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현대차 노조 사무실에서 분신을 기도했던 비정규직 최남선씨의 분신 원인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와 정규직 노조를 향한 연대 촉구로 확인됐다.
***분신 노동자, "현대차 노조, 제발 연대 좀 해달라"**
22일 분신 직후 인근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최씨는 그날 오후 대구 화상전문인 푸른외과로 이송됐다. 이때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가 최씨를 따라 갔고, 이 과정에 최씨는 자신의 분신 이유를 밝힌 것. 비정규노조 관계자는 23일 <프레시안>에 최씨와의 대화 내용을 알려왔다.
현대차 노조 사무실 바로 옆 화장실에서 전신에 신나를 끼얹고 불을 붙인 뒤 현자 노조 사무실로 향하다 쓰러진 최씨의 분신 기도는 직후 여러 가지 의문들이 제기됐다. 특히 최씨가 유서 등을 남기지 않아 분신 경위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여러 의문중 하나는 그가 왜 분신 장소로 현대차 노조 사무실 인근 화장실을 택했냐는 대목이었다. 이에 대해 최씨는 "현대차 노조에 감정이 있어서 불을 지르러 간 것은 아니다"며 "다만 원·하청 공동투쟁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그곳(현대차 노조 사무실)을 택했다"고 답했다.
최씨는 분신 직후 화장실에서 나와 복도로 나오는 과정에서 쓰러졌고, 이를 발견한 현대차 노조 당직자들이 잠바로 불을 껐다. 이 때 최씨는 "숫자가 많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연대 좀 해달라"고 말했다는 것.
즉 지난해 현대차 하청업체 전 사업장에 대해 노동부가 무더기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이후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화' 전면투쟁 과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최씨가 판단해 분신장소로 현대차 노조 사무실을 택했다는 게 비정규직 노조측 주장인 것이다.
***"나의 희생이 비정규노동자 단결 계기가 되었으면..."**
또다른 의문은 현대차 비정규 노조가 지난 18일부터 파업 및 잔업거부 투쟁을 전개하는 등, 투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왜 굳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가라는 부분이다.
최씨는 이에 대해 "어차피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나서야 한다"며 "이렇게 밖(분신)에 할 수 없었던 억울한 심정이 있지만 나의 희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희생으로 조합원, 비조합원 가리지 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해, 우리도 떳떳하게 현대차 본관 앞에서 정규직처럼 집회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즉 최씨의 분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독려하고, 18일 투쟁 이후 지속적인 현대차 사측의 탄압에 대한 강력한 이의제기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비정규직 노조측 주장이다.
특히 최씨가 분신 이유로 '현대차 본관 앞에서 정규직처럼 집회를 해 봤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부분은 지난 21일 있었던 비정규 노조의 현대차 본관 앞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진압 사건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오후 주간조 잔업을 거부한 비정규노조 1백50여명의 조합원들은 현대차 본관 앞에서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했으나, 경비대의 무차별 폭행으로 두 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당한 조합원 중 한 명인 이성환씨는 경비대의 구둣발에 맞아 오른쪽 머리 뒤쪽이 찢겨져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 푸른 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최씨는 전신 15%에 2도 화상을 입은 상태로, 얼굴·목·귀·배·양손 등에 수포가 발생하는 등 중상인 상태다. 특히 기도에 화기가 들어간 흡인화상으로 진단돼 경과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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