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글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 4년은 지나야겠지만) 어느 날 <개그콘서트>에서 유세윤, 안상태 혹은 김병만이 "아, 이명박 때~"를 외치는 코너를 만들지도.
바야흐로 풍속 단속의 계절이다. 이번 주에 드릴 말씀은 허튼 짓 하지 마시고, 몸가짐 바르게 하시라는 것이다.
단속의 풍경, 하나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황철규 부장검사)는 불법 음원 유통을 방조한 혐의로 NHN(네이버)과 다음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포털이 불법으로 음원을 유포한 행위자들의 방조자란 논리이다. 즉, 포털이 '방조범'이라는 것이다. 이런 법리로 따지자면, 야동의 방조자여, 야사의 방조자여, 악플의 방조자여…. 에누리 없는 범죄의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풍속(風俗)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풍속은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일컫는다. 이미 어떠한 습관이 있는데, 특정한 목적을 갖고 발본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 번째 풍경만으로 이해가 안 되신다면, 풍속 단속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스쿠터를 살 때, 대리점은 헬멧 살 것을 강제하지 않는다. 헬멧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연하다고 하여, 대리점에 오토바이 대수만큼 헬멧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압수수색하면 어떻겠는가? 그 자체로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이렇듯 풍속단속이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밖에 없는 공권력 남용이다. 과연 그들은 네이버와 다음을 압수 수색해 무엇을 가져갔을까? 아마도 카페 운영진, 불법 음원을 올린 이들의 개인 정보일 것이다. 습관적으로 노래를 들은 죄밖에 없는 이들의 개인정보, 그걸로 무얼 할까? 아마도 겨냥하고 있는 것이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단속의 풍경, 둘
최진실 자살의 충격이 한참일 때, 정부 여당은 사이버 모욕을 단죄해야한다며 이른바,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을 주장했고, 그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다. 누가 또 죽을지 모르니, 한 마디로 댓글을 달지 말란 의미이다. 아니, 왜? 댓글이 쌍방향 소통의 전지구적 모범이라며 떠들 때는 언제고? 물론, 일부 댓글 중에는 매우 악질적인 어떤 것들이 있다는 건 기꺼이 인정한다. 그런데, 그건 인생사 살다보면 어느 시공간에나 있는 보편적 상황이다. 이쯤에서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을 가장 강하게 주문했던 조선일보 기사를 잠깐 살펴보자.
어떠신가, 그런 악플과 같은 장면은 사직구장에도 있다. 사직구장이 어떤 곳인가? 열광, 또 난장 그런 해방이 없을 광활한 공간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역시 그러한 장면에서 질서의 순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성숙하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인터넷에서만? 말이야 바른 말로, 악플이란 게 특별한 경우 치명적일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어차피 흐르는 물과 같이 곧 사라지는 것임을 모르는 인터넷 사용자는 별로 없다. 사이버 모욕죄, 그걸로 무얼할까? 아마도, 겨냥하는 것은 따로 있을 것이다.
단속의 풍경, 셋
보도 전문 채널에선 까만 옷을 입을 수 없다. 지난 주 <YTN>의 언론인은 사장 구본홍이 자행한 5공 이후 최대 규모의 대량 해고에 항의하는 의미로 스타일리쉬한 블랙 패션으로 방송에 임했다. 국민의 알권리에 봉사해야 한다는 언론의 사명과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옷을 입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정신에 충실한 나무랄데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게 안 된단다. 앞으로 구본홍 씨가 어떤 더 심한 검열을 자행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최소한,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까만 옷은 안 된다는 하나의 기준은 명확히 했다. 세계적 트렌드와는 상관없이 낫 블랙이라는 획일적 취향을 강조하는 구본홍의 낙후함과는 달리, 근래 보기 드문 멋쟁이 신사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올 블랙이 안된다면 블랙&화이트 혹은 블랙 포인트로 맞서겠다는 유연한 창의력을 보여주었다. '멋지다, 노종면!' 블랙 옷 규제, 그걸로 무얼할까? 아마도, 겨냥하는 것이 까만 정장만은 아닐 것이다.
풍속을 단속하는 풍경이 이것만은 아니다. 맥주 한잔 들이키며 야구를 보는 것도 어려워졌고, 공무원들은 졸지에 포털에 접속하는 것이 인사고과에 반영되게 생겼다. 불법 성매매 단속이 민생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가진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이니 그래도 한참 더 참아야 안 되겠나 싶다.
'서울에 땐스홀을 허하라!'는 요구가 모든 급진적 정치의 요구들 보다 앞에서 전위적이었던 때가 있었다고 역사가들은 전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내년쯤 되면 '우리집에 초고속 인터넷을 허하라!'는 주장을 타이핑해서 등사로 밀어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말고.
'아, 이명박 때!' 아무쪼록 다운로드 하다 잡혀가지 마시고, 댓글도 솔직하게 달지 않는 한 주 되시길 바란다. 자나깨나 손가락 조심하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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