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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공무원·국회의원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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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공무원·국회의원만의 문제인가

[우석훈 칼럼]"농지투기, 법대로 하자"

1.

2008년 농림부의 '농림수산식품 주요통계집'에는 2006년 기준의 한국과 일본 사이의 논벼에 대한 생산비 비교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가 들어있다. 생산비 기준으로, 일본과 한국의 10아르당 가격은 거의 유사하다. 반면 일본은 토지용역비가 13.4%에 불과하고, 한국은 40.1%에 해당한다. 즉, 한국의 농지와 농지 사용료 즉 지대를 포함한 비용이 일본의 3배나 된다는 것인데, 일본 기준으로 하더라도 한국의 농지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에서는 차용이라고 부르는 것, 즉 임차농들이 지불하는 생산비는 18.4%와 3.0%로, 일본보다 6배나 높다.

이 간단한 몇 개의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한국에서 부재지주로 인한 농지제도의 문란이 일본보다 훨씬 심하고, 이로 인해서 농지비용 3배, 임차비용은 6배나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최종 생산비가 비슷할 수 있을까? 노력비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농민의 인건비가 일본에 비해서 훨씬 헐값으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 수치들이 어렴풋이 의미하는 것은 부재지주들이 토지를 투기 대상으로 매입하면서 한국의 농지는 일본보다도 훨씬 비싸진 상태이고, 이 상황에서 임차농이 비율이 높고, 이로 인해서 농민들 노동의 대가도 훨씬 헐값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상황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고생하지만, 소비자들도 비싼 토지사용료로 인한 높은 농산물 가격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경제라는 관점에서, 부재지주들이 불법으로 농지투기를 하면서, 이 부담을 농민과 소비자들 모두가 떠안고 있다는 것이 일본과의 쌀 생산비 비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나는 것이다. 이 상황이 쌀소득직불제 파동에서 드러난 농지투기의 경제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농지투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법대로만 집행이 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농지투기꾼인가? 이미 쌀소득직불제로 인해서 20여만 명 정도가 한국의 농지투기꾼이라는 것은 드러나 있지 않은가?

2.
▲ 쌀직불금 문제는 그동안 농민들 사이에서는 당하면서도 소작이 떼일까봐 말하지 못하는 문제였다. ⓒ뉴시스

약간 귀찮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농업에 대한 제도의 기본법에 해당하는 농지법을 살펴보자. 일단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1000제곱미터 즉 300평 정도의 농지는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주말농장의 명목으로 허용되어 있는데, 이 규모 미만은 직불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단 직불금을 받아간 사람들은 1000제곱미터 이상의 규모를 소유한 사람들이다. 참고로 이 정도 규모의 땅이면, 4인 가족 기준의 텃밭으로 충분한 규모이다.

한국에서 법인이 아닌 개인이 300평 이상의 농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세 가지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1)농업인, 2)상속인, 3)이농인 즉, 농사를 짓다가 이제는 더 이상 짓지 않는 사람, 세 가지 중에 하나이어야 한다. 이 상속인과 이농인도 무한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만제곱미터 즉 3000평이 소유 상한선이다. 상속받은 경우라도 3000평 이상을 넘어서는 땅은 1년 이내에 정리되거나 농지은행에 기탁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냥 가지고 있다면? 불법이고, 농지법 제 59조에 의해서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것이 그 처벌 규정이다.

대체적으로 50만 원 이상의 직불금을 받은 사람들은 1만제곱미터 이상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신의 법적 위상이 '농업인'이 아닌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 공무원 중 여기에 대한 유일한 예외는 "9조 4항에 의한 '선거에 따른 공직취임', 그 밖에 대통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자경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농지법 시행령까지 검토하면, 농민 중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등 선거로 당선되는 공직자가 되는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

쌀직불금 수령으로 지금 문제가 된 국회의원들이 만약 농업인이 아닌 전업정치인이었다면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불법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공무원들은? 규정은 약간 애매하기는 하다.

3.

시행령에 의하면 농업인의 규정은 "1000제곱미터 이상의 농사를 짓거나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로 되어있다.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는, 공무원과 동시에 겸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결국은 규모에 의한 규정 그리고 "농사를 짓거나"에 해당하였는가가 결정적 기준이 된다. 즉 자신이 농사를 실제로 짓지 않은 경우에 농업인으로 규정되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 경우 역시 3년 이하의 징역이다. 법적으로는 "농사를 짓는다"에 가름하는 규모 아닌 다른 조건이 "90일 이상"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1년에 몇 번 농사를 짓는다가 이 기준은 아니고 실제로 90일에 가름하는 농사 행위를 하였을 경우가 "농사를 짓는다"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1년 52주의 토요일, 일요일을 다 합치면 104일이 된다.

종합적으로 농지법을 해석하면, 상속에 의해서 1만제곱미터 이상을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법이고, 1만제곱미터 즉, 3000평 이상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농업인'인가 아닌가가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법의 정신은 물려받은 경우라도 농사짓지 않을 것이라면, 1만제곱미터 이상 소유하지 말라는 것이고, 그 이상 소유하면 투기목적의 위헌에 해당하는 일이라서 3년 이하의 징역을 처벌로 규정하고 있다.

4.

전수조사를 한다면?

이 농지법의 문제는, 공무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체적으로 90일 정도를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람은 법적인 규정의 "농업인"인가 아닌가라는 기준에 의해서 살펴보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조사를 한다면, 그 대상이 반드시 공무원이라는 특정 직업인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실제 영농'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닌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즉 전수조사는 공무원에 대해서가 아니라 쌀소득직불금을 타간 부재지주 전체에 대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부재지주'라는 상황 자체가 법적인 '농업인'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마녀사냥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20만 명 전체에게 징역 3년의 제재를 가하고자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제에 한국의 농업을 아주 힘들게 하던 농지투기와 탈법적인 임차농 관행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넘어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부재지주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지방토호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탈법적 임차농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주소지가 경작지에서 황당하게 먼 경우 혹은 지금과 같은 쌀소득지불제와 같은 필터에도 지방 토호들의 횡포는 포착하기 어렵다.

어쨌든 쌀소득직불제와 관련된 전수조사를 한다면, 이 상황은 각 지자체별로 설치하게 되어있는 농지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별도의 점검단을 꾸려서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벌 주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농업을 정상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종합대책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부문일 것 같고, 농림부에서 운영하는 농지은행의 역할과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1만제곱미터 이하의 토지 불하나 경매와 같은 방식들을 적절하게 결합시키면서 실제 농지투기를 근절시키는 것이 정책이 방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기 위한 농지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1만제곱미터 이상 소유하고 있는 '비농업인'들에 대한 법적 절차는 이미 농지법에 다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서 생겨난 문제인데, 이 기회에 일벌백계식의 무식한 마녀사냥이 아니라, 실제로 그 혜택이 농민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한국 농민들의 피땀과 소비자들의 지출이 농지투기 세력의 입으로 그냥 들어가는 것을 역전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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