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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뮤지컬 '오체투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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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뮤지컬 '오체투지 순례'

[오체투지 47일째]"미래세대를 위한다면…"

순례단원들이 순례에 참가하는 마음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우러져 한 목소리를 내는 오체투지. 이들이 각자의 몸을 땅에 기대며 표현하는 오체투지라는 춤. 그런 면에서 오체투지 순례는 한 편의 뮤지컬이다. 순례단원은 자신들이 품은 마음을 반주 삼아 오체투지를 하며 매일매일 한 편의 뮤지컬을 연출하고 있다.

처음 오체투지 순례 길을 떠나자고 제안했던 세 성직자는 오체투지를 왜 하는지, 지금까지 언론을 향해 말을 아꼈다. 대신 그 자리에 매일 매일 순례자들이 찾아와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얘기해 왔다. 이날 순례에도 김샘이 학생, 관미 스님, 이철수 화백 등 남녀노소, 외국인, 내국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바라는 세상을 품고 더 나은 미래를 소망하며 몸을 땅에 던졌다.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 순례를 마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문규현 신부와 김샘이 어린이. ⓒ오체투지순례단

오체투지 순례 44일째인 지난 17일 오후 일정 동안 오체투지를 직접 한 초등학생 김샘이(12) 학생의 꿈은 뮤지컬 배우다. 그는 스스로 "나는 아직 노래도 서투르고, 춤도 서투르다"지만 함께 살아나가야 할 대한민국에 대한 고민은 누구보다 깊다. 그는 지난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었다.

그는 오체투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라가 잘 되길 바래서"라고 했다. '나라가 잘 된다?' 무슨 의미일까. 그는 "광우병 쇠고기처럼 나쁜 음식 말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줬면 좋겠다"라고 그 의미를 에둘러 말했다.

김샘이 학생은 "세 분 성직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순례에 참여했다"며 "새만금은 결과가 좋지 않았으나 이번 일은 꼭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순례단은 "이 어린이의 간절한 기도에 누군가가 이제 답을 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국가 간 교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입해야 한다는 위선'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한다면서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핵발전소를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노력하고,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 한반도 평화를 찾는 일을 우선해야 하며, 사람을 차별하는 비정규직 같은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무엇보다 시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 없는 사회가 돼버린 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생명과 평화에 대한 작품을 많이 제작하고 있는 목판화가 이철수 화백도 이날 순례에 참여해 "이 시대의 문제는 돈의 심부름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며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물신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광명에서 온 최은희 씨는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야 하는데 (많이 가져도) 점점 더 행복을 잃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길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제 역할을 잘하고 나태하고 게으른 삶을 벗어나는 것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며 오체투지에 참가했다.

전주 평화동 성당의 김도숙 씨도 "세상의 빈부격차가 너무 커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며 "노력해도 결과가 없는 세상이 돼 버려 없는 자들의 상실감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희망을 상실한 것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생명을 지키는 것"

'예수 수도회' 이옥순 씨는 "개인적으로 생명의 길에 중요성을 두고 왔다"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한다면 당연히 먹을거리도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며 "광우병 쇠고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성직자들께 감사할 따름이며 그에 호응하고자 왔다"고 밝혔다.

이날 일찍부터 출발지점에 와 순례단을 맞은 김일회 신부도 "'다른 사람을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며, 여기에는 자연과 사물도 포함된다"며 "'생명의 길'은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기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오체투지가 생명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양성…미래 사회를 꿈꾸는 원동력
▲ 사진 중간이 폴란드가 고향인 관미 스님. ⓒ오체투지순례단

또 이날은 푸른 눈을 가진 스님도 순례 행렬에 함께했다. 폴란드가 고향인 관미 스님은 오체투지에 왜 참석하게 됐느냐고 물으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죽비소리에 맞춰 몸을 대지에 누일뿐이었다.

순례단은 "다양성은 그 어떤 말보다 중요한 말일 것"이라며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그 자체로 변화 발전할 수 없으며,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는 새로움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에 시작한 '길 위의 뮤지컬' 오체투지 순례는 순회 정기 공연을 펼친 지 지난 17일로 44회를 맞아 이제 마지막 공연을 코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 공연은 오는 26일 충남 공주 계룡산 신원사의 중악단이 될 것이다. 오체투지 순례 뮤지컬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 이들의 공연이 우리 사회에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지 자못 기대된다.

한편, 이날 순례단은 충남 논산 연무읍 마산리에서 출발해 은진면 삼암 삼거리까지 나아갔다. 순례 47일째인 20일 순례단은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하루 쉬고, 오는 21일 다시 순례를 시작할 예정이다.
▲ 이날 순례단은 충남 논산 연무읍 마산리에서 출발해 은진면 삼암 삼거리까지 나아갔다. ⓒ오체투지순례단

▲ 이철수 화백. 돈의 심부름꾼으로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지적했다. ⓒ오체투지순례단

▲ 인사하는 관미 스님과 김샘이 학생. ⓒ오체투지순례단

▲ 지난달 4일에 시작한 '길 위의 뮤지컬' 오체투지 순례는 순회 정기 공연을 펼친 지 지난 17일로 44회를 맞아 이제 마지막 공연을 코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 공연은 오는 26일 충남 공주 계룡산 신원사의 중악단이 될 것이다. ⓒ오체투지순례단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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