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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입양 사실을 왜 학교, 직장에 알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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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입양 사실을 왜 학교, 직장에 알려야 하나"

가족관계등록부,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 논란

지난 2005년 폐지된 '호주제'를 대체한 '가족관계등록제'가 올 초부터 시행되고 있다. '호주 승계'가 없어져 남성 중심의 불합리한 '순위매김'이 사라졌고 '가족'이 아닌 '개인'을 중심에 둔 신분관계라는 점에서 이 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호적등본'을 없애고 새로 도입한 '목적별 증명서'가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적등본이 '모든 가족의 서사시'여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제한된 정보만을 담는 '목적별 증명서'였다.

그럼에도 '목적별 증명서'가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더 극명하게 '이혼' '재혼' '입양' 등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가족관계등록법대응연대모임'은 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현 가족관계등록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인정보의 과도한 노출을 보완하는 개정안을 논의했다.
▲ '호적등본'을 없애고 새로 도입한 '목적별 증명서'가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가 있다. ⓒ프레시안

"학교와 회사에 '이혼' '입양' 등 무조건 공개돼"

'가족관계등록제'의 일환으로 발급되고 있는 '목적별 증명서'는 모두 다섯 가지.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 증명서'가 그것이다.

문제는 혼인, 입양관계 등을 나타내는 증명서가 따로 있으면서도 개인의 신상을 나타내는 '기본증명서'와 가족사항을 나타내는 '가족관계증명서'에도 혼인과 입양 등의 정보가 모두 나타난다는 것. 보통 이 두 가지 증명서는 취업할 때나 학교에 입학할 때 회사나 학교 측에서 요구하는 자료여서 더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지난 9개월 간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권리침해를 당했다는 사례가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에 연일 접수되고 있다.

"어려운 취업 관문을 뚫고 입사를 했다. 회사에 '기본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친권자변경기록'이 기재되어 있어 부모님 이혼 사실이 회사에 알려져 인사 상 불이익은 없을지 우려된다."

"법원의 결정으로 전 남편 아이의 성과 본을 재혼한 남편의 성과 본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아이의 '기본증명서'에 이 변경 사실이 공개돼 있어 학교 생활에서 왕따를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다."


입양인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입양인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양부와 양모, 그리고 친부와 친모가 모두 표시되어 누구라도 단번에 입양 사실을 알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취직을 했을 때, 아이를 입학시킬 때와 같이 일상적 상황에서 이혼 당사자와 그 자녀, 그리고 양부모와 입양인 등은 모두 관련 사실을 원치 않게 회사나 학교 등에 공개해야만 한다.

대법원 "상속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족관계등록 사무를 관장하게 된 대법원은 이 같은 정보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상속'과 이를 둘러싼 '채권자'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상속 등 재산관계 공시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이혼 전력이나 성별 전환 등의 사실을 숨기는 것을 국가가 도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라미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는 "신분과 가족 관계에 대한 편견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법제도로서 개인의 정보가 전부 노출되도록 규율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제도적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상용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상속 관계를 증명하는 데 가족관계증명서가 편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불필요한 정보가 공시되지 않도록 가족관계증명서가 사용되는 경우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가족'을 우선해야"

'가족관계등록법대응연대모임'은 재혼, 이혼, 입양 등으로 개인이나 가족의 신상 변화가 생겼을 때 기본적으로 '현재의 가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양이 이루어진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에 친부모가 아닌 양부모가 유일한 부모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친부모와의 관계는 '입양관계증명서'에 담아야 입양 증명서를 굳이 따로 만들어놓은 취지에도 걸맞게 된다.

재혼 가정에서 새엄마나 새아빠가 '가족관계증명서'에 가족으로 등장하지 않는 것도 '실제의 가족'과 증명서의 큰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소라미 변호사는 '친양자입양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양자입양제도'는 올해 처음 도입된 제도로 일반입양과 달리 입양된 아이는 친부모와의 법적관계가 완전히 소멸돼 양부모만이 가족관계증명서에 부모로서 기재된다. 현재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만 친양자로 입양될 수 있다는 제한조건을 풀어 친양자 입양을 더 쉽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정보만을 담은 신분증명서 종류 늘려야"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회사나 학교 측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소극적인 방법이라면 등록사항의 일부 내용만을 증명하는 등록사항별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이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제재를 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일이 각 상황에서 필요한 수준의 증명서를 상정해놓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일일이 규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증명서'와 '전부 증명서'를 구분하자는 견해가 더 실효성 있게 다가온다. 김상용 교수는 '기본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의 경우 현재 상태만을 표기하는 증명서와 과거의 변동사항까지 표시하는 '신분증명서의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의 변동사항까지 표기하는 증명서는 원칙적으로 본인만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용 교수는 "부부관계는 혼인관계증명서로, 부모와 특정 자녀와의 관계는 친자관계증명서를 통해 증명하도록 하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는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전제로서 발급 가능한 신분증명서의 종류를 늘리고 각 증명서에는 필요한 최소한의 신분정보가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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