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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교과서' 수정? 역사학 부정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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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좌편향 교과서' 수정? 역사학 부정하는 행위"

교과부 방침에 역사학계 '발끈'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정감사에서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의 요구에 따라 고교 근현대사교과서를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역사학계가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도입했던 검인정제도를 뒤집고 사실상 국정교과서로 회귀하는 시도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사연구회 등 21개 역사학회는 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 교과서 수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역사학계와 교사 명예 훼손 삼가하라"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검인정화는 김영삼 정부에서 제정한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른 것"이라며 "이로써 우리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제도를 극복하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검인정 제도로 전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역사학계나 역사교육계에서 역사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의 중요한 전기로 받아들였다"며 "그 후 일부 논란도 있었으나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문제가 없다고 거듭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사연구회 등 21개 역사학회는 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 교과서 수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이들은 "최근 정부 당국은 역사학과 무관한 일부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성'과 직권수정까지 논하면서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검정보고서까지 유출시키고, 한 여당의원은 북한교과서를 베꼈다는 폭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며 "교과서의 객관성을 보호해야 할 정부 당국이 앞장 서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국감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근현대사 교과서와 북한의 교과서들을 비교한 결과 현재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역사서들을 베껴 쓴 것에 불과하다"고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말한 바 있다.

또 이들은 "교과서의 편향성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의 입장은 역사학자는 물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한국사정체성론과 식민지근대화론 등 친일과 독재를 정당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 당국은 단 한 번도 교과서 집필자들이나 학계와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역사교육과 역사학의 전문성에 대한 부정이자, 교과서 검정제도와 관련된 실정법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행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그 수정작업은 필자들이나 역사학계의 엄밀한 검토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며 "교과서 검인정제도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학계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며, 다양한 견해의 교과서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역사학계와 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행을 삼가고 소모적 이념논쟁을 중지하라"며 "교과서 검인정제도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철회하고 집필자에게 가하고 있는 부당한 외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교과서 개악에 앞장서는 교육관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정권 바뀌면 또 교과서가 바뀌어야 하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검인정 제도가 장점도 있지만 일본 교과서 논란에서 보듯 단점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반성을 통해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국정 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로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철호 교수는 "현재 특정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비판하는데, 그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라며 "군사독재 시절 국가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하는 가장 저열한 비판 논리 중 하나가 바로 '빨갱이'라던지 좌파였는데, 또 역사가 퇴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출판한 역사교과서 필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교과서 검인정 기준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하되, 동시에 통일지향적인 역사를 서술하라는 조항이 있었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 가능하면 가치 기준을 도입해서 비판을 하하거나 감정적인 서술을 하는 것을 가능하면 배제하고 사실 위주로 서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기준에 입각해서 강한 비판을 자제했던 것이며 그것은 북한 옹호와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역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2004년 4월에 <월간조선>에 이 문제가 지적된 이후 학계와 교육부에서 이미 오래전에 결론을 내렸던 사안"이라며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게 된 유일한 계기는 정권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권 교수는 "정권이 바뀌어서 교과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수정된다면,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교육이 정치 논리에 끊임없이 휘둘려선 안되겠다는 생각, 비학문적인 논리로 교육 체계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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