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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고먼 '사회적 교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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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고먼 '사회적 교섭'의 길

<기자의 눈> 노동계는 토론하고, 정부는 비정규법 강행 멈춰야

새해 벽두부터 노동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차 인사비리도 그 중 한 요인이지만, 지난 1999년 탈퇴 이래 아직까지 복귀를 안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 여부가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9년, 아픔의 기억**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 대부분이 사퇴하고 노사정위를 전격탈퇴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산업현장에 불어닥친 '정리해고제'를 노조 지도부가 수용한 데 대한 대의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이후 노·정 관계는 '대화'가 단절된 '투쟁과 탄압'으로 일관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 사회적 교섭기구인 노사정위원회가 더 이상 '대화와 교섭'을 위한 기구가 아닌 '포섭과 기만'을 위한 기구로 노동자들에게 각인됐다. 지난 20~21일 양일간 13시간 마라톤 회의를 갖고도 정작 '사회적 교섭에 관한 방침'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도 하지 못하고 정족수 미달로 마감된 제33차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역시 이같은 불신의 산물이었다.

노조 한 관계자는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기자와 만나 "99년의 아픈 기억이 아직도 대의원들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그 아픔의 기억이 건설적인 토론과 대화 마저도 봉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쉬웠던 제33차 정기대의원대회**

이번 대의원대회가 아쉬웠던 점 역시 위 노조 관계자의 말처럼 '99년의 아픔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니라 '건설적인 토론과 대화마저도 봉쇄됐다'는 데 있다.

대의원대회 개최 이후 12시간 남짓 지난 뒤 21일 새벽 4시경 본안 4번째 안건인 '사회적 교섭 관련 방침'건이 논의될 차례, 일군의 대의원들이 '정회'를 잇따라 요청했다. 정회 요구는 '장시간 대회가 진행되어 대의원들이 졸고 있는 등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상 이번 안건을 논의하지 말자는 것이 솔직한 속내였다.

대의원대회는 결정과 결의의 장이기도 하지만, 대화와 토론을 위한 장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일부 대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대회장을 이탈해 안건 토론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아쉬움이 남는 태도다. 물론 토론을 거부한 자체가 또다른 정치적 의사표현 방식일 수 있지만, 사회적 교섭 안건의 중요성 혹은 적절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모양새가 더욱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태도였을 것이다.

더구나 대다수 일반 조합원의 경우 사회적 교섭 방침 안건이 왜 논의도 못하고 무산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다. 단지 '정족수 미달로 안건 상정 무산'이란 단편적 소식이 듣는 내용의 전부다. 사회적 교섭 관련 방침 안건이 통과 되든 부결되든지, 대의원들간에 치열한 토론이 전개됐다면, 일반 조합원들은 보다 풍부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이 기회를 대의원들이 저버린 셈이다.

***정부 책임도 빼놓을 수 없어**

민주노총이 이처럼 사회적 교섭 관련해 내홍을 겪는 배경에는 정부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2월에는 또 한차례 노·정 대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말 국회 크레인 고공농성 등 진통끝에 유보된 비정규관련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되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노동계가 지난해 총파업을 감행했을 정도로 노동계는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있다.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려는 민주노총 지도부 역시 '2월 정부 비정규법안 처리를 강행시 총파업 돌입'에는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연초 여러 석상에서 비정규법안 2월 조속 처리를 언급한 것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데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대응이 민주노총 대의원들에게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데 무슨 '대화'이고, '교섭'이냐", "2월 총파업 조직화가 더 시급한 상황에서 무슨 '사회적 교섭' 논의가 적절한가"란 주장에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2월 임시국회에서의 비정규직법 처리 강행' 등 일련의 발언들이 대의원들을 지나치게 자극했다"며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교섭을 원한다면, 비정규개악안 처리 강행을 공표해선는 안될 일이었다"며 대의원대회 직후 개탄했었다.

민주노총은 오는 2월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다시 한 번 '사회적 교섭 관련 방침' 안건을 재논의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적극적인 토론 참가를 통해 과거의 아픔이 현재를 발목잡지 않는 '성숙한 태도'를, 정부는 사회적 교섭 재개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비정규관련법 처리에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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