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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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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벗어나려면"

[핀란드 교육 탐방ㆍ③] '다양성' 존중하는 '평등교육'

핀란드 학생들의 공부는 학교와 교실 안에서 끝난다고 할 만큼 핀란드에서의 교육은,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업무 시간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가정 형편이나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으로 인해 학업 성취도에 차이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규 교육과정 외에 별도의 학습을 할 필요가 없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학교 안에서도 휴식시간이면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밖으로 나가 뛰어 놀도록 한다. 몇 주 동안에 걸쳐 보고서를 써내는 숙제를 제외하고는 숙제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에 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학습에 들이는 시간을 비교한다면, 하루 중 학습에 투여하는 시간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하는 시간은 가장 적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면 학교 내의 방과후 클럽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스포츠 클럽, 문화센터나 아트센터 등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특기를 기른다.

한국 학생들과 비교할 때 공부하는 시간이 1/4에도 못 미칠 핀란드의 학생들이 그렇게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일 수 있게 된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핀란드의 교육 정책과 학교의 교육 활동에서 견지되고 있는 교육학적 원리는 어떤 것일까?

핀란드 교육자들의 견해와 필자가 연구자로서 탐색한 결과를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세금으로 모두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핀란드 노동자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옛말이 돼 가는 한국과 달리, 핀란드 등 북유럽 사회에서는 부모의 경제력 및 학력이 아이들 학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프레시안

1968년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교육이 추구해 온 핵심적인 목적은 나이나 거주지, 경제적인 형편, 성이나 모국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모든 국민은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만 6세 취학전 교육으로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인 7세부터 16세에 까지의 종합학교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자료, 학교 급식, 보건과 진료, 상담, 심리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며, 집 가까이에 학교가 없어 5Km 이상의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통비도 제공해야 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은 국가로부터의 학업지원금을 받으며 필요한 경우 생활비와 학자금 융자를 받아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2008/9년에는 18세 이하의 혼자 생활하는 고등학생은 100유로(17만원 정도), 18세 이상의 혼자 생활하는 대학생은 298유로(50만 6천원 정도)의 학업 지원금(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2008년 9월 20일 기준 환율)

핀란드에서 교육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담으로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핀란드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공받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교육은 건전한 핀란드 시민을 육성하는 일이자, 핀란드 경제를 발전시킬 노동력을 기르는 길이며, 핀란드의 사회와 문화,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관점이 바탕이 되어 있다.

2) 모든 교육은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의 원칙에 따라 조직되고 운영돼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물론 특수교육이 요구되는 장애를 가진 학생까지도 같은 학습 집단 안에 통합시킨 상태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매우 확고한 교육 철학과 교육학적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서는 특수 교육적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특별한 학습 기회를 주거나 보충 지도를 하는 일은 있지만, 학습 속도에 따라 수준을 나누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또는 교사가 어떤 이유로든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학습이 조장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학교나 교사들은 교육의 과정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소외되거나 배제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은 통합적인 학습 환경 속에서, 개개인이 가진 학습 요구에 맞게 개별화된(individualized)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통합교육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학생들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인격적 자존감과 학습을 위한 흥미와 동기, 앞서는 학생과 뒤지는 학생간의 인격적 교류가 교수나 학습의 효율성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교육학적인 관점이 있다. 핀란드 정부가 1972년부터 종합학교(comprehensive) 제도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능력에 따른 교육(이른바 수준별 교육)을 폐지한 것도 이런 통합교육의 원칙에 대한 충실하기 위한 것이었다.

3) 교사의 지성적 책무성을 신뢰하고, 교육 전문가로서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오늘날 핀란드 교육성공의 핵심 요인은 유능하고 열정적인 교사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교사는 핀란드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교사들의 양식과 전문성을 신뢰하고, 교육자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적 자율성을 존중해 주며,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육 여건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핀란드 교원정책이 핵심이다.

핀란드에서는 학교교육과 교과목별 교육 목표와 원칙은 정부가 정하지만,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재를 선택하고 교수 방법을 결정할 책임과 권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학교와 교사들이 갖는다. 정부는 교육과정 운영을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국가 수준의 어떠한 획일적인 표준도 강요하지 않는다.

