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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악의 내분으로 '벼랑끝 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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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악의 내분으로 '벼랑끝 위기' 자초

임시대의원대회 '폭력사태'로 무산, 창립 10년 민주노총 최악위기

1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발해 사회적 교섭 재개는 무산됐고, 민주노총의 절차적 민주주의는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됐다. 이에 따라 이수호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 기아차 인사비리로 가뜩이나 국민적 불신에 직면한 민주노총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단 한건도 처리 못한 대의원대회**

1일 오후 2시30분 영등포 구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34차 임시대의원대회'는 이날 밤까지 8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단 하나의 안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또다시 무산됐다.

이날 대회는 지난달 20~21일 개최된 제33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성원 미달로 처리되지 못한 안건인 ▲사회적 교섭 승인 건과 ▲고용보험과 국가예산 확보 및 남북교류기금사용 승인 건 등을 처리하기 위해 긴급히 마련된 자리였다. 특히 이날 대회에는 최근 노동계 도덕성 위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민주노총 자체조사 결과 발표와, 2월 임시국회에서의 비정규직 관련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가 예고돼 있어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첫 번째 안건인 '사회적 교섭 승인 건'을 두고 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저녁 9시 40분께 의사정족수 미달로 또다시 대회 자체가 유회됐다. 총 대의원 7백85명 중 의사정족수인 3백93명에 17여명이 부족한 3백76명의 대의원만 자리를 지켜 규약에 따라 자동 대의원대회가 유회된 것이다.

이같은 사태는 극소수의 대의원들과 일부 조합원들로 구성된 '노사정담합분쇄,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전노투)가 단상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단상 점거는 오후 5시께 이수호 위원장이 안건 찬반토론을 종결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자, 참관인석에 있던 조성웅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이 단상에 오르려 하면서 시작됐다 . 진행요원이 조 위원장을 가로막았고, 그러자 참관인석에 있던 전노투 소속 조합원들이 우루루 몰려들면서 단상 점거를 시도했다.

단상을 점거한 이들은 '표결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며 의사진행을 강력하게 막았다. 이 과정에서 점거를 비난하는 대의원들과 노골적인 욕설을 동반한 입씨름이 오갔으며, 참관인석에서는 치고받는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에 "대회를 사수해야 한다", "회의 규정에 따라 표결을 감행한다"며 다시 한 번 표결을 강행하려 했다. 그러자 전노투는 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일부는 바닥에 시너를 뿌렸다. 진행요원들도 단상에 올라 전노투의 의사진행 방해를 강력 저지를 시도했으나 흥분한 전노투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전노투는 소화기 분말을 분사하고, 소방호수를 끌어와 물을 뿌리는 등 순식간에 대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대의원들을 가르키며 "하청노동자들이 다 죽어가는데, 사회적 교섭 추진이 왠 말이냐"며 "바닥에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을 다 죽일 셈이냐"라고 소리쳤다. 사회보험노조 한 조합원도 "우리가 단상을 점거하고 사회적 교섭을 저지하려는 것은 바로 우리 목숨이 달렸기 때문"이라며 "98년 노사정 협의의 아픈 기억을 모두 잊었느냐"라고 항변했다.

회의 진행을 맡은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만큼은 지켜달라", "참관인은 참관인석으로 돌아가달라"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단상앞 대의원석에선 "해도 너무 한다", "토론을 막는 것도 아닌데,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탄식과 분노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대회 무산을 성사시킨 전노투는 대회 무산 이후에도 단상에 남아 '총파업가(歌)'를 부르며 자축했다.

참관인석에 있던 노동계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건과 별개로 민주주의의 기본마저 무너져내리는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며 "더구나 TV화면으로 지켜볼 일반 조합원들은 조직에 대한 불신감으로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전노투는 대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후 1시반부터 대회장 앞에서 별도의 집회를 가지며, 사회적 교섭 건 통과를 결사저지할 것을 결의해, 대회 난항을 예고했다.

이들은 대회장에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자본과 정권이 원하는 '사회적 대화'란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계급적 단결을 막아내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정규직 임금하락을 통해 최대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더 이상의 사회적 교섭 논의는 무의미하며 2월 총파업에 총력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위원장, 사의 표명**

이날 대회가 또다시 유회되자, 이수호 위원장도 신상발언을 통해 사의를 강력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중 "지난해 2월1일자로 위원장으로 당선돼 여기까지 오는 동안 부족하고 미흡한 일이 많았다. 자본과 정권의 교묘한 공격 앞에 최선을 다해 조합원의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대의원대회가 진행되지 못하고 무산될 경우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의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조만간 중앙위원회를 열어 집행부 사퇴 및 재신임 여부, 노사정 대화 복귀 등을 결정하기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 재소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나, 이 과정 또한 치열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 총체적 위기 직면**

이날 대회 무산은 민주노총을 창립후 최대 위기로 몰아갈 전망이다. 최근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심각한 내부분열 양상까지 국민앞에 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2월 비정규 관련법안을 강행처리키로 한 시점에서 이같은 극한 내분사태를 노정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스스로 무력화의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기도 하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대회 무산 직후 "대회 무산으로 2월 총파업 투쟁마저도 하기 힘들게 됐다"며 "조직의 의사결정 기구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정파간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 이상, 총파업을 결의해도 제대로 수행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의 기저에는 정규직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에 대한 비정규직 노조 등의 불신이 강하게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차 인사비리를 계기로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고, 이를 계기로 자본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국민앞에 파국적 내분 양상을 노정했다는 사실은 최악의 자충수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

지난 1995년 서울노동자협의회, 전국노동자협의회를 거쳐, 간난신고 끝에 창립된 민주노총이 10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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