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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접 못 받는 벌거숭이를 아십니까?"

[벼랑 끝 31년, 희망 없는 강의실 ③]

다소 주관적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비정규교수 노동의 실상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10년 동안 독일에서 공부하고, 2000년 8월 2일에 귀국했다. 운 좋게 분반된 교양과목과 강의하기 힘든 전공과목을 배정받고, 9월 1일부터 주당 5시간 강의를 했다. 이 5시간 강의를 위해 1주일 내내 강의준비를 했다. 사실 처음 맡은 강의는 1시간 강의를 위해서 4~8시간 준비해야 된다. 나중에 비슷한 강의를 맡게 되면 점점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은 적어진다. 교양 1강좌(당시에는 2시간), 전공 1강좌(3시간)해서 1학기(6개월) 총 300만 원 받았다. 첫 강의료는 10월 5일에 받았다. 그전에는 현금서비스로 생활했다. 정말 시간강사가 강의만 하게 되면, 설날과 추석에는 공식적으로 사람대접 받기 힘들다. 추석과 설날에는 강의를 하지 않거나, 거의 강의료가 남아 있지 않는 상태이다.

시간강사들은 학교에서 '교수님' 소리를 듣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안 됐다는 표정으로 '보따리 장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주위에 친척이나 친한 사람들은 매번 자리 잡았나 하고 묻는다. 본인은 좋아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명절이 되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지는 시간강사들이다. 특히나 처갓집에 가면 더더욱 가시방석이 된다. 그리고 사정도 모르고 은행에 대출이라도 하려고 가면, 신용대출이 안 된다는 매정한 소리를 듣는다. 시간강사들은 자신을 마누라나 부모 등쳐먹는 사람들이라 불리기까지 한다. 시간강사는 벌거숭이로 가마타고 다니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교수라고 불리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한 종류는 정규직으로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이다. 다른 한 종류는 비정규직으로 통칭 시간강사, 대학강사, 외래강사이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은 비정규교수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연구교수, 초빙교수, 강의전담교수, 겸임교수 등이 있다.
▲ 연구실조차도 없는 시간강사, 그야말로 보따리장수다. ⓒ이광수

대학생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수의 차이를 잘 모르고, 아는 학생들은 좀 안다는 태도로 '강사님'이라고 부르는 정도이다. 그래서 대부분 대학생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하지 않고 교수라고 부른다. 겉으로 보기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의평가에 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교양강의에서는 시간강사가 학생들에 의해서 좀 더 높이 평가되고 있고, 나머지 전공과 교직 강의에서는 좀 낮게 평가되고 있다. 평균하면 전임과 시간강사는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2008년 4인 가구의 년 최저생계비 1519만176원이고, 시간강사 1년 연봉은 999만 원(3과목 9학점 기준)이다. 2008년 9월 11일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제도과에서 발간한 대학 시간강사 기본 현황 분석보고에서 보면, 2008년 전임교원은 5만8819명이고, 시간강사는 7만2419명이다. 국립과 사립을 평균한 전임강사 연봉은 4123만8000원이고, 시간강사 평균연봉(평균 4.2시간×30주×3만7000원)은 487만5000원이고, 시간강사 연봉추정액(주당 9시간근무×30주×평균단가)은 999만 원이다. 전임강사가 시간강사에 비해 약 4.12배 많다.

시간강사들이 대학에서 하는 강의 담당비율은 35%정도이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비율은 교직원 전체 인건비의 3~10%이다. 이러한 인건비 비율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의의 많은 부분을 점점 시간강사로 채우고, 이 때문에 비정규직 교수의 수가 점점 늘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전임교수대신에 강의하게 한다고 말하지만, 상당수의 사립대는 몇 백억이나 되는 자체 적립금을 가지고 있고, 대학은 등록금을 계속 올리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대학은 대학교육의 발전이 아니라,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겠다. 대학의 파행적인 운영과 비례해서, 대학강사는 가족, 사회, 대학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시간강사는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지난 2월말 국내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시간강사가 미국에서 자살한 것과 같은 달 11일 서울대 불문과 강사 박모씨(여·43)가 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자살한 것, 그리고 2003년 노문과 백모박사, 2006년 독문과 권모 박사가 자살한 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 7만 시간강사가 연 1000만 원, 경쟁이 치열한 서울과 수도권은 연 500만 원 정도 강사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대학교원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은 고등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대학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비정규교수 노동조합이 있는 한 대학은 조합간부를 대학에서 퇴출시키려 5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를 더 이상 강의를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시간강사들을 구할 수 없어서 다시 5년 이상 강의한 시간강사를 강의하게 했다. 이 경우는 바로 대학의 학문후속세대가 단절되고 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2008년도 총 강의시간 중에서 전임교원이 54.9%, 시간강사가 36.1%, 겸임/초빙교원이 8.8%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강사의 학력은 석사이하가 44.5%, 박사수료 13.8%, 박사 학위자가 41.7%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도와 2008년도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은 6개월 이내가 88.3%이다. 실제로는 계약서가 없고, 대학에서 전화가 와서 강의를 해달라고 하면 강의를 한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조교로부터 전화가 없으면, 강의가 없는 줄 알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2006년도 국립과 사립대학에서 시간강사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가입은 거의 0%에 가깝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50%정도 된다. 시간강사의 고용 불안정은 전임교원과 하늘과 땅차이이다. 고용이 불안정하면 미래를 전망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를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이유는 바로 고용불안정에 있다. 더군다나 시간강사의 배우자는 자신의 남편이 몇 년 지나면 전임이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시간강사로 있고, 현실적으로 전임이 될 전망이 보이지 않으니, 결국 이혼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대학 내에서 불안한 위치가 가정 내에서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 대학은 수익 사업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이광수

