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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부패 사정기관'이라고?"

[기고] 6개 사정기관 합동수사팀 운영계획, 국정원법 위반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지난 25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한 계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검찰이 지휘하는 6개 사정기관 합동수사팀을 구성하여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인 국가 업무인 부패 척결 및 경제범죄 단속마저 굳이 '국가경쟁력'을 들먹이며 추진하는 현 정부의 경제지상주의적 발상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망국적 부패 비리에 대한 사정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관 사이의 협력공조를 체계화하겠다는 방침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필자는 오히려 이번에 구성되는 합동조사팀이 재벌의 성장비결로 공공연히 통했던 각종 경제 범죄에 대해 철저히 단속하기를 바란다. 이런 범죄의 유형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정경유착이다. 정치 권력에 뇌물을 건네고 그 대가로 사업과 금융의 이권을 얻는 사업 행태를 가리킨다. 재벌 총수가 저지르는 회사 재산 약탈 범죄도 있다. 재벌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하고 세습하기 위해 저질러지는 갖가지 회사 재산과 회사 기회의 배임횡령 행위가 여기에 속한다. 그뿐 아니다. 내부자 거래 및 주가 작전 세력 등이 개입된 금융시장 교란범죄, 대기업의 불법담합, 부당하도급 및 부당노동행위 등도 있다.

이런 악질 범죄들은 흔히 '일확천금의 연금술'로 포장돼 왔다. 하지만, 포장을 걷고 들여다보면 건전한 시장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범죄는 검찰과 경제감독 기구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효과적인 단속이 불가능하다.

"국정원은 비리 수사 권한이 없다"
▲ 국가정보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정기관 합동수사팀 운영 계획이 눈길을 끌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합동수사팀을 구성하는 6개 사정기관에 '국가정보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런 방침대로라면, 국정원이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과 동일한 성격의 이른바 부패비리 사정기관이라는 뜻이 된다. 말이 안 된다.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정보기관일 뿐 수사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한국은 이례적으로 국정원에 국가보안법 위반범죄와 내란외환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여 국정원이 '안보' 수사기관의 성격을 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해 왔다.

게슈타포와 KGB 등 강제수사권을 겸비한 정보기관은 예외 없이 공포기관으로 바뀌었다는 역사적 경험 외에도 비밀보안을 생명으로 삼는 정보기관과 재판과정에서 수사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수사기관은 속성상 양립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아무튼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관련되지 않은 일반적 부패비리 수사권한을 갖지 못한다.

"국정원의 범법 행위, 누구의 책임인가"

나아가서 국정원은 일반적 부패비리 '정보 수집' 권한도 없다. 국정원법상,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범위는 국내 '보안' 정보로 제한돼 있다. 게다가 국내보안정보 역시 "대공, 대북,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국제조직범죄"로 제한적으로 열거돼 있다.

한마디로 국정원은 국내정보에 관한 한, 무제한적이고 전방위적인 국내정보 수집기관이 아니라 국내보안정보 수집기관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지극히 한정돼 있다.

따라서 국정원은 법적으로 국가안보에 관련된 부패비리정보, 예컨대 국방외교 관련 부패비리정보만을 수집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범위를 넘는 순간 명백히 위법이다.

설령 정권실세와 재벌총수가 유착해서 저지른 초대형 비리 혐의가 있다해도, 국정원이 개입할 근거는 없다. 국가안보와 관계 있는 게 아닌 이상, 국정원은 수사권한은 물론 정보수집권조차 없다. 따라서 국정원이 부패비리 사정기관 합동수사팀에 합류한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범법 행위다. 이렇듯 명백한 범법 행위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노무현도, 이명박도'국정원의 불법 행위' 옹호"

국정원을 사정기관 합동수사팀에 합류시키는 건 김성호 국정원장과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사전 양해와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국정원을 포함한 6개 사정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의 공식운영계획은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의 조율과 이명박 대통령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는 외부 공개가 불가능하다.

공교롭게도 법무부 장관, 국정원장, 민정수석은 모두 검찰 출신 법률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과거 검사 시절 중정 및 안기부와 다양한 업무공조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속성과 문제점은 물론 국정원법의 내용과 변천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국정원의 합동수사팀 불법 합류를 막지 않은 것은 향후 법치주의의 전망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회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정원의 일탈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前) 대통령도 단단히 한몫 거들었다. 지난해 7월, 국정원의 '이명박 TF' 운영 사실이 드러나자 노대통령은 부패비리 정보수집은 현대의 국가안보에 필수불가결하다며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적극 두둔했던 것이다. 당시 국정원은 이명박 TF가 이명박 당시 후보의 지인 93명에 대해 총 406건의 금융계좌와 자료를 엿보았노라고 고백했다.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위법적인 정보 수집과 조직 확장에 헌신!"

국정원은 최근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으로 원훈을 바꿨다. 하지만 지난 25일 나온 합동수사팀 운영 계획대로라면, "부패와 비리 척결을 위한 공개적 헌신"으로 다시 원훈을 바꿔야 할 판이다.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으로 한껏 낭만화한 국정원의 실체가 결국 경제 살리기 동참을 명분으로 위법적인 정보 수집과 조직 확장에 헌신하는 것이란 말인가.

국민주권과 입법자가 명령한 안보 전문 국내정보기관으로서의 본분에 만족하지 않고 슬그머니 시세에 영합하여 부패비리 정보기관으로 둔갑함으로써 사회 각계에 전방위적 영향력을 불법적으로 행사하려는 동기와 목적이 어떻게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과 양립할 수 있는가. 김성호 국정원장의 책임있는 답변과 대국민 사과, 그리고 즉각적인 계획 철회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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