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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라디오 연설'은 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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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라디오 연설'은 무익하다

[김종배의 it] 사과도, 진정성도 없는 일방통행

백 번이라도 양보할 수 있다. 방송사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방송 날짜·시간·간격을 제시한 점, 방송사에 편집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 야당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이 정말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에게 국정을 소상히 알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자세가 돼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으면 된다.

하지만 아니다. 첫 연설을 청취한 후의 소감은 백 번 양보해도 기대는 난망하다는 것이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정부부터 "있는 사실 그대로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했다.

방향을 잘 잡았나 싶었다. 경제실정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제대로 파악했나 싶었다.
▲ ⓒ청와대

근데 웬일인가? 뒤에 나오는 얘기는 달랐다. 외환보유고가 240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IMF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업엔 투자를, 야당엔 협력을, 국민에겐 에너지를 절약과 해외소비 자제를 당부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숱하게 들은 주장이었고,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수준에 불과한 원론적인 얘기였다.

이런 식의 연설은 무익하다. 하나마나 한 숫자타령을 읊고, 경제학의 ABC를 암기하고, 국민의 자세를 다그치는 연설은 의미가 없다. 실상을 알고 대책을 듣고 싶은 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다 반감만 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박정한 평가인지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부터는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주제"를 얘기하겠다고 했으니까 좀 더 기다려볼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역시 기대난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반문했다. 언제 경제가 나아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진국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0%대로 잡고 있는데 어떻게 장담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부인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쉽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 인식이 그렇다면, 경제 예측이 그렇다면 먼저 밝혔어야 했다. 대선 때 힘주어 강조한 '747공약'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국민에게 헛된 꿈을 안겨준 데 대해 죄송하다고 먼저 머리 숙였어야 했다.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슬쩍 걸치는 식으로 발언할 게 아니라 대국민 연설 기회에 대놓고, 솔직하게 고백했어야 했다.

그래서 기대난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연설'이라는 형식이 규정하는 내용의 한계, 즉 일방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정성인데 이게 묻어있지 않다. "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주제" 이전에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 즉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한 자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에 한 가지 사실을 환기시켜야 겠다. 6월 19일의 일이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특별기자회견'으로 느닷없이 바꾸면서 청와대가 설명했다. "담화가 권위적인 뉘앙스가 있는데다 이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어서" 바꿨다고 했다.

자문해야 한다. 그 때의 그 자세를 지금은 왜 보이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 더불어 설명해야 한다. '담화'와 '연설'이 어떻게 다른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정답이 있다면….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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