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이코패스, 당신 자식은 안전하십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이코패스, 당신 자식은 안전하십니까?

[김종배의 it] '묻지마 살인'을 또 접하며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불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회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이코패스가 '묻지마 살인'을 벌이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 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불만 때문이라면, 자신에게 좌절을 안겨준 사회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라면 원한대상·표적집단을 정해 범죄를 저지르는 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묻지마 살인'의 피해자는 한결같이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질질 끌고 귀가길을 재촉하던 직장인, 민원 처리에 여념이 없던 공무원, 젊은 여성, 지하철에 몸을 실은 도시 서민, 돈 벌러 한국에 온 중국동포였습니다.
  
  몇 분의 심리학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답변이 똑같더군요. 사이코패스는 표적집단을 설정할 만큼 이성이 남아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사이코패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로 무감각한 성향을 보이는 게 특성이라고 하더군요. 자신을 무시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적개심을 표출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 중에도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고 하더군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병아리를 날려 죽는지 사는지 지켜보는 아이, 쥐에게 불을 붙여 죽는지 사는지를 바라보는 아이 모두가 사이코패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외국에서 두 살짜리를 풀장에 빠뜨리고 물끄러미 지켜본 6살짜리 아이를 상담한 결과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발견했다고 하더군요.
  
  사이코패스가 남을 배려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이 희미해지는 경쟁사회의 부산물인 만큼 그 근저에는 대화 단절이란 요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대화 단절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라고 했습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어릴 때 나타나든 성년 초기에 나타나든 그것은 대화 단절·대인관계 단절에 따른 외로움이 켜켜이 쌓여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심리학자가 꼬집더군요. 우리 부모들은 자녀와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시험 점수 몇 점 나왔니?' '뭐 먹을래?'는 물어도 '오늘 네 기분 어때?' '하교길에 푸른 하늘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라고 물어보지는 않는다고 비판하더군요. 부모나 아이 모두 입시에 매달리다보니 대화 내용이 뻔해지고 그러다가 대화 방법조차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른다고 지적하더군요. 아이들 손을 잡고 들로 산으로 나가기만 해도 자연스레 대화가 이뤄질 텐데 그런 부모자식이 얼마나 있느냐고 묻더군요.
  
  토로할 데가 없는 게 문제라고 하더군요. 우리 학교에 심리상담가가 몇 명이나 있는지 아느냐고 반문하더군요. 외국에서는 연예인 특히 아동 연예인에게는 심리상담가가 반드시 따라붙는다고 하더군요. 연예인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토로할 데가 없다'는 것이라고 전하더군요.
  
  그렇게 울타리에 갇히면서 어떤 이는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선택하고 어떤 이는 사이코패스로 변해간다고 했습니다(물론 사이코패스의 원인이 이것 하나만은 아닙니다만).
  
  불현듯 기사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서울 논현동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두른 정모 씨가 식탁 위의 물병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는 걸 봤다는 주민의 목격담이 떠올랐습니다(정씨가 사이코패스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고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알고 지내던 잡지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심경을 토로했다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남이 아닐지 모릅니다. 깊은 외로움에 발버둥치는 이가 남이 아닐지 모릅니다. 내 자식일 수도 있고 당신 자식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 자신일 수도 있을 테고요….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