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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주류 리더십'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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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주류 리더십'을 보고 싶다

[고성국의 정치분석]'박근혜 대세론'에 '이재오 복귀설'이라니…

세계금융위기 와중에서 위기의 발원지이자 위기해결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의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무책임하게까지 보였다. 7000억 구제 금융법안을 1차 부결시킨 미 하원의 움직임이 그랬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중에도 지역구 유권자들의 목소리만 중요한 것처럼 움직인 미국 정치인들의 행태가 그러했다.
  
  "왜 우리의 피·눈물 같은 세금을 저토록 탐욕스럽고 무능한 월가의 투기꾼들을 위해 써야 하는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야당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에게 무릎을 꿇고 구제금융법안 통과를 읍소했다는 보도에 접한 사람들은 다들 미국 의회가 이처럼 대단한 곳이었는지 새삼 놀랐을 것이다.
  
  1차 구제금융법안의 하원 부결사태로 인해 세계경제위기는 조금 더 심화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이번 위기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가 훨씬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1차 법안 부결 사태의 긍정성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 제일주의, 민심 제일주의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당론과 소신 사이, 당론과 지역구 민심사이, 당론과 국민여론 사이에서 고민해보지 않은 정치인이 있을까? 다원화되고 다층화된, 그래서 지역, 계층, 세대, 성, 이념지향 등의 요소들에 의해 복잡다기하게 균열돼 있는 국민을 100% 만족시킬 정책과 방침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당론이나 대통령의 뜻 또는 정부방침과 다른 소신과 민심과 여론 때문에 고민하고 번뇌하는 것은 정치인의 숙명이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당론을 배척하고 사사건건 대통령의 뜻에 반하여 정부와 물어뜯고 싸우는 것이 소신정치는 아닐 것이다. 당론과 소신사이에서 대통령의 뜻과 민심사이에서 정부방침과 여론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실존적 근원을 다시 돌아보고, 때로는 인내하고 때로는 행동하며, 당론과 소신 사이의 간극을 메워 나가고 대통령의 뜻과 민심 사이의 괴리를 채워내고 정부방침과 여론 사이의 갈등을 조정해 나감으로써 리더십을 키워가는 것이 아닐까.
  
  민심과 여론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당론과 대통령의 뜻과 정부의 방침을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아우르고 때로는 조정해가는 일의 어려움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중도와 중용과 조화를 찾아가는 품격 있는 주류 리더십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고 싶어서다.
  
  대통령의 임기가 4년여나 남아있음에도 '박근혜 대세론'이 얘기되고,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가 유일 대안인 것처럼 얘기되는 리더십 부재의 집권당에게 품격 있는 주류 리더십을 주문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 싶으면서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걸음의 전진인들 있겠는가 싶은 마음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김창룡 교수의 논평 'YTN을 바로 세워라' 중 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문제제기의 구체성을 보완하고 싶다.
  
  "일부 논평가들의 '말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이렇게 말하기도 얼마나 어려운가.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모두 알지만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지 않은가. 행동 없고 말만 한다고 나무란다면 앞으로 이런 말조차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용기 있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내는데 인색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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