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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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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안된다"

[인터뷰]권영길 의원 "노사정이 머리 맞대는 것 반대 안해"

민주노총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의 폭력 사태는 민주노총의 자부심인 '민주적인 의사결정' 전통에 크나큰 훼손을 가한 사건이었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창립 10년만에 최대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의 폭압을 뚫고 노동자들의 진정한 대변조직으로 성장해온 민주노총이 내분으로 자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반응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작금에 불어닥친 악재들을 민주노총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다.

<프레시안>은 이에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을 역임, 민주노총 건설과정에 깊이 관여했고 초창기 토대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을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안 된다"**

권 의원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폭력은 안 된다"라며 "조직내 갈등은 필연이지만, 각종 의사수렴 구조를 통해 갈등을 해소시켜야 한다"며 1일 대의원대회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편으로 "무제한적 토론과 대화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며 "민주노총은 충분히 그런 이견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폭력사태의 원인이 된 '사회적 교섭'과 관련,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는 합의이행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처럼 노조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많은 만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교섭의 필요성을 지지했다.

권 의원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민주노총내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안고,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싸우고 있다"며 "다만 민주노총에게 모든 기대의 시선이 쏠리면서, 이런 기대와 현실 역량과의 거리감이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민주노총이 다시 노동자의 대변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동계 안팎에서 애정어린 비판을 해줘야 한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했다.

다음은 권영길 의원 인터뷰 전문이다

***권영길의원 인터뷰**

프레시안 : 어제(2일) 대의원대회 폭력 사태를 접하고 민주노총 초대위원장 출신으로 느낀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권영길 : 참담하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폭력은 안된다. 민주노총답게 이견이 있더라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풀어야지 물리력 행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됐었다.

프레시안 : 사회적 교섭 반대파들이 주도적으로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이들은 절차적 민주주의보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주장이 대의원대회에서 잘 반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사태는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권영길 :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등 충분한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구조를 통해 각자의 주장을 제기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 이런 구조를 통해 내용적 민주성을 갖춰가야 한다.

***"비정규직 불만, 민주노총 역량과 현실과의 거리감 탓"**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민주노총의 정규직 중심 운동에 대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권영길 :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안고, 가진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서 싸우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는 국가 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국가 정책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이 문제를 민주노총에게만 떠안겨서는 답이 없다. 민주노총의 역량과 비정규직 문제의 특수성 간의 거리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사회적 교섭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보다 잘 풀기 위해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이수호 집행부는 주장하고 있다. 즉 비정규직 문제는 노조의 힘만이 아닌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풀어야 한다는 권 의원 주장과 유사한 것 같다. 하지만 사회적 교섭 반대파들은 과거 1998년 노사정위 경우처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노동계가 기만당하는 것이 아닌가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결국 문제의 해법은 강력한 총파업으로 보는 듯하다.

권영길 : 그런 갈등과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전술상의 문제는 양쪽 사이에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절충해 나가야 한다. 지금 갈등 양상을 보면, 비정규직 문제 해법에 대한 본질적 부분이 간과되고, 감정적 대립만 있는게 아닌가란 느낌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직한다고 하면, 정말 위력적인 총파업이 되야 하는데, 지금껏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닌가.

***"노사정위 복귀, 정부가 먼저 노동계와 신뢰구축 나서야"**

프레시안 : '감정적 대립'이라는 분석을 노조 정파간 '선명성' 경쟁이라고 표현해도 되나?

권영길 : 굳이 노조 정파간 선명성 경쟁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주목해야 될 부분은 왜 많은 조합원들이 노사정위원회를 부정하는가란 부분이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를 보면 비록 노사정이 합의를 한다고 해도 전혀 국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합의 이행에 대한 보장이 매우 약하다는 말이다. 노사정위원회 따로 있고, 제도는 또 국회에서 따로 만들어지는 구조가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사항은 반드시 지켜지는 모습을 정부에서 보여줘야 한다. 정부와 노동자간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만 노동자들의 불신도 줄어들 것이다. 이런 신뢰가 없는 속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제 논란이 된 '사회적 교섭 재개 안건'도 노사정위원회에 바로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합의이행이 보장되는 새로운 노사정 대화 틀을 구성하자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어제 폭력사태의 중심에는 2월 처리가 확실시되는 비정규 관련법이 있다. 사회적 교섭 반대파의 주된 논거 중 하나는 '곧 비정규 법안이 처리되는 상황에서 총파업을 더욱 열심히 조직해야 하지 않나'라는 것이었다. 즉 사회적 교섭 재개의 시점에 대한 논란이다.

권영길 : 그 문제는 민주노총 내부의 토론을 통해서 정리해야 할 문제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적 대립을 부추기는 발언 등은 자제되어야 한다.

***"갈등은 충분한 토론으로 극복해야**

프레시안 : 권 의원도 과거 민주노총 위원장을 수행했다. 그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갈등들이 있었을 텐데...어떻게 대응했나?

권영길 : 갈등없는 조직이 있나. 특히 노조내의 갈등은 그 조직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오히려 갈등없이 밋밋하게 조용한 상태로 지내는 조직은 발전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 없다.다만 그 갈등을 긍정적 방향으로 견인하는 문제인데...다른 방법이 없다.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서로 설득하고 무제한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대화와 토론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잘 안되는 것은 대화와 토론이 힘든 점도 있지만, 그래도 잘 안 통할 때도 있는 게 현실 아닌가?

권영길 : 안 통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자정 능력이 있고 충분한 토론이 가능한 조직이다. 어제처럼 이견 절충 실패로 극심한 갈등이 벌어질 때는 각자가 민주노총이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민주노총의 역사를 되짚어 봐야 한다.민주노총은 수많은 노동자가 피, 땀, 눈물, 목숨 바쳐서 건설됐다. 예기치 못한 격랑으로 이런 조직이 훼손되거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노동자 전체에 대한 배신이고, 역사적 죄를 범하는 일이다.

***"민주노총에 애정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프레시안 : 주변에서는 민주노총의 앞날을 매우 어둡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잘 헤쳐 나갈 것 같은가?

권영길 :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더욱 고립화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낙관적으로 본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비록 폭력으로 얼룩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민주노총은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심체다. 민주노총에 대해 여전히 애정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활동 계획이 있나? 일단 당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나설 의향은 있는지?

권영길 : 나는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이고, 지금은 지도위원이기도 하다. 어제 민주노총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민주노총을 다시 노동자들의 중심체로 세우기 위해 의견을 나눠볼 생각이다. 아직은 개별적 의견들만 나누고 있고, 같은 지도위원인 천영세, 단병호 의원 등과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동일시 말라"**

프레시안 : 기아차 사태 경우도 그렇고,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권영길 : 기아차 사태의 경우에는 민주노동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그보다 먼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건설에 중심적 역할은 했지만, 엄연히 대중조직과 정당은 다르다. 더구나 민주노총 조합원이 모두 당원이 아니기도 하다. 따라서 즉각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것은 당으로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애정어린 충고와 함께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지적하고 충고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안되다는 것이 입장이다.

프레시안 : 짧은 시간에 많은 답변을 해줘서 고맙다.

권영길 :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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