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보수진영, 잔치는 끝났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보수진영, 잔치는 끝났다?

미국發 '3대 악재'에 갈팡질팡

미국에서 연일 날아드는 매머드급 이슈에 보수진영이 술렁이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이회창이라는 정치권의 3각축을 중심으로 보수언론과 뉴라이트 그룹, 열혈 우파 논객 등이 겹겹이 에워싼 구조인 한국 보수가 이슈마다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낸다. DJ, 노무현 정부 10년을 '좌파'로 몰아붙여 정권을 장악한 보수의 권토중래가 시작과 더불어 깊은 터널로 들어선 모양새다. 이들의 이념적, 행태적 모델인 미국의 위기에서 비롯된 혼란이기에 파장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MB노믹스, GO? STOP?

조지 부시 대통령이 급기야 미국의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집단적인 부분 국유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전면적인 확장을 꾀하는 소위 'MB노믹스'의 퇴행성이 부각됐다. 가뜩이나 폴 크루그먼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감세와 규제완화에 속도를 붙이는 이명박 정부에 경고장을 보낸 터다.

부동산세 완화 등 MB노믹스의 핵심 공약사항은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을 낸 지 오래다. 이 대통령이 신신당부한 한미 FTA 연내 비준 요구에 대해 이태식 주미대사가 "2010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르는가 하면,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폐기한 경제부총리를 부활하는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박희태 대표의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원내대표가 찬성론을 피력해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이 대통령이 절대 신임을 보내는 통에 "강만수 장관이 잘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평가가 나온 데 대해서도 홍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강 장관이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제동을 걸었다. 홍 원내대표가 연말 개각설을 처음 제기했던 인사라는 점에서 계륵이나 다름없는 강만수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이처럼 작은 정부-큰 시장을 골자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조합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곳곳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있어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은 순항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가 15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이 소위 '브라운 모델'을 받아들여 민간은행에 대한 부분적 국유화를 단행한 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금융 민영화 일정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한 것도 보수진영의 긴장감을 반영한다.

금산분리 폐지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강공과 보수언론의 엄호사격에도 불구하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재벌이 은행을 소유·지배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찬물을 끼얹은 것도 눈에 띄는 보수 내분이다.

부시의 배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조치는 보수진영의 정신적 테마인 대북, 대미관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당초 정부는 '환영' 논평을 냈으나 청와대가 부랴부랴 나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는 모멘텀이 생긴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라고 무마한 건 보수진영의 전반적인 반발을 의식한 행보다.

이회창 총재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북 합의가) 북한핵 폐기의 가장 무거운 걸림돌을 만들었다"고 일갈했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공성진 최고위원 등도 마뜩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는 아예 "자존심 없는 대통령이 국가를 동네북으로 만든다"며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 환영 논평을 낸 정부를 직공했다.

조 전 대표는 "부시 대통령의 경우 없는 조치에 침묵한다면 보수진영이 대통령 규탄 집회를 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촛불집회 정국 때 정부의 수세적 대응에 분개한 이래 소위 '아스팔트 우파'에게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보수정권이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내린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이득을 챙긴다. 싸움의 시점도 아니거니와 가만히 있어도 이명박 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인한 보수진영의 반발은 고스란히 자기의 기반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역할론'이 다시 피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때 북한 특사설이 나돌았고, 한 보수신문의 논설위원은 일찍이 '박근혜 주미대사'라는 상상력을 발휘해 '한반도 평화관리자'로서의 통 큰 행보를 주문한 바도 있다. 대전제인 이 대통령과의 화합이 이뤄지지 않아 그야말로 상상의 세계에서 한발도 내려오지 못했으나, 대북 문제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가 급한 김에 박 전 대표에 협조를 요청할 개연성은 다시금 높아졌다.

오바마 당선의 '악몽(?)'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미국 대선은 보수진영을 긴장케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해 "적절한 대응"이라고 논평한 대목에서 엿보이듯,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공조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국 보수진영에게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견이 적지 않다. 북핵문제, 대북지원 문제, 한미동맹 문제 등에서 이명박 정부와 궁합이 맞는 쪽은 공화당 매케인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직접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명박 정부로선 '통미봉남'의 가속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로선 어떤 식으로건 대북정책의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보수 진영의 화살을 감수해야 하는 정치적 부메랑으로 이어진다.
▲ ⓒ로이터=뉴시스

조갑제 전 대표가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가정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시 굴종정책으로 돌아갈 것인가. 오바마의 임기 중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날 때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할 것인가"라며 회의감을 표한 대목이 예고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미 FTA도 한미 간의 균열이 불가피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은 원칙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고 국가 간 개방을 가장 주장하는 나라인데 특정국가와의 FTA 문제를 소극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미국 정체성과 차이가 있다"며 오바마 후보의 FTA에 대한 태도를 비판해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낸 신중치 못한 언행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의 당선은 대북문제와 경제정책 등에서 한미 양국 정부의 엇박자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선 한국 보수진영 전반이 미국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