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와 일하던 태국인 여성노동자 5명이 12일 유기용제에 중독, 하반신이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 판정을 받아, 외국인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보호장비 없이 유해물질 속에서 중노동**
파타라완(30), 추언총(29) 등 이들 5명은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한 LCD·DVD부품 제조업체에서 밀폐된 검사실에서 하루 평균 10시간 넘게 마스크나 장갑·안경 등 보호장비 없이 최소 7개월에서 최장 3년동안 출하직전 제품을 유기용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초부터 작업도중 무릎이 아프고 저리다가 점점 다리에 힘이 빠져 일어나기 힘든 정도에 이르자 최근 병원에 입원했다.
산재의료관리원 안산중앙병원은 12일 입원한 이들 여성노동자 5명에 대해 근전도·신경조직 검사 결과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노말핵산은 냄새와 색깔은 없지만 독성을 지니고 있어 보호장비 없이 신체가 직접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통해 신경조직에 침투,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유해물질이다.
조해룡 안산중앙병원 원장은 이와 관련 "다발성 신경장애 증세는 초기에 근육무력증과 사지지각 상실 증세에 이어 거동이 불편한 하반신 마비를 거쳐 상반신 마비 등 전신마비로 이어진다"며 "과거 시화공단에서 중국동포 3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 적은 있지만, 집단적으로 노말헥산에 중독된 사례는 국내에서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달내내 일해 받은 돈 68만원**
독성물질에 중독된 5명의 태국 여성노동자 가운데 3명은 지난해 12월11일 회사측이 마련해준 비행기표로 태국으로 돌아갔으나, 현지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마비증세가 상반신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태국여성노동자들은 일요일도 없이 한달에 한번 쉬기도 어려웠으나, 한달 내내 일해 받는 돈은 68만원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측은 "노말헥산이 신체에 이런 악영향을 주는지 몰랐다"며 "정확한 진단결과가 나온 만큼 치료비 일체를 회사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사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노동자들을 열악한 유해환경속에서 일하도록 한 회사책임은 면할 길이 없으며, 이에 따라 태국노동자들의 피해보상 요구는 물론 태국내 반한여론 형성 등 각종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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