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총회 등을 위해 사업장 내 시설을 이용할 때도 업무 방해를 핑계로 사용자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지할 수 있고, 노조 활동의 일환으로 조끼, 리본을 착용하는 것도 징계 사유가 된다는 것. 노동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허용 범위와 한계에 대한 지도 지침'을 전국 지방노동청에 내려 보냈다.
노동부는 이 지침에서 노동조합 활동 시간부터 사업장 내 시설의 이용, 투쟁 조끼 등의 착용 및 조합원 개인의 사용자에 대한 고소·고발에 이르기까지 허용 기준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이를 어길 경우 민법이나 형법의 어떤 조항을 이용해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물릴 수 있는지" 덧붙이기도 했다.
노동부는 "그간의 판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사용자 편향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의 지침인지 경총 등 경영계 단체의 지침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퇴근 후 노조 활동도 성실 의무 위반해선 안 돼…현수막도 제지 가능"
노동부는 이 지침에서 "사업장 내의 노조 활동을 할 때는 사용자의 시설 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사업장 내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마이크를 잡고 홍보 활동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설물 이용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조합원 총회 등을 위한 사업장 내의 시설 이용을 놓고도 "사용자의 시설 관리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적었다. 노동부는 "승인된 시설을 이용할 때도 기물 손괴, 폭력 및 과도한 소란 발생으로 인해 업무를 저해하는 경우 이용 금지 조치가 가능하다"며 사용자가 원천 봉쇄할 여지를 열어뒀다.
현수막 게시도 행정 해석을 근거로 "사용자의 시설 관리권을 침해하거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사용자가 이를 제지하는 것은 부당 노동 행위가 아니다"고 했다. 사용자의 승인 없이는 결국 사업장 내에 홍보용 현수막도 걸 수 없다는 것.
나아가 노동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지정된 근무복을 착용하지 않는 것은 쟁의 행위로 볼 수 있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단체 협약에 근거가 있거나 사용자의 승인이 없을 경우 이마저도 제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용자 편향 판례만 모아 '기준'이란다…노동부가 경총이냐?"
당장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부가 사용자의 시각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제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지침이 아니라 경총이나 전경련 등에서 회원사에게 내리는 문서 같다"는 얘기다.
특히 노동부가 일부 특수한 경우에 해당돼 나온 판례를 근거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지도 지침을 정리했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병원에서 투쟁 조끼를 입지 못하도록 한 것은 환자 치료라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으로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제한되는 권리를 일반화시켜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스스로의 해석인 '행정 해석'을 법적 근거인 것처럼 내 놓은 것도 지적된다. 권영국 변호사는 "어찌 보면 사용자의 재산권과 노동자의 노동3권 가운데 노동3권이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다"며 "노동부의 역할은 오히려 사용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를 계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노동부는 "조합 활동과 관련해 기존의 행정 해석과 판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업무 참고 자료로 활용하도록 배포한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막 나가는 노동부…장관이 "청년층에 비정규직 과감히 도입" 최근 노동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30세 미만 청년층에게는 비정규직 관련법 적용을 유예하는 방식 등으로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것에 공감한다"고 언급해 노동계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비정규직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차별시정 등의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해 외주화와 대량 계약해지 등의 역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30세 미만에게는 법 적용을 하지 않는 방안에 공감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적용을 포함해 비정규직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계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영희 장관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식의 극단적 얘기는 전부 다 정규직화하자는 것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자는 얘기를 둘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동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보가 법원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안츠 노동자의 파업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지점장 노조 가입 문제에 대해 이 장관은 섣부르게 대통령에게 "불법"이라고 보고했지만, 최근 법원은 이를 완전히 뒤집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장관이 법학자 출신이면서도 법 해석을 입맛에 맞게 내리고 있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와 관련 "노동부 스스로 노동법적 소양을 벗어난 판단으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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