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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7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홍성태의 '세상 읽기'] 망국의 한탄강댐과 이명박 정부

이제 겨우 집권 7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나라가 거덜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은 계속 말을 바꿔왔다. 아마도 이명박 세력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충정의 발로라고 주장하겠지만, 국민에게는 도무지 경제를 모르는 무능력의 소치이거나, 아니면 그저 탁월한 거짓말의 재능으로 보이지 않을까? 오죽하면 이번의 금융위기로 망한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에 빗대어 이명박과 강만수를 '리·만 브라더스'라고 부를까?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를 뒤흔들어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엄청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자칫 역사상 최악의 경제파국이 닥칠 수도 있다. 세계의 모든 전문가들이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결국 몰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리·만 브라더스'는 오히려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서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에 근본적인 결함과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잠시 9월 18일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 위기과 관련된 그의 발언을 떠올려 보자.

9월 19일 그는 "우리는 그러한 금융적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사실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낙관론'이 아닐 수 없다.

9월 30일 러시아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는 무책임한 낙관론에서 더 나아가서 그는 아예 "우리 정부가 선방하고 있다"고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선방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문제인 것인가? 참모가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둘 다 문제인 것인가? 역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를 놓고 대통령이 고작 '낙관론'과 '선방론'을 펼쳐서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되겠는가? 외화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자랑하더니 '환율은 둘째고 당장 외화 확보가 문제', '아시아 최초의 금융 위기 피해국', '금융 위기를 넘어 실물경제로 파급' 등 무시무시한 진단과 보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인가? 거짓말 정부인가? 어떻게 불과 한 주일 만에 '선방론'이 엄청난 '위기론'으로 돌변할 수 있는가? 청와대는 전면 개편했으나 내각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청와대고 내각이고 아무리 전면 개편하더라도 그냥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일까?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완전히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실 지난 10년은 그 이전 10년, 즉 노태우와 김영삼의 10년에서 이어진 것이다. 그러니 지난 10년을 부정하는 것은 87년 6월 항쟁 이후의 10년도 부정하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뉴라이트'는 식민과 독재의 역사를 극구 찬양하고 나섰다. 4·19혁명, 5·18 항쟁, 6월 항쟁은 모두 '빨갱이'의 난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정도까지 막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치 역사의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가 '총독부 청사 해체 쇼'까지 감행하며 추진했던 '역사 바로 세우기'가 전면적인 '역사 때려눕히기'로 뒤바뀐 형국이다. 지난 20년의 역대 정부들에 비해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는 이유로 무엇보다 경제를 들고 있다. 이것도 참 비현실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IMF 사태를 딛고 엄청난 경제 성장에 성공했다. 김영삼과 신한국당이 IMF 사태를 야기했다면, 그로부터 다시 한국 경제를 어렵게 일으킨 것은 민주 세력이었다. 이제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다시 제2의 IMF 사태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엄청나게 성장한 경제를 다시 엄청나게 성장시키겠다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주장 자체가 터무니없는 비경제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정말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민주세력의 진짜 잘못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정권과 정부는 계속 바뀌었어도 한국 경제의 기본 문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토건국가'의 문제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그렇게 노무현을 욕하면서도 정작 노무현의 가장 큰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그 잘못을 더욱 더 극단화시키려고 한다. 바로 '토건국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노무현은 이미 이 문제를 전국적 차원으로 거대화해 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문제를 확대할 수는 없으며 한시바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막대한 혈세를 탕진해서 불필요한 개발 사업을 남발하고, 따라서 투기와 부패를 만연시키는 나라에 어떤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정말 민주 세력의 문제를 바로잡고자 한다면, 바로 '토건국가'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 천혜의 자연자원과 수많은 역사 유적이 있는 한탄강 인근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한탄강댐건설반대철원·포천·연천공동투쟁위원회

한탄강댐은 '한반도 대운하'만큼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 '토건국가' 건설 사업이다. 감사원의 2005년 감사 결과가 이미 잘 보여주었듯이, 한탄강댐은 한탄강이라는 천혜의 자연자원과 주변의 수많은 역사 유적을 대부분 수몰시켜 없앨 것이고, 포천·연천·철원 지역에 대규모 수몰과 수해를 일으킬 것이며, 그렇게 하고도 임진강 하류의 수해방지에는 사실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탄강댐은 상류인 포천·연천·철원 지역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하류인 문산과 파주를 위한 것도 전혀 아니다. 그것은 '토건국가'의 전위대인 수자원공사와 건설업체와 투기꾼을 위한 것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를 둘러싼 정치적 의혹마저 일으킨 이 망국의 사업을 이명박 정부는 왜 중단하지 않는가?

한탄강댐 건설 사업이 맹렬히 강행되는 것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선진화를 외치는 것이나 노무현을 욕하는 것에 대해 더욱 더 큰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무현 정부가 여러 정치적 의혹을 일으키면서 강행한 잘못된 건설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완성시켜주면서 결국 노무현 정부에게 면죄부도 발급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정부는 참으로 역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노무현 정부가 잘 했다고 평가받는 과거사 정리 사업과 국가 균형 발전 사업은 어떻게든 억제하려고 하면서 정작 가장 잘못 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커다란 정치적 의혹마저 제기된 한탄강댐 건설 사업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은 바뀌어도 토건은 영원한 것인가?

한탄강댐 건설 사업은 망국의 사업이다. 막대한 혈세를 탕진해서 세계에 자랑해야 할 소중한 자연자원과 역사 유적을 대대적으로 수몰해 버리는 것은 너무나 후진적인 잘못이다. 한탄강의 쏘가리도 탄식할 한심한 짓일랑 이제 그만두자. 이명박 정부가 정말 선진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아니 선진화는 접어두고 정상화라도 이루고자 한다면, 당장 한탄강댐 건설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오래 전에 설립 목적을 다 이룬 한국수자원공사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사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폐합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폐지가 더 시급한 과제인지 모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방대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대규모 댐을 계속 건설해서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수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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