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체류단속과 강제추방에만 열심이던 정부가 최근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태국인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집단 중독으로 인한 '다발성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 발병에 대해 특별점검반을 편성 집중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무차별적 추방정책으로 결국 불법체류자였던 태국노동자들이 건강검진도 못받고 최악의 중독사태에 몰리게 됐다는 노동계 비난을 의식한 조치다.
***노동부, 전국 노말헥산 취급 사업장 특별점검 실시**
17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유해물질 집단 중독으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경기도 화성시 D업체는 물론, 조사대상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일단 문제의 D사에 대해서는 노말헥산의 유해성의 명확한 규명을 위해 17일부터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의학 전문의 등 산업보건전문가를 투입해, 직업병역학조사를 실시한다. 이번 역학조사는 노말헥산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정도, 화학물질의 영향 등을 종합평가해 질병의 발병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향후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또한 노동부는 전국 노말헥산 취급 사업장 3백67개소에 대해 근로감독관, 산업안전공단 전문가, 검찰 합동으로 점검반을 구성해 17일부터 3주간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법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사업주를 의법 조치토록 했다.
특히 이번 특별점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보건조치기준 중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진단 ▲물질안건보건자료(MSDS)작성 ▲국소배기장치설치 ▲개인보호구지급 위반에 대해서는 즉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노말헥산으로 인한 다발성신경장애 발생을 축소·은폐여부가 드러날 경우에도 사법처리가 된다.
***이주노동자 산재발병건수 급증 추세**
한편 이주노동자 산재발병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건강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이 통계상으로도 증명됐다.
17일 노동부에 따르면, 작업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2000년 1백1백97명에서 2001년 1천2백78명, 2002년 1천7백60명, 2003년 2천2백36명이고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1천3백8명이다.
하지만 관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노동부 발표에 대해 실제로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노동자 수는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42만여명 중 44%가량인 18만6천여명이 미등록상태(불법체류)여서 현실적으로 집계에 누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성시 D사 대표 잠적...경찰 회사 관계자 2명 입건 조사 중**
한편 화성경찰서는 이날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린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일했던 화성 D업체의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장장 이모씨(47)와 직원 엄모(35)씨를 업무상 과실치상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입건은 유해물질인 노말헥산을 다루면서도 태국 이주 노동자에게 마스크나 안전복 등 안전장구를 착용시키지 않고 일을 시키는 한편, 작업장에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유해물질을 다루는데 필요한 안전수칙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안전관리책임을 다하지 않은 혐의도 아울러 받고 있다.
한편 D업체 대표 송모씨(53)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송씨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위법사실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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