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로부터도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조경란 씨의 장편 소설 <혀>를 둘러싼 표절 공방이 문단 안팎에서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이번 사건에 침묵하는 것을 놓고 홍세화 한겨레신문사 기획위원이 기명 칼럼을 통해 정면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앞서 소설가 주이란 씨는 <프레시안> 기고 등을 통해 "조경란 씨의 <혀>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 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의 단편 소설 '혀'를 읽고 쓴 표절 작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씨는 '<혀>의 작가 조경란이 2006년 심사한 주이란의 혀'라는 띠지를 두른 단편 소설집 <혀>를 최근 발표하면서 표절 의혹을 노골적으로 제기했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이런 공방을 놓고 <한겨레> 6일자에 "최근 두 편의 <혀>를 읽었다"며 "문외한의 어쭙잖은 소리겠지만, 주이란 단편은 주인공의 성격과 발칙한 문체가 엽기적인 결말까지 저항 없이 연결시킨다고 느낀 데 반해, 조경란 장편은 맛 기행을 곁들인 평범한 연애소설이 느닷없이 '올드보이'식 결말로 나아간다고 느꼈다"고 감상을 밝혔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이어서 "이따금 문단에서 표절 시비가 들려오곤 했지만 유야무야로 끝나곤 했다"며 "문단에 표절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때가 있다"고 표절을 둘러싼 문단의 대응을 비판했다. 홍 기획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주이란의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는 놀랍다"고 덧붙였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문단에 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선배 작가의 조언처럼 표절당했다는 확신이 서더라도 그 억울함과 설움을 새 작품에 대한 치열한 자세로 승화시키는 게 낫겠지만 주이란은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적극적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며 <프레시안>에 기고한 주이란 씨의 기고를 언급했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더 놀라운 것은 주류 신문과 문단의 무반응"이라며 "표절 시비에 관해 '조중동'에서 기사를 찾을 수 없듯이 문단도 철저한 무시도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홍 기획위원은 더 나아가 "조경란은 보란 듯이 동인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위로'받았다"며 "아무리 초짜 신인의 목소리라 하지만 '짖을 테면 짖어라!'라는 반응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마지막으로 "두 편의 혀 중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두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까지 속이며 살아가는 (세태에서) 자신과 부단히 싸우지 않은 채 치열한 작가정신의 소유자가 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지적해, 진실은 밝혀져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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