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순례단은 19번 국도에서 순례를 시작해 휴식을 취하고, 순례를 종료했다. 순례단은 아스팔트 도로가 주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19번 국도는 차량들이 마치 고속도로인 양 빠르게 지나치기 때문에 순례단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고 진행 팀을 계속 긴장시켰다. 또 오체투지를 하는 두 성직자는 도로에 몸을 밀착시킬 때 차들이 지나가며 내뱉는 타이어 타는 냄새와 분진을 코와 입으로 흡입해야 했다.
지렁이 한 마리, 순례단을 멈추게 하다
순례를 시작한 지 15일만에 순례단은 전라남도를 벗어났다. 전라북도는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에게 남다른 곳이다. 지난 2003년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부안에서 서울까지 310km 길을 삼보일배를 하며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에게 도로 위의 지렁이 한 마리가 길을 멈추게 했다.
순례단에 따르면 두 성직자는 아스팔트에 몸을 던질 때 차도 옆 옹벽 위 풀밭에서 떨어진 지렁이 한 마리가 옹벽을 오르지 못하고 도로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도로로 가면 지렁이가 말라 죽을 수도 있기에 두 성직자는 지렁이를 다시 풀밭에 옮겨주었다. 이 과정에서 순례단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생명의 길을 찾아나선 순례 길답게 이들은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며 기꺼이 순례를 잠시 멈췄다.
그런데 곧 얼마 가지 않아 순례단은 도로 갓길에 온통 말아 죽어 있는 지렁이 사체들을 만나게 됐다. 이를 바라보던 문규현 신부는 "새만금의 수많은 생명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며 탄식을 토해냈다. 수경 스님도 오체투지 내내 호흡이 가빠와도 계속 염불을 독송했다.
순례단은 "지렁이 한 마리의 죽음에도 슬퍼하지 않게 된 우리 사회는 새만금의 무수한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있다"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100여 일에 가깝게 곡기를 끊은 기륭 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미다 비명을 듣고도 돌아보지 않는 사회가 됐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미래 세대와 생태, 먹을거리, 비정규직 등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 소외자의 소중함을 잃어버리면서까지 우리 사회는 경제적 성장이라는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기업과 자본을 위한 실용주의 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길 위의 사람들
이날도 많은 1일 순례단원들이 순례 길을 함께했다. 남원 극락암 신도 등 불교계 사람들이 동참했으며, 남원 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교통 및 차량 안전을 후원해주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 온 범휴 스님은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너무 변한 것 같다"며 "너무 돈에 치중하는 것에 놀랐다. 잘사는 것도 좋으나 인문교육, 명상교육 등으로 내적성숙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체투지 순례 16일째인 19일 순례단은 오전 8시 남원시 주천면 호기리 SK 주유소 공터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순례단은 의충사 앞 19번 국도를 경유해 남원시 고죽로터리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오체투지를 진행하고 있다.
오체투지 순례 길에 동참하려면 참가신청은 순례단 진행팀에 연락해야 한다. 단, 참가를 원하는 날짜 최소 3일 전에 해야 한다. 사전에 반드시 순례단의 위치를 확인할 것. (진행팀 연락처: 010-9116-8089 /017-269-2629 / 010-3070-5312) |
* 더 자세한 도보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cafe.daum.net/dhcpxnwl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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