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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463명이 '암약'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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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463명이 '암약'한다면

[김종배의 it] 언론계 '직불금 파렴치범'은 무죄?

463명이다. 쌀직불금을 타 간 언론인이 463명이다. 이 가운데 94명은 본인이 직접 쌀직불금을 받아갔다.

5696만원이다. 쌀직불금을 타 간 언론인의 평균소득이 두 배에 육박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쌀직불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고소득자의 기준(부부합산 농업 외 소득 3500만원)을 훨씬 초과한다.

파생시킬 이야기는 많다.

쌀직불금을 받아간 사람들 중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을 모두 더한 수치가 2143명인 것과 비교하면 언론인이 너무 많다. 언론인의 도덕지수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1년에 6000만원 가까운 급여를 받아가는 언론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쌀직불금을 수령해간 언론인이 어디 소속인지, 연조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루어 짐작케 하는 숫자다.

관두자. 부도덕은 무지의 소치가 아니다. 오히려 미꾸라지처럼 단속의 손길을 빠져나가는 부도덕 행위가 능력으로 평가되는 세태 아닌가.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메아리는 없다. 허탈감만 배가시킬 뿐이다.
▲ ⓒ한나라당

이 점만 강조하자.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인의 쌀직불금 사기수령 실태가 공개됐는데도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다. '의사 변호사 언론인 등'으로 뭉뚱그려 한 줄 걸치기만 할 뿐 심화 또는 특화하는 보도는 일체 삼가고 있다.

언론 보도마저 비양심적이라고 성토하기 위해 이 점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제 발 저려 함부로 보도하지 못하는 언론의 이런 행태가 가져올 후과가 우려되기에 따로 떼어내 강조하는 것이다.

얼핏 봐선 커질 것 같다. 한나라당이 사기수령자 명단 공개를 추진하고 있고 행정안전부와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하지 않는가. 명단이 공개되고 여론이 들끓고 초대형 징계·사법처리가 뒤따를 것 같다. 감사원의 주장과는 달리 쌀직불금 사기수령자 명단이 보관돼 있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터이니 수만명을 헤아리는 '파렴치범'의 면모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 같다. 명단이 공개되면 돌풍이 태풍으로 커질 것 같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결정적 상황이 조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감사원을 뒤질 시간, 행정안전부가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 '파렴치범'이 수만 명이라고 하니까, 그리고 개중에는 억울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명단을 추리고 옥석을 가리려면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게 문제다. 이 시간 동안 천변만화가 이뤄질 수 있다. 구렁이가 담을 넘을 수 있고, 용이 뱀꼬리를 달 수 있다. 끓던 냄비가 식을 수 있고, 내일의 사건이 오늘의 사건을 밀어낼 수 있다.

이어가야 한다. 시간 틈을 타 '파렴치범'이 샛길로 도망가는 걸 막으려면 어떻게든 이어가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세상이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하고 환기해야 한다.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언론이 그렇게 해야 한다.

원칙이 이렇고 바람이 이렇지만 언론이 그렇게 하리라고 단언할 수가 없다. 463명 또는 94명의 '파렴치 언론인'이 '암약'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명분이야 만들기 나름이다. 새로 터진 사건을 앞세우고 시의성과 보도가치를 내세워 '쌀직불금 사기수령' 기사를 뭉갤 수 있다. '중계'는 하되 '압박'은 가하지 않음으로써 관계당국이 조사 시늉만 내는 걸 방조할 수 있다. 행여 명단 공개가 가시권에 들어오더라도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 된다는 논리로, 그건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명단을 가릴 수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463명 또는 94명의 면면이 공개되지 않는 한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파렴치범'을 단죄한다고 장담할 수 없고, '쌀직불금 사기수령'을 근절한다고 호언할 수 없으며, 차제에 농지 투기를 뿌리뽑는다고 기대할 수 없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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