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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들이여, 대통령을 굶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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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들이여, 대통령을 굶겨라!

[완군의 워드프로세서] 땡박뉴스

지난 3월, 언론학자 원용진은 '이명박+음식이름'이 타 대통령과의 조합을 압도해 수많은 장면과 음식을 낳고 있음을 지적하며 "언론과 정치, 정권이 우정을 내세운 결과 언론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서로 간 교류가 문화화 되자 부드럽다 못해 정겨워지기까지 했다. 정권을 눈에 넣고도 즐거워 할 정도로 인내심도 커졌다. 과거 민간항공기가 떨어져 200여명의 사상자가 나도 뉴스 첫 머리에 전두환이 하수구 청소하던 모습을 먼저 전해주던 그런 시절의 우정, 사랑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원용진 개인 블로그 '언론들이여 대통령을 굶겨라' 중) 설마설마 했는데, 그런 때가 오고 있다. 아니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와~' 이렇게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여자 핸드볼팀이 애매한 판정으로 통한의 1초, 통한의 한 골로 패배했던 것에 대해 '아이~' 이렇게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스의 '땡박'화가 완연하다. 밤 9시가 되면 곧장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하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위의 멘트는 아직 현실은 아니다. MBC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코너 중 하나인 '대충뉘우스'의 일부이다.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하를 보여주는 수준의 정부이다. 풍자가 적나라한 현실이 될 날 멀지 않았다.

'진실 중심' MBC가 겨우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이고, '한 시간 빠른 뉴스' SBS는 이미 황폐화됐고, '대한민국 대표뉴스' KBS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오죽하면,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고현욱)가 "KBS의 메인뉴스 <뉴스 9>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뉴스를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단독 꼭지로 보도하고 있다"고 할 정도일까?

아시다시피, KBS에는 고풍스런 머리 모양이 특히 인상적인 이병순 낙하산이 떨어졌고, 상업방송 SBS는 저항할 이유가 없고, MBC 역시 <PD수첩> 사과방송 이후 시사교양국 일부 PD와 노조 정도를 제외하곤 진압이 된 상황이니 뉴스의 '땡박'화는 거릴 낄 것이 없는 상황이다.

9월 30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금융 위기 선제 대응 잘 해'
10월 1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외화 유동성 공급해 시장 불안 막아야'
10월 2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초당적 협력 당부'
10월 6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한중일 금융정상회담 제안'
10월 7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와환위기 때와 달라'
10월 8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달러 사재기, 욕심 가져선 안 돼'
10월 9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추진'
10월 10일 KBS <뉴스 9> '이 대통령, 국민 단합하면 극복 가능'
▲ 9월 30일 이후 KBS의 <뉴스9>가 보도한 대통령 동정 꼭지들과 지난 21일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위기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 없는 짧은 통화를 방송 3사 뉴스가 보도한 시간을 비꼰 사진. 그날 뉴스는 '안티MB카페 부대표 구속', '촛불관련자 기소 혐의 전면 부인', '기륭전자 노동자 2명 구속' 등의 소식들은 영상으로 전하지 않았다.

2MB 정부가 출범 이후 연이은 실정과 시간차 없는 촛불이 이어지면서, '통상 6개월 정도 지속되는 정권과 언론의 허니문이 이젠 없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촛불이 끝나자마자 정권은 기다렸다는 듯 사정없이 방송을 두들겨 팼다.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잃어버린 10년'이 방송 때문이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던 불안 증세가 있었던 정권과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 매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낙하산 투여, 인사 보복, 프로그램 폐지 위협 등으로 이어진 정권의 야만적 폭력에 질려버린 방송은 아예 학대를 반복해서 받을 때 생기는 '매 맞는 아이 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에 걸려 버렸다. 정권의 치부를 폭로할라 치면 다가올 공포가 두려워 눈을 질끈 감게 되고, 대통령이 한 말씀이라도 했으면 받아 주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가 되어 버렸다.(이 와중에 뉴스의 이면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꿰뜷던 YYN의 <돌발영상>마저 불방 되니, 환장할 노릇이다, 정말~)

지난 주 내내 내용 없는 '뉴스'가 전달하는 허무함으로 심란했다. 경제는 숨통을 조여오고, 인터넷에는 재갈이 물려지는 상황에서 국감은 내 탓, 네 탓 공방으로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데, 막강한 힘을 가진 방송은 오매불망 정권의 편에서 꼼짝을 않기로 한 모양새다.

경제는 공황적 수준에서 허우적거리고 "최소 500억~700억 달러 규모의 외부 달러 차입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아우성인데, 공중파 뉴스는 한가롭게 해외 정상을 만난 이명박 대통령이 화이팅을 외쳤다는 소식을 전할 뿐이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국감장에서 기자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해댔지만, 뉴스는 또 그저 담담할 뿐이다.

언론 장악 시도는 진행 중인가, 완료되었는가. 국정원 차장까지 참여한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선 무슨 말이 오갔을까, 왜 뉴스는 그것이 논란이라고만 전할 뿐 내용을 파고들지 않는가? 입만 열면, 프레스 프랜들리를 외치던 정권이었는데 이젠 프레스가 2MB 패밀리즘으로 화답하는 것인가. 땡박뉴스는 오고 있는가, 이미 왔는가? 이번 주의 열쇠말은 '땡박뉴스'이다. 방송인들이여, 대통령을 굶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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