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 발발후 일주일만인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채용비리에 노조간부가 연루된 사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수호, "기아차 비리사건, 머리 숙여 사죄"**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영등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번 공식 사죄는 지난 사건 직후인 21일 논평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힌 것과 비교해 한층 강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동운동간부가 채용과 관련하여 비리에 개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초간 머리를 깊이 숙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보다 건강하고 투명한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철저한 자정노력을 펼쳐갈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행위가 발생할 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격한 징계조치로 도덕성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아차 진상조사대책위 27일부터 공식활동 시작**
민주노총은 사죄와 재발방지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이번 기아차 채용비리 사건의 전모를 확실히 파헤칠 것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한 '기아차 진상조사대책위원회'(이하 기아차 대책위, 단장 강승규) 관련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기아차 대책위 단장인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어제(25일) 1차회의를 마치고 인선을 마무리했다"며 "조사의 중심은 기아차 노조가 조직적으로 얼마만큼 채용비리에 연루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을 단장으로 총연맹 임원과 금속산업연맹 간부, 광주 지역본부 관계자 등 8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26일 오후 기아차 광주공장에 내려간 뒤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책위 활동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또 27일 기아차 노조 광주 지부와 기아차 광주공장 인사관계자들과 면담을 한 뒤, 28일에는 기아차 본부노조에서 채용비리의 발단과 과정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조사 기간과 조사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후진적 기업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이 근본 원인"**
민주노총은 이날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도 '무조건적 사죄'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역력히 표출됐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측의 입사비리로 입사를 둘러싼 이권을 정치인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분해주고 이권을 챙겨온 사건"이라며 "채용비리에 노조 간부가 연루된 것은 어떤 이유로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지만, 사측의 농간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에서도 "사측의 매수놀음에 놀아난 노조간부도 문제지만, 이런 비리로 노조간부를 엮어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를 해 온 인사노무관행이 본질적 문제"라며 "정상적 노무관리가 아니라 후진국형 노무관리를 통해 노조를 길들여 나가려고 했던 기업인사노무시스템 전반의 문제가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간부가 채용비리에 깊이 관여한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잘못한 일이지만, 동시에 노조를 포섭하려는 전략 차원에서 진행된 사측의 인사노무관리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검찰 발표 시점 관련 의혹제기**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기아차 사태가 자칫 2월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를 앞두고 예고된 노·정 대격돌에 앞서 민주노총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의 인지도 몇 달 전이고, 이미 내사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월 비정규직 법안을 두고 예상되는 노·정충돌에 앞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터뜨린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자칫 민주노총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경계한 듯, "민주노총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검찰이 기획수사를 했다는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단지 시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의문이 든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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