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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노동연구원장 "비정규직 기간 제한 아예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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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노동연구원장 "비정규직 기간 제한 아예 없애자"

"정규직 해고도 자유롭게…퇴직금 조항도 없애야"

한나라당, 노동부 등이 현행 2년으로 제한돼 있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박기성 원장이 "기간 제한 자체를 없애자"는 제안을 내놓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박 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23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하는 '새로운 발전 전략 모색을 위한 국정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리 이 사실을 안 한국노총이 전날 연구원을 찾아가 항의하고 "퇴진하라"는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슬그머니 발제자에서 빠졌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기간제 근로 동의하면 법 적용서 제외하자"
▲ 한국노동연구원의 박기성 원장이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 제한 자체를 없애자"는 제안을 내놓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프레시안

박기성 원장은 '비정규직 보호법의 효과와 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미리 작성해 배포한 발제문에서 비정규직 사용 기간 제한을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 원장은 "기간제 사용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거나, 2년 사용 뒤 2년 연장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장에 불과하다"며 "사용자와 노동자가 2년 이상 기간 동안 기간제 근로를 하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경우 비정규직 관련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자"고 제안했다.

사용 기간 연장이 '정규직은커녕 대량 해고'를 양산하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는 것은 노동계의 주장이다. 대신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으로 실질적 보호 효과를 제도적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해 왔다.

반면에 박 원장은 "기간 제한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사용자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고 나선 것. 박 원장은 더 나아가 "정규직 과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고 관련 조항을 완화해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퇴직금 관련 조항도 완화, 혹은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

한국노총, 항의 방문에 "퇴진하라" 성명…세미나 주최 측 발제 제외

이 같은 내용이 세미나 전에 알려지자 한국노총은 '발끈'했다.

22일에는 손종홍 사무처장 등 사무총국 간부들이 노동연구원을 찾아가 "연구원이 최근 반 노동자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여기에는 최근 복거일 문화미래포럼 대표가 노동연구원의 초청을 받아 "노동조합은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주장한 것도 작용했다.

한국노총은 또 성명을 통해 "박 원장이 지난 2개월 동안 보여준 행태가 공공 연구 기관의 장으로서 양식과 자질을 갖추지 못했음을 충분히 입증한 만큼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 등 30여 명의 한국노총 간부들이 "세미나를 원천 봉쇄하겠다"며 세미나 장소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같은 '소란'이 이어지자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박 원장의 발제 자체를 취소하고 다른 세미나만을 진행했다.

하지만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시국 선언'에 참여하기도 했던 박 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개인의 독단적인 '신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최근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사용 기간 연장 등 '사용자 편향'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만큼, 단순한 '해프닝'이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 정책이 조금씩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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