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길 위에 선 순례단의 고민은 38년 전 '전태일'이었다. 오체투지 순례 48일째인 지난 21일에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회사 정문 앞 고공 농성에 경찰의 특공대가 투입돼 김소연 분회장 등이 강제 해산됐기 때문이다.
순례단은 이날 "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아픔에 대해, 그리고 그 아픔이 평온해지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했다"고 밝혔다.
"38년 전의 절규가 지금도 들린다"
이들은 "정부와 회사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의 처절한 절규가 그리도 무서웠을까 생각해 본다"며 "1970년 11월 13일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한 노동자(전태일)가 몸으로 절규한 이후 38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그 외침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례단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순례가 익숙해졌으니 육체적인 고통이 줄어들었냐'고 묻지만, 여전히 고통스럽기만 하다"며 "그러나 세 성직자는 '몸이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 상황에서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고, 이 정도 아픈 것이 어디 큰 문제냐. 이렇게라도 국민을 위한 기도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사람다운 세상이 그립다"
특히, 이날 충남 부여 비로사에서 일행과 함께 온 박인숙(75) 할머니는 "옛날에는 인정도 많고 인심도 후했는데 사람들이 갈수록 자신 위주로만 살아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며 "그저 남에게 베풀고 욕심내지 않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할머니는 순례단이 지나는 것을 육교 위에서 행렬을 바라보며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이라도 같이 하겠다"며 징소리에 맞춰 목례를 했다. 그는 순례단이 절을 하는 동안 목례를 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재 기륭 노동자들처럼 사회에서 소외받아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순례의 뜻에 동참했다.
순례단은 "어느새 80 : 20으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고, 특권층이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 계속 추진되면서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평화롭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이 할머니들의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점심시간에는 부여 비로사의 비로자나 유치원 어린이들이 순례단을 위한 공연을 했다. 태권도, 부채춤, 반여심경 독송 등의 공연을 펼친 어린이들을 보면서 순례단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순례단은 이날 충남 논산고등학교 인근 1번 국도에서 순례를 시작해 논산로터리 전방 400m 지점에서 종료했다. 순례 49일째인 22일 현재 이들은 23번 국도의 논산 광석면 왕전리 왕전초등학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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