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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해체시킨 MB정부, 거래세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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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해체시킨 MB정부, 거래세는 왜?

MB정부, 부동산세제 '후진화'…다주택 보유 권장하나

"현재 부동산 시장은 상당 부분 불안요인이 잠재해있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상향이나 1세대 2주택자 양도세율 인하와 같은 급격한 제도 변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지난 6월 당시 이희수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재정부는 종부세와 양도세를 대폭 완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양도세율을 2010년까지 3%포인트 인하하고, 1주택자 양도세 부과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23일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또 종부세율을 현 1~3%에서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고령자에게는 세금을 10∼30% 경감해주기로 했다.

18만 가구 종부세 면제…10억원 주택 보유자 360만 원→18만 원

이 같은 종부세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 되면 종부세 부담이 올해보다 적게는 60%, 많게는 전액 면제된다. 과세 기준 6억-9억 원 사이의 18만 가구가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과세 대상이었던 37만여 가구 중 절반이 제외된다. 시세로 따지면 12-14억 원 주택을 1채 보유한 사람들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비난하며 종부세 폐지를 주장해온 <조선일보>에 따르면,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시가격이 10억 원인 주택의 경우 종부세액이 올해 360만 원(농특세 20% 포함)에서 18만 원으로 95% 감소하고, 12억 원 주택은 57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91%, 20억 원 주택은 1440만 원에서 390만 원으로 73% 줄어든다.

"종부세 검토 안 하고 있다"던 세제실장 교체

이같은 종부세 개정안에 대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가 사실상 해체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올 연말께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의 세대별 부과 방식 등과 관련해 위헌 판결이 내려진다면 종부세는 유명무실화된다. 세대별 부과에서 인별 부과로 바뀔 경우 과세 기준으로 18억 원 주택까지 부부공동명의로 하면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세제 개편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공약 실현'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 급격한 세제개편은 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세대별 부과 방식만 건드리지 않고 다른 부분은 다 풀어주는 '화끈한' 개편을 한 것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뿐 아니라 세수 감소에 뒤따르는 문제에 대해서도 과연 얼마나 사전 검토를 거친 것인지 의문이다. 세금은 한번 풀어주면 되돌리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경기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법인세, 소득세 등 대대적인 감세 정책도 발표했다.

종부세와 양도세의 급격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던 세제실장은 9월초 교체됐다. 이희수 전 세제실장의 갑작스런 교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코드'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종부세 대상 10채 중 9채가 다주택 보유자 소유

지난 2007년 종부세 과세 대상자 중 수도권 거주자는 93.8%였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상 종부세와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수도권 거주자 중에서도 강남 3구 거주자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강남구 거주자가 15.7% 이며, 서초(11.0%), 송파(9.1%) 였다. .

더군다나 종부세 대상자 10명 중 6명은 다주택 보유자인데, 이들이 보유한 주택만 모두 97만7000 가구로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112만4000가구)의 86.9%를 차지했다. 즉,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 10채 가운데 9채는 다주택 보유자 소유다.

보유세 강화하고 거래세 낮추겠다더니…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고 세제를 선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낮은 거래세(부동산 취.등록세)와 높은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세제다. 주요 국가의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보유세 98% : 거래세 2%, 일본은 보유세 95% : 거래세 5%, 영국은 보유세 89% : 거래세 11%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보유세 31% : 거래세 69%로 보유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낮다. 이마저도 종부세 도입으로 보유세 비중이 커진 것이지만, 내년부터 종부세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 원칙을 내세웠지만 정작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종부세는 대폭 완화했지만 거래세 1%포인트 인하 방침은 뒤로 미뤄지고 있다. 부동산 세제를 선진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진국형으로 되돌린 셈이다.

실수요자 아닌 다주택자 위한 부동산 정책?

이명박 정부는 왜 거래세는 건드리지 않고 종부세 완화에만 매달릴까? 종부세 완화는 현재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오히려 더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 말이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현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건설경기 부양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지난 9.19 주택공급책을 통해 향후 10년 간 전국에 5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처럼 공급된 주택은 누군가 매수해줘야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산층과 서민층의 구매력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매년 50만 가구씩 새로 공급된 주택을 사들일 이들은 실수요자들이 아니다. 이미 고가주택을 소유한 고소득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추가 주택 구입을 유인하기 위해 종부세, 양도세 등 부담을 대폭 완화시켜준 것이다.

지난 8.21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통해 임대사업자의 종부세, 양도세 부담을 대폭 완화시켜준 사실은 '다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전에는 5가구 이상 주택을 10년 이상 임대할 경우에 한해서만 양도세와 종부세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이제 1가구 이상 보유자라도 임대사업자 등록 후 7년 이상 임대하면 비과세 대상이다.

종부세 해체는 다분히 정치적 계산도 배후에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지지계층인 강남 3구를 겨냥한 정책이라고 이태경 처장은 지적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화끈한' 종부세 완화로 정작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래세 완화는 더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이태경 처장은 "종부세 완화로 세수 결손분이 2조 원 넘게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세원인 거래세 완화는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종부세는 국세지만 지방교부금으로 각 지자체에 나눠줘 지자체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세금이었는데, 이 부분이 줄어든 상태에서 다시 거래세까지 인하할 경우 지자체의 반발이 클 것이란 예측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종부세 완화 대신 거래세를 1%포인트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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