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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총파업 임박…'노동 vs MB' 대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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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총파업 임박…'노동 vs MB' 대리전?

26일 파업 앞두고 노사 '극단적 신경전'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전체를 둘러싼 대리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파업의 핵심 쟁점이 서울시 차원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인력 구조 조정과 외주화로 노사 간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데, 새 정부가 공기업에 칼을 겨눈 후 이에 맞선 첫 파업이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김상돈 사장이 직접 나서 노조와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방만한 경영을 고백했다. 노조의 파업의 정당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누워서 침 뱉기'였다. 서울시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서울시가 선도하겠다"며 서울메트로를 지원 사격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올해부터 필수 공익 사업의 파업 때 적용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철저하게 지키면서 준법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장기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파업 앞둔 서울메트로, 김상돈 사장 직접 나서 "직원 도덕적 해이 심각" 고백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노사 갈등은 회사 측의 이른바 경영 혁신안 때문이다.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인력의 20.3%, 2088명을 줄이고 일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15일부로 8개 전철역의 운영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는 산하 5개 공기업 구조 조정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서울시의 '방침'을 따른 것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2010년까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SH공사에서 총 인력의 17%를 감원하겠다는 것.

이런 가운데 노조는 최근 찬반투표를 통해 투표율 90.24%에 찬성률 74.39%로 총파업을 결정했다.

노조의 총파업을 사흘 앞둔 23일 김상돈 사장은 직접 기자들을 찾았다. 목적은 자신의 회사 직원들의 근무 태만 및 도덕적 해이 사례를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 등 서울메트로 경영진은 승무 분야 직원들의 병가 일수가 연간 16.6일로 인천지하철의 4.4배, 도시철도공사의 1.6배나 되고, 돌아가면서 병가를 내 대체 근무 수당을 챙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 근무를 한 번 할 때마다 보통 17~18만 원이 지급되는데, 직원들이 이를 '악용'해 지난해에는 수당으로만 연간 148억 원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월 100만 원 이상 받은 직원도 3명이나 된다고 했다.

노조의 파업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김상돈 사장은 "하나의 치부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이런 것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을 안 했지만 시민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다"며 노조의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전체를 둘러싼 대리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파업의 핵심 쟁점이 서울시 차원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인력 구조 조정과 외주화로 노사 간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데다, 새 정부가 공기업에 칼을 겨눈 후 이에 맞선 첫 파업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노조 "외주화 특혜, 결국 전직 서울시 인사들이 다 가져갔다"

노조는 발끈했다.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에 직접 교섭까지 요구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는데, 사측이 오히려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오히려 "사측이 외주화, 위탁 과정에서 전직 고위 인사와 서울시 낙하산 인사에 특혜를 줬다"며 "이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려고 편법으로 정년까지 연장하며 시민 재산인 공기업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덕적 해이'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였다.

김 사장이 직접 거론한 '과도한 병가'에 대해서도 노조는 "노동 강도의 문제"라며 "다른 업무의 경우 몸이 아프면 출근 후 쉴 수 있지만 승무 분야는 터널을 운전해야 하는 등 위험이 있어 그럴 수 없는 직종이라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특히 업무의 외주화와 민간 위탁은 지하철을 민영화, 사유화의 길로 내모는 수순이며 지하철의 안전 운행과 공공성을 위협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장 요금도 오르고 각종 사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 문제'라면서 은근히 서울메트로 압박하는 서울시

파업을 앞두고 노사가 때 아닌 '도덕적 해이' 공방을 벌이며 맞서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입장은 모순적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계획 속에 벌어진 일인만큼 서울시와 직접 교섭하고 싶다"는 노조의 요구에는 "노사 간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서울메트로에 대해서는 "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서울시가 선도하겠다"며 물러서지 말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이후 첫 공공기관 파업이 될 서울메트로의 결론이 향후 공기업 구조조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와 서울시로서는 여기서 밀리면 '큰 그림'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이다.

결국 막대한 적자와 방만한 경영을 스스로 인정하는 등 자기 체면까지 구기면서 '노조 흠집 내기'를 감행한 김상돈 사장의 행보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지키기를 위한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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