시간강사는 학내에 연구실이 없다. 2006년 10월 당시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내놓은 국·공립 대 시간강사의 공동연구실은 평균 116명당 1개, 사립대의 공동연구실은 평균 136명당 1개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시간강사는 학생들과 대화와 상담할 장소도 없고, 교육과정결정에 참여할 권리도 없다. 시간강사는 학생과 대화할 수 없어서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알고자하는지 모르게 된다. 또한 교육과정결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강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강의에 반영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간강사는 연구와 강의를 상호 연관시키기 힘들다. 사실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는 상호 보완되어야하고, 이러한 상호 보완을 통해서 대학이 사회와 국가의 힘을 증대시키거나, 사회를 질적 고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는 한 대학은 현실과 관계없는 허황된 소리나 해대는 집단이 되거나, 잘되면 직업학교가 될 뿐이다.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 교수에 대한 차별 시정권고를 내렸지만, 교육부는 대학의 눈치를 보면서 아무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더불어 시간강사는 자신이 강의하는 학과의 전임교수들 눈치를 보고, 그리고 더 나아가 전임교수들 뒤치다꺼리도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이유 없이 혹은 다른 '합리적인' 이유로 강의를 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학과나 전임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것은 다만 차이일 뿐이다. 사람들은 묘해서 체계의 논리에 자기도 모르게 적응하게 되고, 체계의 논리에 따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하는 시간강사들도 오랫동안 이런 짓을 하다보면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합리화하거나 내면화시킨다. 약간 과장되게 말하면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 교수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곧잘 비유되곤 한다. 이 양자 사이에 생산적인 대화와 비판은 사라지고, 대학 내에서도 힘 있는 자의 명령과 힘없는 자의 복종만 있게 된다.

시간강사는 어떻게 되는가를 한 번 보자. 강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 4년(남자는 군대 2~3년 추가됨),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2년 그리고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기간이 걸린다. 그 중에서 운이 좋으면 대학에서 교수가 되는 평균 연령이 40대이다. 대학졸업자보다 평균 5년 이상 더 대학에서 일정한 수입 없이 공부를 하고서도 직업에 대한 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강사는 노령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20~30대 시간강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박사수료 후에 시간강사가 대학에서 강의를 받는 경우는 주로 인맥을 통해서다. 이 바닥도 학맥과 인맥에 따라 강의 시간이 들쑥날쑥 한다. 역설적으로 시간강사는 강의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연구할 시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다른 이처럼 나이 들어 자신의 밥벌이를 스스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의를 내팽개치고 공부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박사수료하고 학위를 받기위해 논문을 써야하는 경우에는 강의시수를 10시간 이내로 줄여야한다. 이 경우에 시간강사는 양가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도움이 있어야 논문을 작성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잠시 시간강사와 다른 근로자와 단순히 시간당 임금을 비교하면, 시간강사의 시간당 평균 강사료 3만 원은 작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강사가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준비하는 기간(대학 졸업 후 최소 4년 이상) 그리고 강의를 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적정한 자격의 시간강사로 지속적으로 재생산 되려면 1년에 논문 1편 이상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시간강사가 사회·문화적으로 대학에서 주당 9시간 강의를 하기 위한 재생산 비용을 말한다. 물론 시간강사의 사회·문화적 재생산 비용은 각 나라별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즉 특정한 나라 혹은 지역에서 시간강사가 이번 주 혹은 이번 학기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다음 주 혹은 다음 학기에도 똑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문화적 상태로 강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시간강사의 재생산 비용이다. 이러한 재생산을 위해서 시간강사는 최소 생활비와 강의를 하기 위한 비용과 연구를 위한 비용, 학생들과 전임교수와 최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비용 등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시간강사가 강의만 해서 생활을 하려면 주당 평균 20시간 이상을 해야 한다. 시간당 평균 강사료는 3만원(사립대: 2만원~5만원, 국립대: 4만원~5만원)이다. 시간강사는 학기당 15~16주강의료(부산은 15주 강의를 한다)를 받기 때문에 1년에 30~32주강의료로 1년(52주) 생활을 해야 한다. 20시간이면 하루에 평균 4시간 강의를 하는 셈이다.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의 절반을 차안이나 거리에서 보낸다. 주당 20시간 강의를 하게 되면 강의준비도 겨우 한다. 학기 중에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나마 강사가 주당 20시간 배정받기도 힘들다. 그래서 방학 중에는 각자 여건에 따라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의 과제를 수행하거나, 다른 부업을 가진다. 물론 학진의 과제와 부업은 학기 중에도 한다. 시간강사가 연구를 하려면 학진과제에 선정되어야 하는데, 선정되기 위해서 계획서를 만드는데 몇 달간 준비를 한다. 그리고 선정되면 선정된 과제를 완성되기도 전에 또 새로운 학진과제를 신청하기 위한 계획서를 작성한다. 이나마 학진과제의 인문분야 선정율은 20%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강사가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강사의 심신은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한국대학교육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대학은 비정규교수의 강의시간을 전임교수와 동일하게 9시간으로 제한하고 강사료를 1시간에 10만원 이상을 방학 중에도 고정급으로 지불해야 하고, 또한 대학은 비정규교수에게 연구실을 제공해야한다. 그리고 동시에 비정규교수는 학사운영에 참여하여야한다.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학교육의 절반을 책임지는 비정규교수 몫을 착복하는 대학에게 저항해서 수준 높은 고등교육의 질을 확보하도록 촉구해야한다. 정규교수와 더불어 비정규교수들은 학부모와 대학생들과 연대해서 국회와 정부에 대해서 대학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해야한다. 비정규교수들은 교원지위를 회복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주체로서 적극 나서 권리를 지키고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 이 연재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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