많은 나라에서 국가적 표준을 강요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성취도 평가다. 핀란드에는 기초학교 9학년 때 치르는 국가 시험(우리나라의 중학교 3학년 때 하는 성취도 평가)과 인문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르는 국가 시험(대학입학 자격시험-National matriculation examination)을 제외하고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어떤 의무적인 표준화된 시험도 없다.

2003년부터는 국가교육청 아래 학교 평가를 지원할 독립기구로 학교평가심의회(School Evaluation Council)를 설치하여 무작위로 선정된 학교의 5-10%에 해당하는 표집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학업성취도 연구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이 된 학교들이 교육의 질제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표집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학교들도 원할 경우 평가문항을 구매해서 평가에 참여할 수는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평가결과는 주제별로 분석되고, 응시한 학교 교사들에게 전국 평균과 함께 해당 학교의 평균이 제공되지만, 점수 분포를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어떤 참고 자료를 활용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교사들의 권한이며, 교사는 교육과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교과 교사들 간의 협력이 이뤄진다. 교과 간 벽을 허무는 수업이 가능한 배경이다.
- "교육과정 개편, '교과목 간 벽'부터 허물자" 기획 기사 모음

"경직된 문과-이과 구분이 '황우석 사태'낳았다"
"문과-이과의 차이는 제도가 만든 허상에 불과"
'하얀 거탑' 속에는 무엇이 있나?
'핀란드 교육'이 부럽다고요?
과학수업이 FTA를 만났을 때…

"미술은 '예능'이 아니다"
워싱턴 D.C.에는 있지만, 청계천에는 없는 것?
"파리에 온 친구가 화를 낸 이유는?"

핀란드의 교사들은 5~6년에 걸친 교사 양성 교육을 통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얻은 사람들이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법률가나 의사에 못지않은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교수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타율적인 장학 감사가 아닌 자율과 자치를 위한 시스템이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보장한다.

핀란드의 교육 행정과 학교 운영, 교실 수업을 관통하며 작동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적인 소통과 자율과 자치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단위 학교에 이르기까지 어떤 강압적인 지시나 명령 체계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합의된 교육 목표와 교육 과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긴밀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과 자치의 민주적인 원리가 작동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핀란드에도 오랜 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침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고 독려하는 관료주의적인 장학 감사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에 교육청에 의한 장학 감사(inspection) 제도를 폐지하여,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에 기초한 학교 운영의 기틀을 확고히 하였다.

장학 감사가 폐지되고 교사들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대안적이고 창조적인 교수 전략과 교수법, 교육학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의 표현대로 강요된 책무성이 아니라 지성적 책무성(intelligent responsibility)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장학감사가 폐지되면서 새로 도입된 시스템은 '학교 자율평가 제도(self evaluation plan)'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에스뽀 시 기초학교의 경우에는 3년에 한 번씩 학교 스스로 작성한 '학교 자율 평가서'(15~20쪽)를 지방자치단체 교육국에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필요한 경우 학교 구성원들이 발전계획을 만들어 제출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자율 평가 제도'는 일종의 설문조사 방식을 포함한 학교운영 평가, 교육 과정 평가, 교원 평가, 학교장 리더십 평가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에스뽀 시의 경우 △학교와 가정의 의사소통은 활발한가, △학부모·학생·교사의 학교운영과 교육활동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학생과 교사의 협력은 어떠한가, △교육과정 운영은 잘 되고 있는가, △우리가 좀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장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등의 항목으로 자율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학교 자율평가를 통한 자치 시스템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창의성과 책무성을 크게 높여주었고, 학교와 교육시스템 전체의 질 높은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5)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학급 편성을 해야 한다.
▲ 덴마크 아이들이 방과 후 클럽 활동을 통해 그린 그림.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학교에서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중시한다. 아이들이 교실에만 갇혀 지내면, 창의력을 기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희

핀란드 교육자들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따로 나누어 가르칠 때(homogeneous group) 학습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교육학적 가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mixed-ability group)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거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 내부에서도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섞여 있을 때 성취도가 더 높다는 연구가 있었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PISA 연구 결과가 자신들의 교육학적 확신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고 믿는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동일한 학습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같은 속도로 학습해야 한다는 산업사회의 공장식 교육학적 가정을 부정한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교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똑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문제를 풀거나 글을 쓸 때에도, 더 빨리 해 내는 학생이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든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해 내면 동일하게 능력을 인정해 준다.

