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한적한 마을에 울리는 죽비 소리는 유난히 컸다. 마을 사람은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어떤 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해 집 밖으로 나와서 봤다.
"아니, 저게 뭐대?"
호기심 반 놀람 반으로 행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고민해보는 눈치였다. 그때 한 할머니의 한 마디.
"늙은 군인들이 기합을 받는갑네.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힘들게 기합을 받어…."
오체투지 순례 42일째인 지난 15일 오전, 순례단은 전북 익산 여산면 마전 로터리를 출발해 충남 논산 연무읍 농협 앞에서 하루 일정을 마쳤다.
이날 순례단이 지나는 길, 마을 주민은 순례단의 취지를 듣고는 '좋은 일 한다'며 음료수를 건네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도로 공사를 하던 인부는 순례단이 지날 수 있도록 잠시 일손을 놓고, 음료를 건네기도 했다. 평화로운 일상이 반복되던 시골 마을에 조그만 파장이 일었다.
"우리가 누구를 대신해서 국민들 앞에서 벌 서는 것 맞지"
할머니의 얘기에 오체투지 때문에 격한 호흡을 내뱉던 순례자와 진행팀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전종훈 신부는 "그렇지, 우리가 누구를 대신해서 국민 앞에서 벌 받고 있는 것이 맞기는 하지"라고 웃었다. 그는 그 말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순례를 함께한 김용휘 씨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돈으로 돌아가는 척박한 세상이 돼버렸다"며 "마음은 피폐하고 가난해졌고, 경제는 어려워진 이 시대가 인간적인 사회와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경아 씨는 "그동안 대통령은 많은 말과 행동을 했는데, 지켜보니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 성직자께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순례단은 이날 오전 과거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천주교 신자 22명을 기리는 여산 숲정이 성지에 들러 참배를 했다. 이들은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숨을 바쳐야 하는 야만의 시대는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례 안에 다 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이"
순례자들은 저마다 오체투지 순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순례에 참여한다. 이날 진행 팀은 순례자들이 생각하는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얘기를 했다.
"뭐든지 살리는 것.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사는 것. 집착을 버리는 것. 자신의 욕심을 비워 내는 것. 자신의 내면의 욕망부터 내려놓는 것.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 큰 사랑. 우리가 가야할 길.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길. 잠자는 이들을 깨워내는 부름의 길. 자기에서 벗어나는 것. 공존을 잊지 않는 것. 모든 것과의 참된 소통을 위해 애쓰는 것…."
순례단은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몇몇 특권층을 위한 정부로 탈바꿈된 시대에 살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인간적 자존감을 가지고,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아는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체투지 순례 43일째인 16일, 순례단은 현재 충남 논산 연무 지역을 오체투지를 하며 가고 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오체투지 순례 카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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