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날을 맞아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강한섭, 이하 '영진위')는 오늘 오전 11시 씨네큐브 광화문 극장에서 '한국영화 재도약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영진위의 김병재 사무국장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강한섭 위원장과 심상민 부위원장, 그리고 7명의 위원 중 이미연 감독과 오정완 이사를 제외한 다섯 명이 참석했다. 영진위의 4기 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영화산업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언론 및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제작편수가 올해 40편에도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국영화 관객수가 2006년 최고점을 찍었던 때에 비해 무려 3,600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될 만큼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해, 강한섭 위원장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총 8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투자를 활성화하는 한편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 개발과 DVD 시장 복원 등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
|
ⓒ프레시안무비 |
강 위원장은 년간 적정 편수를 60편 정도라 여긴다고 전제한 뒤, 먼저 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문화관광체육부 등 공공재원을 출자하여 600억 규모의 중형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했다. 이중 영진위는 약 25%에 해당하는 160억을 투자하게 된다. 중형 펀드는 단순히 투자 금액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에 부문투자만 했던 것과 달리 메인투자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100억 규모의 기출자 투자조합을 병행하는 한편, 각각 50억 규모의 다양성영화 전문투자조합과 국제공동제작영화 전문투자조합을 추가 및 신규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양성영화 전문투자조합을 추가로 결성하며 영진위 예산을 25억 가량 투입해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HD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연간 2, 30편 가량 제작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프랑스와 뉴질랜드에 이어 다양한 국가들과 공동제작을 활성화하는 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해 여기에 영진위 예산 22억을 투자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말까지 위원회의 기출자 투자조합을 통해 신인감독의 작품들을 위주로 편당 3억씩 10편에 총 30억의 제작지원비를 투자하고, 기획개발 단계의 영화들에 대한 투자로 편당 1억씩 10편에 10억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까지 총 40억의 예산으로 20편 가량의 영화가 기획개발 혹은 크랭크인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연간 한국영화 적정편수를 확보하면서 나아가 한국영화의 점유율도 일정 정도 유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영진위의 방침이다. 한편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을 양성화, 확대하는 한편 DVD 시장을 복원하고 다큐멘터리 시장을 새로이 창출하겠다는 이른바 3D 시장 공략을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강한섭 위원장은 "현재 한국영화는 극장수익에 82%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강조하면서, "외국의 경우 DVD 및 부가판권 시장이 극장 수입 시장의 2배에서 4배에 이른다. DVD 및 부가판권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서 마이클 무어와 같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정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한국 역시 영진위의 출자조합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에 대한 투자를 일정 부분 의무화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 9월 영상자료원 및 KTV와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는 것이 강 위원장의 설명이다.
| |
|
강한섭 위원장 ⓒ프레시안무비 |
|
이를 위해 영화산업 주체간의 상생협약을 자율적으로 맺을 수 있도록 추진하며, 이를 통해 어떤 영화든 최소한의 상영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소위원회를 최소한도로 두고, 특히 영진위의 규정에 나와있는 대로 5인으로 구성되는 공정경쟁특별위원회를 11월 내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진위의 중형 펀드 계획에 대한 반응은 다소 썰렁한 편이었다. 질의 응답 시간에 나온 질문들 역시 대체로 중형 편드가 기존에 영진위가 진행해온 다른 펀드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과연 목표액에 도달할 수 있겠는지에 집중됐다. 장내에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드리는 건의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영화산업정책포럼 명의의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국정감사 당시 영화펀드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 모태펀드 출자가 중단된 상태임을 지적하며 앞으로 영진위가 출자할 투자조합에 대해 정부출자분의 목표수익율 0%, 우선손실충당조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사 기획시대의 전 대표로 한국영화산업정책포럼의 공동대표단 중 한 명인 유인택 대표는 보도자료와 관련해 과연 지금의 상태에서 중형 펀드 결성이 가능할 것인지 회의를 표했다. 한편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차승재 회장은 과거 영진위의 공급과잉 정책에 의문을 표하던 강한섭 위원장의 기본 방침이 변화한 것인지 묻는 한편, 수익분배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상생협약의 실체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상민 부위원장은 "국정감사 때 지적된 것은 심사 시스템이 다소 낙후돼 있고 책임경영이 부족했던 과거에 대한 지적"이라며, 펀드 운영에 있어 원칙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강화한다면 문제없을 것이라 답했다. 강한섭 위원장 역시 "지난 10년간 한국영화가 엄청난 성과를 거둬온 것이 사실이지만, 공적 기관으로서 건전한 감독과 적절한 규제 기능이 부족했다"며 신뢰 기반이 취약했던 만큼 이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위원장은 영진위가 이해관계와 의견이 상충하는 부분들에 대해 조정과 지지를 하는 공적기관임을 강조하고, 영비법이 규정하는 대로 화해와 상생을 위한 장을 만들어 영화인들이 자율적으로 소통과 협력관계를 구축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말했다. 또한 다양한 영화에 대한 지원과 관련, 영진위가 아트플러스 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극장들뿐 아니라 전국 2천 개의 스크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멀티플렉스에서도 다양한 영화를 상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