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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의 예언 VS 강만수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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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의 예언 VS 강만수의 예언

"차기 정부, 최악의 경제위기 처리해야 할 것"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족집게 예언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모두가 낙관론에 빠져 있을 지난 2002년 미국 경제의 '더블 딥'(반짝 회복 후 재침체 국면)을 예고해 모건스탠리 증권의 스티븐 로치 등과 함께 '월가의 예언가' 대접을 받았다.(관련기사 : 더블 딥을 예견한 월가의 족집게는 누구?)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니스트인 그는 최근 미국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 이때부터 '경고'를 보낸 셈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부시 미 대통령의 '저격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04년 미 대선 당시 수차례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람보 흉내내는 부시, 대선서 심판해야")

대공황→대압착→레이거노믹스→부시→금융위기

크루그먼 교수가 그토록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을 비판한 이유는 바로 그들이 미국의 경제를 말아 먹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시 대통령만의 책임은 아니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 이래로 미국 경제는 조금씩 '부자 천국, 서민 지옥'이었던 대공황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부시 정부는 이를 가속화시켜 2007년말 상위 1%가 차지하는 부는 1900년대보다 2%정도 늘어났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감세 정책이 이같은 결과를 나은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진 과정은 경제발전에 따른 장기적 결과가 아니라 레이건 행정부 이후 공화당 집권기의 조세정책에 의해 급격히 무너졌다"고 지적했다.("미국 망하지 않으려면 이 두 가지가 필요해")

1929년 대공황으로 몰락한 미국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게된 것은 잘 알려진 대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때문이다. 뉴딜 정책의 핵심은 세금 등을 통해 부자들의 부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다.

1920년대 1%에 불과했던 소득세율은 루스벨트 첫 임기 때 63%, 두번째 임기 때 73%로 오르는 등 계속 올라가 1963년 91%까지 올랐다. 법인세 역시 1929년에는 14%였던 것이 1955년 45%까지 올랐다. 상속세도 상한세율이 20%에서 45%, 그리고 60%, 70%를 거쳐 77%까지 올랐다. 그리고 세금을 통한 이같은 '선분배' 정책은 결과적으로 '후성장'을 낳아 1950-60년대 '황금시대'를 가능케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황금시대'를 1920-1930년대의 대공황에 빗대어 '대압착(the great compression)'이라고 불렀다. 대압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30년간 미국은 풍요의 시대를 영유했다.

그러나 1979년 '오일쇼크' 이후 신우파의 정치적 반격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이같은 흐름은 역행하기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감세와 규제완화를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에서 소득세는 최고 35%, 법인세는 최고 30%로 낮춰졌다.

상속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3년 향후 10년간 주식 배당세 철폐와 소득세 감세를 단행했다. 당시 크루그먼 교수는 배당세 철폐로 인한 10년간 감세액 6700억 달러 중 25%를 연간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부유층이 향후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이 감세정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4만4500달러(5200만 원), 체니 부통령은 32만7000달러(3억9000여만 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부시 감세안'의 최대 수혜자가 부시 대통령과 측근들임을 지적했다.('부시 감세안' 최대 수혜자는 부시) 하지만 감세정책은 부시 정부의 주장과 달리 뚜렷한 경기 부양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복지와 의료 민영화의 결과

크루그먼 교수는 80여년 만에 대공황 당시의 '부자 천국, 서민 지옥'으로 전락한 미국을 다시 '황금시대'로 되돌리기 위해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민의료보험 도입'을 통해 이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뉴딜정책 등을 통해 활발해진 미국 노동운동이 기업복지에 집중하면서 복지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유럽에서는 국가가 사회복지로 제공하던 교육비, 병원비, 연금 등이 미국에서는 기업복지로 제공됐고, 이는 종업원을 위한 비용으로 인정돼 노사 모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1970년대 이후 경제가 나빠지면서 발생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부터 종업원들에 대한 복지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던 것. 또 기업복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미국인의 4분의 1이 의료보험에서 소외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현재 의료체계에서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보험을 거부당하거나 터무니 없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2006년 한 가족당 연평균 의료보험료는 1만1000달러 이상이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1인당 2-3배의 의료비를 많이 지출하지만 기대 수명은 가장 짧다.

크루그먼 교수의 경제학은 지난 30년간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떠받들여온 시장만능주의에 정면 배치된다. 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미국 금융위기로 지난 30년 신자유주의의 질주가 남긴 결과에 대한 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크루그먼의 예언이 한국에도 적용되는 날이 온다면…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63차 IMF/WB 연차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서 예외인 곳이 있다. 바로 한국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문화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정부가 그동안 표방해온 규제완화, 감세, 법치주의, 글로벌스탠더드 등으로 기업환경을 좋게 만들어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우리 철학을 지켜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보다 확실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은 또 그의 '2대 숙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종부세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극소수(전체 가구의 2%)의 납세자에 대해서만 과도하게 세부담을 주는 종부세는 보편성이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에도 배치된다"고 거듭 항변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핵심 축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MB 노믹스'는 미국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간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의 복사판이다.

'부시 감세안'이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고,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 대통령이었듯이,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완화도 전체 가구의 2%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 368억원대의 부동산 자산을 가진 이 대통령은 현 정부안 대로 종부세가 낮춰질 경우 2327만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강만수 장관 역시 1339만 원의 혜택을 받는다.("MB-강만수-유인촌, 종부세 수혜 3총사")

미국식 금융모델을 따르겠다는 노선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는 13일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키우겠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지난 주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민영화도 계획대로 수순을 밟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미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인 지난 6월 부시 대통령이 '주택 구입 촉진의 달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이 내집을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인식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구축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주택 구입을 촉진하고 나선 모습도 부동산 경기 부양에 앞장 서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미국 경제를 추락시킨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밟는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강만수 장관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작금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 장관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5대 품목 수출이 올 1~8월 전년대비 28% 증가했고 9월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가 기대된다"며 "한국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조만간 기업 중심의 역동성과 벤처창업 활성화 등으로 얼마든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세계 경제의 '족집게 예언가'인 크루그먼의 조언과는 정반대로 가는 강만수 장관. 과연 그의 예언이 맞을 수 있을까.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현재의 미국 경기 상황이 1990년 저축대부조합(S&L) 사태와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상황을 합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2010년 7월에나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은 취임 첫날부터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및 경제위기를 처리해나갈 처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그의 예언이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 정부에도 해당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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