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누아르의 코미디 호흡이 서로 걸리적거리는 초반 30분만 적응되면 나머지는 근사하다. 찌질하게 굴면서도 절실한 감정을 향해 내달리는 30년대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의 사랑에서 포착되는 '거대한 공허'가 스펙타클 형식으로 다듬어져 있다. 외적인 풍경 재현에 인물의 내면을 새기는 난제에 초반 버거워하던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러 자기 고유의 에너지를 갖는 건 박해일, 김혜수의 훌륭한 연기와 정지우의 비틀거리지 않은 연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평론가 김영진 <모던보이>는 항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경성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다. <해피엔드><사랑니>처럼 정지우 감독의 영화는 늘 사랑 이야기였다.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욕망이 만들어내는 상황과 그 감정이 만들어 내는 효과에 관심을 보였다. <해피엔드>는 실직한 가장과 바람난 부인을 통해 파국으로 치닫는 사랑의 욕망을 이야기했다. <사랑니>는 서른 살의 여자 학원 강사와 열일곱의 남자 고등학생의 사랑을 내세워 감정의 변화를 바라봤다. <모던보이> 역시 그렇다. 애국과 매국 중간지점에서 연애질에 몰두하는 '낭만의 화신' 이해명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조난실의 연애를 통해 시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난실과의 사랑을 통해 정체성에 영향을 받는 이해명의 모습을 그린다.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호언대로 <모던보이>는 관객의 대중적인 감성에 부합하는 전개를 보여주며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 <필름2.0> 허남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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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
<모던보이>는 냉소주의적 회피로 점철된 원작의 결말을 결단력 있게 비튼다. 주관을 또렷이 제시하되, 강권하지 않는다. 그와 함께 로맨스가 처연히 맞물린다. 낭만의 화신은 마지막까지 낭만에 목숨을 건다. 비정치적 인물을 통해 시대적 정치를 환기시킨다. 실로 의미 있는 결말이다.
- <무비스트>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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