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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완화…카드라도 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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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완화…카드라도 자르고 싶다

[기자수첩]'강부자 감세'에 '유리지갑' 말단 직장인의 저항법?

얼마 전 조그만 죽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으로부터 한탄을 들었다. 요즘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게 손님 수는 줄지는 않았는데, 전복죽 등 비싼 메뉴를 시키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는 것이다.

한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사장은 "손님들이 대부분 카드를 써서 현금 만지는 일이 드문데다 그나마 초등학생부터 나이 드신 할머니까지 아버지나 자식의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며 현금영수증을 악착같이 받아가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죽 60그릇 팔면 대충 3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는데, 10%인 부가가치세만 3만 원에 카드수수료 3%를 떼이고 나면 실매출은 26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세금 징수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별 불만이 없었지만, 요즘처럼 원재료값이 오르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단 돈 몇 푼이 아쉽다고 한다.
▲ ⓒ프레시안

재산세, 자동차세 같이 직접 고지서로 날아오는 세금이나 월급에서 공제되는 소득세는 '세금 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상품 소비에 항상 10%씩 부가가치세를 내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한달 용돈이 30만 원이면 3만 원을 부가가치세로 내고 있는 셈이다. 2007년 걷힌 세금이 161조5000억 원인데, 이 중 41조 원이 부가가치세로 세수 랭킹 1위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세금을 내며 살고 있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란이 뜨겁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종부세를 내던 2%의 부자들이 향후 3년간 덜 내게 될 세금이 2조23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세금을 줄이면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고 묻지만 정부에게는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다. 다른 세수를 늘리지 않아도 연간 늘어나는 세수가 9조 원이라고 한다. 물가가 오르면 부가가치세는 당연히 늘고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장려 정책으로 세원이 늘어나 매년 이렇게 '앉아서 버는 세금'이 늘어난다.

민주당이 자영업자 대책으로 주장하는 부가가치세 3%포인트 인하 정책의 뒷바탕은 이렇게 늘어난 세수였다.

물론 세정의 투명화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자영업자의 불성실 신고로 탈세되는 금액이 연간 7조 원에 달한다고는 한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보면 그렇게 영세자영업자들을 쥐어짜서 걷은 세금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요즘 술자리에서는 누군가 "요즘 '2 대 8의 사회'는 2 대 8이 아니라 2 대 98이다"라고 말하자 앞에 있던 사람이 "조만간 2 대 998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옆에 있던 사람은 "2 대 9998이 아니면 다행이지"라고 말을 더하는 자조 섞인 농담들이 오간다.

종부세가 도입될 당시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세금 폭탄'이라며 연일 '조세저항'을 경고했었다.

서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조세저항도 할 수 없다. 종부세처럼 거액의 세금을 낼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 내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모자라 '강부자 감세정책'까지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것이 가능하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0만 원으로 한 달 버티기' 운동이 벌어지고 도시락 레시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차라리 신용카드를 안 쓰고 현금영수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단 동네 식당이나 재래시장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한해서다. 나름대로 어려운 사람들끼리 도우면서 정부에 '세금 귀한 줄 알라'는 경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다소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까지 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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