그 대신 핀란드의 교육은, 모든 학생은 가정 환경이나 이전 경험의 차이에 따라서 학습의 속도가 다를 수 있고, 같은 나이의 학생들일지라도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핀란드에서는 그 대신 학생들 개개인이 가진 개별적인 특성이나 조건, 학습 욕구에 맞추어진 개별화 학습(individualized learning - 개인 맞춤형 학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학생-교사-학부모 대화를 통해서 '개인별 학습 계획'(individeual learning plan)을 세워 개인별 필요에 맞춘 학습이 활성화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로이후부오리(Roihuvuori)나 라또까르따노(Latokartano) 등 10여개의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학생들을 2~3개 연령대로 묶어서 학급편성을 해서 학교 운영을 하고 있으며, 학업 성취도는 물론 사회성 배양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6)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그 원인을 찾아내어 조기에 특수교육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핀란드의 학교를 방문해서 교사들에게 학습 속도가 빠르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배려를 하는지 물으면 잘 하는 학생들이 더 잘하게 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며,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특수교육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1.5배 이상의 예산을 들인다고 한다. 또, 특별한 장애를 가진 학생만이 아니라 학습이 부진한 정상 학생들에게도 특수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도 이해력이 높고 학습 속도가 빠른 학생들이 그런 특성을 살려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 조언을 해 주지만 그것은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당연한 교육활동의 하나일 뿐 이른바 영재성을 길러주기 위한 별도의 조치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특정 교과목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학생을 대학과 연결시켜 별도의 학습기회를 갖게 하기도 하고, 2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도 있게 하고 있지만 그다지 권장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교과목 학습 이외에도 정신적 신체적 성숙과 사회적 발달을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으며, 학업 성취가 빠르다고 그 많은 일들을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심각한 장애를 가진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과정 목표를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격려가 부족했거나, 학습에 필요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부족하거나, 학습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지 못했거나,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학급 규모가 너무 커서 교사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어떤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정상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그런 요인을 찾아내어 없애주고, 학생이 학습 동기를 갖고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7) 범정파적 협력 속에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펼친다.

핀란드 교육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데는 여야 정당을 떠난 범 정파적인 합의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교육 체제로의 개혁이 본격화되었던 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교육정책의 특징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이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개혁 정책의 산 증인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사람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국가 교육청장을 맡았던 에르끼 아호(Erkki Aho)이다. 전직 교사이며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연구하기도 했던 에르끼 아호는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을 20년 동안 교육청장으로 있으면서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핀란드 교육의 오늘이 있게 한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에르끼 아호와 핀란드 교육자들은 교육이 지향할 가치와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비전을 견지하면서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나서서 효율성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때 핀란드의 교육자들은 복지국가적인 교육개혁에 대한 신념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인들과 협력하여 지금의 핀란드 교육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르끼 아호를 비롯한 핀란드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 한 사람이 보살필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정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육학적 원칙으로 정치권을 설득하여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수-학습 여건을 마련하는 데 투자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핀란드 정부는 1980년대부터 학급 규모를 축소하여 2002년 기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1~6학년) 15.5명, 중학교(7~9학년)는 10.6명, 고등학교는 16명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에 우리나라는 교사 1인당 초등 31.4명, 중학교 20.7명, 고등학교는 16.5명이었다.)

(이 글은 월간 <우리교육> 2008년 10월호에 실린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북유럽 교육 관련 기사 모음

<프레시안>은 북유럽 교육에 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번 기고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
"부모 잘 만나야 우등생 되는 사회…벗어나려면"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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