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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뒤늦게 '난파선'에 뛰어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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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경제, 뒤늦게 '난파선'에 뛰어들려나

[토론회]"'부자 감세'로 느는 건 해외투자ㆍ소비"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흔히들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한국 경제는 감기가 든다'고 할 정도로 두 나라 경제는 깊숙이 연결돼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금융경제 체제가 깊은 내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미국 금융위기는 사람이 노동을 하고 노동이 가치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돈'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경제의 지속불가능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는 내년 2월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인 '금융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한국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현재의 방향 설정이 과연 맞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채(1934-1995)의 '민족경제론-자립경제론'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런 차원에서 제기됐다. 18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박현채 기념 토론회 '에너지-식량위기 시대, 한국경제 붕괴론과 대안 모색'에서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대처-레이건 정권으로 시작된 신자유주의호는 이제 침몰하고 있는데 한국은 파산하는 배에 올라타려 애를 쓰고 있다"며 '방향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MB 경제정책=부시 경제정책
▲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박현채 선생에 대한 영상이 상영됐다. ⓒ프레시안

정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본격화한 이 흐름은 이명박 정부의 자발적 민영화/개방, 수출지향적 환율정책, 규제완화를 통한 건설 경기 부양으로 극점에 이르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이런 정책은 미 부시정부의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특히 이명박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감세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 등을 낮추고 종합부동산세 완하 등을 통해 부자들의 소비를 촉진시켜야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이른바 적하효과(tricle down effect)를 얘기한다"며 "박정희 시대의 믿음을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하지만 현재 1000대 기업 사내유보가 364조 원인데 법인세를 5%포인트 인하해 8조 원 가량 보태주면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겠냐"며 "금융화 환경에서 이 돈은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즉 고용을 늘리는 제조업보다 훨씬 단기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자들의 수입 증가 역시 해외 여행경비, 연수비, 자녀 조기유학 등을 위한 증여성 송금, 해외이주비, 수입사치재 구입 등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대기업과 부자의 부를 늘리는 감세 및 규제완화 정책은 국내의 일자리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많은 부분이 해외로 빠져 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와 비교해 수출의 고용흡수력도 형편없이 낮아졌다"며 "이는 중국 쇼크 등 세계화의 영향, 대기업의 근시안적 하청기업 수탈로 국내 산업연관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살려야

따라서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가 증가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 단속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생활안정과 재교육 등을 담보할 수 있는 각종 복지정책, 지역공동체와의 공동 프로그램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50만개가 창업하고 40만개가 폐업하는 자영업의 활로와 관련해 정 교수는 "중대형 마트 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월스트리트에서도 월마트를 규제한다"고 말했다.

농업에 대한 재조명 필요
▲ ⓒ프레시안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농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당시 한국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인데, 정 교수는 농업이 GDP의 3%를 차지하는 현재에 이르러 새로운 차원에서 박현채의 '협업농'과 '협동조합'에 대한 접근 방식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그는 복지-교육-문화 서비스의 근거지로서의 '풀뿌리 공동체'의 중요성과 현실적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또 '풀뿌리 공동체'는 고유가 시대에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근거지이며, 최근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지로 기능한다.

글로벌시대의 민족경제론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분명 시대적 한계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에서 자본은 민족국가의 범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따라서 좀더 넓은 범주에서 '자립경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EU처럼 동아시아의 지역공동체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민족경제론이 탄생하고 발전한 시대에 대외문제는 주로 종속성의 문제로 다뤄졌지만 금융세계화의 급진전은 세계 각국의 경제변동성을 가파르게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정태인 교수. ⓒ프레시안

그는 "이런 금융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방의 조절과 적절한 규제의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거의 완전한 개방과 미국식 자유화를 정책기조로 삼고 동시에 그 기조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한미FTA부터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FTA로 한국이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이고, 한국이 미국식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아시아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동아시아 지역공동체의 모색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사실상 미국에 편입된 상태를 벗어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인프라 건설, 미개발지구의 공동 개발 등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무산된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한미FTA는 한국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공동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무산시킨다"며 "한미FTA를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현 정권은 한국 민중의 삶을 파괴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앞장 서 가로막은 무지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유명무실하지 않고 실제로 굴러갈 다자간 체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은?

'민족경제론'은 1978년에 출간된 책의 제목일 뿐만 아니라, 1980년대 후반까지 일련의 형성된 박현채의 경제학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지역적 개념인 '국민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박현채는 그 안에 민족적 생존권을 뒷받침하는 경제영역(민족경제)과 민족적 생존권을 제약하고 축소·소멸시키는 경제영역이 존재하며, 양자는 상호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자본도 민족경제 내부에서 자기재생산의 기반을 갖는 민족자본과 그렇지 못한 외국자본 및 매판자본으로 구분된다. 민족경제영역의 충실한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전 국민경제가 민족경제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이는 민족경제론이 지향하는 중요한 목표가 기초산업과 중소기업의 발전에 기초하여 여러 산업들간의 긴밀한 분업관련 속에 자립경제를 달성하는 데에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생존기반이 민족경제의 부차적 영역에 있는 민중들은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민족적 이해가 일치하게 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하게 띠는 민족경제 통합의 주체가 된다고 한다. 이로써 좌우파를 막론하고 이론경제학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민족주의라는 개념도 민족경제론 내부에서는 이론적으로 설명된다.

민족경제론은 해방 이전부터 60∼70년대까지 면면히 이어져오던 민족주의적·민중적 관점을 총괄한 경제이론이라 위치지울 수 있을 것이며, 박현채 자신이 시동을 건 80년대의 사회구성체논쟁이라든가 심지어는 중소기업육성을 강조하는 '대중경제론'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교수신문>에 기고한 '[우리시대의 고전] 박현채 <민족경제론>'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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