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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ㆍ배려ㆍ여유 vs 경쟁ㆍ욕심ㆍ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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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ㆍ배려ㆍ여유 vs 경쟁ㆍ욕심ㆍ긴장"

[핀란드 교육 탐방ㆍ②] 핀란드의 교육제도

"핀란드 교육탐방" 연재 첫 번째 글이 실리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이었다. 하나는 핀란드를 너무 미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다른 하나는 핀란드와 한국은 역사와 문화가 너무 달라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구 위에 천국은 없다. 어느 사회건 어두운 구석이 있다. 핀란드 등 북유럽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안승문 스웨덴 웁살라대학 객원 연구원의 글은 핀란드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줄 따름이다. 글 한 편에 교육과 사회의 모든 면을 담은 것은 불가능하다. (☞관련 기사:
"덴마크 사회의 '관용'은 유럽인을 위한 것?", "'인민의 집', 그들만의 천국?")

하지만, 북유럽 사회의 단점과 장점 사이에서 기계적 중립을 찾는 것도 썩 바람직한 일은 못된다.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장점은 일단 수용하는 게 옳다.

그런데 다른 사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해도, 불안한 대목은 있다. 문화적 토양이 다른 상황에서 제도만 이식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등 북유럽 사회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게 된 역사적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옳다. (☞관련 기사:
"'착한 정부'는 '코뮌'에서 나온다")

핀란드식 평등 교육의 바탕이 된 복지 체제에 대해 소개했던 안 연구원은 "핀란드 교육탐방" 두 번째 글에서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평등하면서도 유연한" 핀란드 교육의 특징이 잘 드러난 글이다. <편집자>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공공 권력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과 특별한 필요에 따라서 교육 서비스를 받을 동등한 기회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방해 받지 않고 자신들을 발달시킬 기회를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

핀란드 헌법 제16조에 규정된 내용이다. 이런 헌법 정신에 따라, 핀란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해 왔다.

"주당 19~30시간 수업"

핀란드에서 전반적인 의무교육 제도 도입은 1921년 법으로 규정됐다. 그리고 1970년대 이전까지는 6년제 의무교육으로 초등 5학년 단계에서부터 취업과 진학을 조기에 구분하는 학교제도가 유지됐다. 그 후, 1970년대 들어 9년제 의무교육과 함께 초등 6년과 하급 중학교 3년을 합친 9년제 종합학교 제도가 시행됐다.

핀란드의 학교 제도는, 종합학교에 입학 전 1년 동안 다니는 취학전 교육, 만7세 이후의 학생들이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다니는 종합학교에서의 기초교육(9학년까지는 의무 10학년은 선택), 직업 교육과 일반 인문 교육으로 나눠지는 3년간의 고등학교 교육, 대학과 기술 전문학교에 의해서 제공되는 고등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학교 수준에 해당되는 성인교육을 받을 수 있다.

종합학교의 경우, 법정 수업일수는 연간 190일이며, 8월 중순에 학기를 시작하여 다음해 6월초에 끝난다. 학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1년에 4~5학기제로 운영된다.

주5일제 수업을 기초로, 주당 19~30시간까지의 수업시간을 갖는데, 학생 개개인의 주당 수업시간은 연령과 선택과목 수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추가로 공휴일을 가질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학기와 수업일수는 다르지 않으며, 주5일제 기준으로 주당 30시간 전후로 수업이 이뤄진다.

교과 간 벽을 허무는 수업
▲ 한국에도 교과 간 벽을 허무는 수업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 한 교무실에서 과학 교사와 사회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수업에 대해 상의하는 장면. ⓒ고영욱

종합학교에서는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을 가르치는데, 필수과목은 모국어와 문학(핀란드어 또는 스웨덴어), 또 다른 모국어(스웨덴어 또는 핀란드어), 환경, 건강, 종교 또는 윤리, 역사, 사회,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리, 체육, 음악, 예술과 공예, 가정 등이며 선택과목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진로 상담도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국가교육청은 국가 교육과정에 핵심적인 교육과정과 지침을 규정함으로써 여러 교과목들의 교육 목적과 주요 내용을 결정한다.

