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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절대호황, 하청노동자는 무더기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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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절대호황, 하청노동자는 무더기 해고"

[현장]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노사갈등 극심

새해를 맞아 각 기업들이 시무식을 갖고 재도약을 위해 노력을 하는 가운데,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만은 연초부터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노사갈등에 대해 원-하청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비정규노조 탄압 양상을 재현하고 있다며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새해 벽두 격렬 몸싸움 벌어진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청주공장 정문 앞**

12일 오후 3시30분경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청주공장 정문에는 수백명의 노동자들과 사측 경비대-경찰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지난 12월31일 집단해고된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원들과 지원에 나선 민주노총-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마치고 공장진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부터 일당 25만원에 고용된 5백여명의 사설경비업체 요원들과 시설관리 요청을 받고 온 전투경찰들은 노동자들의 공장 진입을 결사적으로 막았다. 몸과 몸이 부딪히며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갔으며, 대오에 이탈된 경비요원, 경찰, 노동자들은 집단 구타를 당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30여분의 몸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자들은 사측이 만들어 놓은 바리케이트와 철조망을 넘어 정문안으로 약 5m 진입했다. 이 때 전투경찰들은 소화분말을 분사했고, 노동자들 역시 화단의 잔디와 흙을 막아선 전투경찰에게 내던져, 공장 정문 언저리는 하얀 분말가루와 흙먼지로 뿌연 먼지 구름으로 가득찼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며칠전부터 수차례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에 민주노총 명의로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며 "공장진입을 시도한 것은 묵살에 대한 항의와 하청노조 탄압에 대한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몸싸움은 결국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사측이 항의서한 제출을 허용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20여분간 노동자들은 항의서한을 들고 들어간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연좌농성에 돌입했고, 사측 경비대와 전투경찰 역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전달되어야 할 항의서한은 다시 되돌아 왔다. 집회 방송차량 스피커에서는 "사측이 위상에 맞는 대표가 나와 항의서한을 접수받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민주노총, "올해 비정규직 투쟁 닻 올렸다"**

이날 집회와 공장진입투쟁은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하청노동자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충북본부, 금속노조, 민주노총 중앙본부 소속 조합원이 대거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참석 규모를 1천5백명이라고 밝혔다. 단일 기업의 노사갈등에 민주노총 총연맹이 직접 나서서 인력을 동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유보된 정부 비정규관련 개악안이 올해 2월 임시국회에 재논의되는 것에 대비해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 시키고 2월 총파업을 재조직하기 위해서"라며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사업장은 비정규 고용의 한 유형인 간접고용에 따른 차별과 노조탄압이 전형적인 형태로 드러났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해결해야 하는 올해 첫 번째 사업과제로 설정됐다"고 말했다.

신 부위원장의 설명처럼, 지난 연말 노동계는 '단시간·기간제근로에관한법 제정안'과 '파견근로에관한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민주노총은 단일 사안으로는 최초로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결의했고, 정부 역시 대통령까지 나서며 민주노총을 '이기주의 집단'으로 몰아세우며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노·정갈등은 12월 초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중재로 법안 처리를 2월 임시국회로 유보시켜 수면아래로 내려갔지만,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인만큼 또다시 대치정국은 예정된 일이었다.

신 부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는 8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차별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안을 폐기시키고 비정규직권리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청업체-노조, 직장폐쇄-파업 대치**

한편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노사갈등은 앞선 지적처럼 원·하청 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당한 차별과 노조탄압이 진행돼 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10월22일 하청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 설립 직후 하청업체 사업주에 임단협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대리인을 내세우며 성실교섭을 기피했다. 노조에 따르면,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 대표단은 번번히 합의 사항을 번복하다가 12월 들어 일방적으로 교섭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29일에는 청주도시산업선교회 등 충북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가 사측에게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지난 12월 7일부터 잔업거부, 중식시간 준수 등 준법투재에 들어갔고, 15일에는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측 역시 인화산업·성훈테크놀로지, FM텍 3개 하청업체는 "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12월25일 오전0시에 전격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노·사 갈등은 파국을 치닫기 시작했다.

***원청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 노사문제 관심없다"...12월31일 계약해지**

한편 노조는 노·사 갈등의 근본적 책임은 원청회사인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에 있다며 원청에도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복규 노조 교육선전부장은 "현장에서는 작업지시를 원청 관리자에게 받는 등 실질적 관리는 원청에서 하고 있다"며 "하청 사업주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인 만큼 노조는 원청에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협력사(하청업체)와 그 회사 근로자간의 노사 문제이기 때문에 하이닉스가 교섭의 직접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이와 관련 노조는 11월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관련 진정을 제기했고, 이달 말 경 노동사무소는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하이닉스 사태는 12월31일부로 문제가 된 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가 문제가 발생한 하청업체 4곳과 계약해지를 하면서 노·사갈등은 정점에 이르렀다. 계약해지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중 비조합원은 다른 업체로 재고용됐지만, 2백여명의 조합원들은 1월1일부터 해고를 당한 것이다.

***회사는 최대 경영실적 보였지만, 하청노동자는 공장에서 쫒겨나고**

한편 하이닉스-매그나칩은 2000년 전후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이는 등 상승주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5조8천9백7억, 당기순이익 2조2백억원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3년 대비 62.3% 급증한 것으로 비메모리분야인 'D램' 시장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순환 금속연맹 전 위원장은 이와관련 "2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실적을 보인 대기업 하이닉스가 하청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지급하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더구나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직장을 폐쇄하고, 계약해지를 하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하청노동자는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고만 있었던 지난 시절이 무척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며 "비록 늦었지만 부당한 차별에 항의하고 주어진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지만, 사측의 비상식적인 노조탄압에 해고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이 노동자는 "10년간 하청노동자이지만, 누구못지 않게 하이닉스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며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이 될 때까지 싸움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청은 수조원 대의 순이익을 남기지만, 생산에 기여한 하청노동자들은 단지 '하청신분'이란 이유로 그 과실을 나눠 가지지 못하는 것이 2005년 새해를 맞은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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