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회사 측 용역 경비원, 구사대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대하는 공권력의 태도를 놓고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이 용역 경비원이 시민에게 폭력을 휘둘러 이가 부러지고, 팔 다리가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입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21일 기륭 노동자들이 벌이던 고공시위에 대한 진압작전에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되기까지 했다. (☞관련 기사: 기륭 이사 "돈 줄 테니 북한으로 가" 막말)
'경찰의 날 63주년'인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연대 등 41개 인권단체가 함께하는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륭전자 앞 집단폭행을 묵인, 방조하고 시민들을 연행한 경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폭력 깡패의 하수인인가?"
이들은 "기륭전자 앞에서 벌어진 폭력 만행보다 더욱더 경악할 만한 사건이 경찰에 의해 일어났다"며 "폭력 현장에서 용역깡패 10여 명이 노조원을 쓰러뜨리고 집단적으로 구타할 때에도, 때에도 경찰은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제로 경찰이 용역들과 구사대에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문재훈 서울남부노동법률센터 소장은 지난 밤 현장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맞아 얼굴에 상처가 났다. 그는 "경찰이 현장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을 진압하려 할 때 관자놀이 부분을 주먹으로 맞았다"며 "내가 이 정도이니 조합원들은 더 많이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한 것은 연행은 경찰이 해 놓고, 나를 붙잡아 두고 관리하고 끝내 풀어주는 것은 모두 용역 업체 직원이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경찰이 언제 용역 깡패의 하수인이 됐냐"고 꼬집었다.
홍윤희 기륭전자 분회원도 "지난 밤, 참담한 공권력의 모습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정권은 폭력이 아니고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노동자 편 들어달라는 것 아니라 합리성 가지고 차별하지 말라는 것"
이들은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기륭전자로의 직접 고용 요구는 자신을 직접 사용한 사용자가 책임을 지라는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라며 "이런 요구에 대해 폭력으로 대응하는 사측의 만행을 방조·조장하고, 항의하는 시민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것은 경찰이 기륭전자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성토했다.
민변의 조영선 변호사는 "전날 현장에서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64만 원을 받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그렇게 맞아야 할 일이었냐"고 따졌다.
그는 "경찰에게 노동자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지고 차별하지 말아달라고 소박한 요구를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경찰 비호 아래 용역깡패들이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경찰의 직무유기"라는 이유였다.
조 변호사는 또 "강제 연행당한 시민들에 대한 접견 신청을 경찰이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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