국가 교육과정에는 범교과적인 주제(cross curricular theme)들이 포함되는데,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시의성 있고 중요한 이슈들이 범교과적 주제로 선정된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수업은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협동해서 진행한다. 여러 교과를 가로지르는 수업이 종종 이뤄지는 것도 핀란드 교육의 한 특징이다.
- "교육과정 개편, '교과목 간 벽'부터 허물자" 기획 기사 모음

"경직된 문과-이과 구분이 '황우석 사태'낳았다"
"문과-이과의 차이는 제도가 만든 허상에 불과"
'하얀 거탑' 속에는 무엇이 있나?
'핀란드 교육'이 부럽다고요?
과학수업이 FTA를 만났을 때…

"미술은 '예능'이 아니다"
워싱턴 D.C.에는 있지만, 청계천에는 없는 것?
"파리에 온 친구가 화를 낸 이유는?"

유치원 또는 종합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취학전 교육의 목적은 기초학교 입학을 위한 학습을 위한 준비도를 높이고 가정 환경 등으로 인한 아동들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2006년 현재 98% 입학하고 있다. 2007년 현재 종합학교는 3300개가 있으며, 10명 미만의 작은 학교도 있고 900명 이상의 큰 학교도 있다.

종합학교 저학년 과정(1~6학년)에서는 주로 대부분 학급담임으로부터 교육을 받으나, 고학년 과정(7-9학년)에서는 과목별 교사가 교육을 한다. 종합학교는 1~9학년이 함께 있는 학교도 있고, 1~6학년 또는 7~9학년만 있는 학교도 있다. 종합학교 7~9학년과 고등학교 1~3학년이 한 학교에 있는 경우도 있다.

"모든 대학은 국립…하지만, 대학 운영은 자율적으로"

대부분의 일반 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데 3년제 일반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 입학 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ination)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업학교 진학, 또는 취업의 길을 선택한다.

직업 고등학교의 경우, 현장 실습과 연계된 2~3년의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되는데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거나 직업 전문대학 또는 일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직업학교의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1/3은 중앙정부가, 나머지는 민간이 운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의 대부분(70~100%)은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고등교육은 대학과 직업 전문대학(Polytechnic)으로 구분되는데 대학들은 연구와 연구에 기초한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직업 전문대학은 노동시장에 부응한 직업 교육을 제공한다.

핀란드의 모든 대학교는 국립으로 교육부가 직접 관장하나, 대학교의 운영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핀란드 최대의 대학인 헬싱키대학을 비롯한 10개의 종합대학교, 헬싱키 공대를 비롯한 3개의 공과 대학교, 3개의 경제경영 대학교, 헬싱키 예술·디자인 대학교 등 4개의 예술대학교 등 20개 대학교에 약 17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직업 전문대학(Polytechnic)은 1996년부터 설립됐다. 1990년대 내내 진행된 고등교육 개혁을 통해 직업과 관련된 특수 교육기관들이 통합되면서 생겨난 대학이다.

"직업 교육과 학문 교육 사이에 벽이 낮다"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으로,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폴리테크닉으로 진학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들을 가로지르는 통로는 늘 열려있다.

대개 3년 정도인 대학의 학사과정은 석사과정과 연계되는데, 3년간 120학점을 취득하면 학사학위를, 이어서 2~3년 동안 160~180학점을 취득하면 석사학위를 받는다. 석사 과정 이후에는 라이센스와 박사학위 과정이 있다.

직업 전문대학은 직업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학사학위를 수여하며 수료기간은 3.5~4.5년인데, 이 과정에서 140~160학점을 취득한 후 대학으로 옮겨서 상위 학위(석사)를 취득할 수 있다.

핀란드는 OECD가 시행해 온 만 15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2000, 2003년에 이어 2006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주었다. 연속 세 차례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도를 확인시켜주면서 핀란드의 성공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고,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자들이 핀란드 순례에 나서고 있다.

"경쟁은 교육에 해롭다"는 원칙

198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 등 많은 나라 정부가 경쟁과 효율성·표준화된 평가를 통한 학업성취도 향상 등을 내세우며 신자유주의적인 교육개혁에 몰입하고 있을 때, 핀란드 교육자들과 정치인들은 확고한 원칙과 철학에 바탕을 둔 핀란드식 교육개혁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경쟁은 교육에 해롭다는 원칙을 꼿꼿하게 유지해 왔던 것이다.

핀란드는 복지적 관점과 평등주의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면서 학급당 학생 수 축소 등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하고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대하며, 교사들의 교육적 전문성을 강화시키면서 학교와 교사들의 자율성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핀란드만의 독특한 학교교육 모형이 완성될 수 있었다.

