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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통장 없으면 생활도 빠듯"

[인터뷰]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동자 김충열씨

지난 12월31일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가 소속 하청업체 4개사와 계약해지를 해 2백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대량 해직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하청 노조는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노조원들을 걸러내기 위한 하이닉스 측의 노사전략이라고 판단, 고용승계 등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12일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청주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근절, 노동3권보장 결의대회'에 참여 중인 한 하청노동자를 만나 사업장내에서 발생했던 각종 차별 내용들을 들어봤다.

91년 입사해 지난 12월 31일 해고될 때까지 15년 동안 하청노동자로 근무했던 김충열(41)씨는 인터뷰에서 ▲하청업체의 불법파견 의혹 ▲정규직과 차이가 확연한 노동조건 ▲하청노동자 일반의 경제생활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김씨는 "대부분의 조합원이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있고, 퇴직금을 매년 정산해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고 말해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소속 하청노동자 일반이 극심한 경제적 곤란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씨는 또 "8년전 월급이나 지금 월급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다른 동료 중에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15년간 회사 간판 5차례 바뀌어...노조, 불법파견 문제제기**

프레시안 : 해고되기 전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나?
김충열 : 91년 입사해 15년간 설비관리 관련 일을 했다. 반도체는 적정 수준의 온도유지가 중요한데, 작업장 내 온도 유지가 주된 임무였다.

프레시안 : 15년간 근무하면서 소속 하청업체가 수차례 바뀌었다고 들었다.
김충열 : 줄잡아 8번정도 바뀐 것 같다. 하는 일도 같고, 작업장도 바뀌지 않았지만 사장만 바뀌더라. 91년 입사할 당시 우양기업이었다. 우양기업이 94년까지 있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정일산업, 모전산업, FM텍을 거쳐 2000년에는 성운기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프레시안 : 일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사장과 회사명만 바뀌었다는 말인데,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
김충열 : 회사명이 이렇게 자주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하청업체 독립성이 없다는 말이 된다. 우양기업 이후 업체 사장들 면면을 보면 원청 퇴직 관리자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도 살펴보면, 대부분 하청업체는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프레시안 : 노조는 지난 11월에 원청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를 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방금 제기한 하청업체가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데...
김충열 : 그렇다. 15년간 일하면서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를 켜서 원청 관리자가 보내온 작업지침서를 확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작업이나 업무관련해서는 원청 관리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지시를 받는다. 하청업체 사장이나 관리 소장은 업무와 관련해 어떤 논의나 지시를 하지 않는다. 업무에 대한 공감도 조차도 없다. 노조가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한 것도 이처럼 원-하청간 업무의 독립성이 없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안다.

***임금, 정규직 대비 43%에 불과. 퇴직금도 남은 게 없어**

프레시안 : 원-하청간 임금수준 차이는 어떻게 되나?
김충열 : 현재는 원청 정규직에 비해 43% 수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91년 입사했던 우양기업을 다닐 때는 원청과 거의 대동소이했다. 때로는 우리는 12시간 맞교대를 했기 때문에 잔업수당이나 휴일특별근무수당 때문에 정규직 보다 돈을 더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규직과 다소 갈등이 있기는 했다. 또 명절 선물 같은 것들도 정규직과 똑같이 받았었다.

프레시안 : 처음부터 차별은 없었다는 말인데, 그러면 언제부터 임금 수준 등 노동조건에 차별이 이뤄졌나?
김충열 : 아마도 우양기업이 문닫은 이후 부터니깐. 1995년부터인 것 같다. 94년 전까지는 하이닉스(당시 금성 일렉트로닉) 사업장에 하청업체는 우양기업 하나였다. 95년부터 하청업체들이 서너개로 분사 되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차별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하청업체가 늘어나니, 사장도 늘고, 관리자도 늘고 그러니깐 당연히 관리비가 늘어나지 않았겠나.

프레시안 : 좀 전에 임금수준이 정규직 대비 43%정도라고 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김충열 : 8년전 월급과 현재 월급이 같다. 성과급은 전혀 없기 때문에 월급만 따지고 보면 1년에 2천만원 안팎을 받는다. 물가는 오르고, 경력도 쌓였지만 받는 돈이 8년전과 같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노조 사람 말이 하청노동자 70%가 마이너스 통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나도 마이너스 통장 있다. 그 통장 없으면 사실 애들 학원 보내기는커녕, 생활 유지하는 것조차 빠듯하다.

여기서 15년 일했지만 퇴직금도 없다. 원래 없는 것은 아니고, 다 써버렸다. 임금 수준이 낮으니까, 매년 퇴직금을 정산해 빚을 갚았기 때문이다. 여기 대부분 하청노동자 모두 비슷한 사정이다. 우리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친척들 만나면 하이닉스 다닌다고 부러워 하지만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지 알면 다들 놀랄 거다.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

프레시안 :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노동조합을 지난해 되서야 만들었다. 다소 뒤늦은 감도 있는데...
김충열 : 사람들이 순진했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기만 했으니...불만과 분노는 가슴에 가득찼으면서도, 회사가 위기라고 하면 정말 열심히 일 하기만 했다. 2000년 초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회사는 그에 대한 대가로 정규직에게는 성과급 500%를 지급했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식비 10만원이 나왔다. 당시 사람들 분노는 대단했다. 돈을 갈갈이 찢어 버리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주체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원청노조에 기대고, 회사를 믿고 지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해 10월 노조를 만들었다. 이제 막 노조를 만들어 권리를 찾아보려는 참에 해고되어 참담할 뿐이다.

프레시안 : 경황이 없는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한다.
김충열 :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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