단의 경우에는 좀 더 구조화된 접근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 학생들의 학습 결과 즉, 학업 성취도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 한 학년은 5개의 주기(period, 학기)로 나뉜다. 각 주기를 끝마치면 학생들은 '리포트 카드'(성적 통지표)를 받는다. 2개 주기에는 구술로 된 평가나 문자(A, B, C 등)로 표현된 '리포트 카드'를 받을 수 있고, 4개 주기에는 10에서 4까지(4는 '실패' 등급)의 척도에 따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 주기인 5번째 주기 끝에 주어지는'봄 리포트 카드'에는 반드시 '10~4' 척도의 평가가 기록돼야 한다. 평가할 때는 각의 주기를 지나오면서 진전된 학생들의 향상 정도, 시험 결과 그리고 수업 시간 동안의 활동이나 관심 정도 등이 요인들이 고려된다."

-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로 자주 꼽히는 게 성실하고 유능한 교사들의 존재다. 핀란드 교사들로 하여금 그토록 열성적으로 일하게 하는 요인이 뭐라고 보는가.

"핀란드 사회에서 교직에 대한 평판은 아주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직의 보람과 가치를 존중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은 교육이 어떤 목적을 지향해야 할지에 대해 꾸준히 토론한다. 특히,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자라서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될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외국과 다른 핀란드 교사들의 특징을 굳이 꼽으라면, 정체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겠다.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보탠다. 이 과정에서 수업과 교육을 개선해 나간다. 핀란드 교사들에게 폭넓은 자율권이 주어져 있고, 정부와 지자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자료와 연수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학급 당 학생수, 계속 줄여가야"

- 당신을 포함한 많은 교사들이 정부에게 원하는 최우선 순위의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물론,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언론 보도와 각종 토론회에서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모든 학생들이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지금보다 더 작은 규모의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수적이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큰 학급에는 21명의 학생들이 있다. 이 숫자를 더 줄여야 한다.

이밖에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이 글은 월간 <우리교육> 2008년 10월호에 실린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북유럽 교육 관련 기사 모음

<프레시안>은 북유럽 교육에 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번 기고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피드백'이 교육을 살린다"
"차별, 더 강력한 차별이 필요하다"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멀리 봐야 희망을 찾는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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