시장 만능주의자들에게 핀란드 교육은 도전이자 자극제

핀란드의 성공한 교육개혁에 대해서 미국, 영국은 물론 일본과 캐나다 등 많은 나라의 교육자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을 향상시키려면 학교와 교사들이 경쟁하도록 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시장 논리를 신봉해온 정치인과 경제인, 교육정책 담당자들에게 핀란드 교육은 커다란 도전이자 이색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핀란드는 이제,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시장 원리가 아닌 사람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교육 고유의 논리에 충실할 때 오히려 학업 성취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 됐다.

脫교과서와 유연한 교육과정 vs 교과서 맹신과 국가주의 교육과정

물론, 시장 원리에 따른 개혁을 추진해 왔던 한국 역시 PISA 연구에서 핀란드와 수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좌표는 모든 면에서 핀란드의 반대 편 극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핀란드 교육정책이 완전 무상 교육을 지향한다면, 한국 교육정책은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강요하고 있다. 또, 국제중·특목고 등 엘리트 중심의 차별교육을 추진하는 점도 모든 아이를 위한 보편교육을 추구하는 핀란드와 대조적이다.

핀란드 교육이 협동과 배려와 여유의 교육이라면 우리 교육은 경쟁과 욕심과 긴장의 교육이며, 핀란드 교육이 탈(脫)교과서와 교육과정의 유연성을 지향한다면, 우리 교육은 교과서 맹신과 획일적인 국가주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진보, 보수가 크게 다를 것 없다. 권력을 잡았으니 교과서를 바꿀 수 있고, 그렇게 하면 교육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일부 학자와 이데올로그들의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핀란드가 아니라고?"…"보편적인 시사점이 있다"

한국 사회가 핀란드 교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의 인간적인 발달과 공동체의 통합적인 발전을 위해서 학교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국가 지도자들은 어떤 교육철학과 관점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공교육을 제공해야 하는지, 교육 정책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입안되고 시행되어야 하는지, 학교와 교사들은 어떤 교육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교육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교육 성공에 주목하자고 할 때 어떤 이들은, 핀란드 사회가 우리나라와는 역사나 문화, 사회적인 맥락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성급하게 부정적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교육개혁은 그 사회가 가진 조건이나 맥락 속에서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나 교육이 갖는 보편적 특성이 나라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핀란드의 교육개혁 경험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참교육'의 꿈, 희망사항이 아니다"

우리가 핀란드 교육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공교육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다. 핀란드 정부와 교육자들이 견지해 온 철학과 가치와 원칙은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나라의 교육자들이 주장하고 실현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것들이 당위적인 희망사항에 머물렀음에 반해, 핀란드에서는 실천적인 노력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창조하여 전 세계에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이 큰 차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후에 전교조 교사들을 비롯한 많은 교육자들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요구하며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던 것이 바로 핀란드가 지금 실현하고 있는 그런 교육이었다.

다른 나라 교육과 달리 핀란드 교육만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무엇이 핀란드 교육을 그와 같은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핀란드 교육모델의 뒤에는 어떤 교육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는가?

(이 글은 월간 <우리교육> 2008년 10월호에 실린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북유럽 교육 관련 기사 모음

<프레시안>은 북유럽 교육에 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번 기고와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기사를 한데 모았다. <편집자>
○ 핀란드 교육 탐방

"세금 많아서 자랑스럽다"…"튼튼한 복지는 좋은 교육의 조건"
"협동·배려·여유 vs 경쟁·욕심·긴장"…핀란드의 교육제도

○ 핀란드 교육 관련 인터뷰

국제학력평가 1위, 핀란드의 비결은?
"경쟁? 100m 달리기 할 때만 들어본 단어입니다"

○ 스웨덴 학교 이야기

"일등을 포기한 학교에서, 더 많이 배웠다"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덴마크에서 살아보니"

- 직업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모두가 승리자 되는 복지제도

- '암기가 아닌 창의, 통제가 아닌 자율'을 장려하는 교육

"아이들은 숲 속에서 뛰노는 게 원칙"
"노는 게 공부다"
"충분히 놀아야 다부진 어른으로 자란다"
1등도, 꼴찌도 없는 교실
"왜?"라는 물음에 익숙한 사회
"19살 넘으면, 부모가 간섭할 수 없다"

- "아기 돌보기, 사회가 책임진다"

"출산율? 왜 떨어집니까"
"직장인의 육아?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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