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순례는 본격적으로 국도로 접어들어, 많은 차량과 도로 위의 잔돌로 더욱 고생스러운 길이었다. 순례단은 "순례를 마치는 날까지 이런 도로에서 순례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차량을 타고 지날 때는 모르지만, 천천히 걷거나 살펴보면 도로에는 차량에 의해 튄 수많은 작은 돌들이 있어 순례자의 몸에 멍을 들게 했다. 문규현 신부는 한참을 아파했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은 추석 연휴 4일을 쉬고 다시 시작하니 순례 내내 더욱 고통스러워 보였다. 두 성직자는 "오늘 처음 시작해서인지 무척 어렵다"며 짧은 휴식 후 오체투지를 할 때마다 격한 호흡을 뱉어냈다.
빠르게 지나는 차만 바라본 날
이들이 고통 속에 하루 종일 걸은 길은 정작 차량으로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순례단은 "이날은 순례 중 짧은 휴식 때도, 오체투지를 하는 도중에도 빠르게 지나는 차만 바라본 날"이라며 "느림을 실현하는 오체투지 순례단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빠름과 속도에 익숙해지기 위한 고통스러운 날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빠름과 속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며 "하지만, 순례는 그와 반대이다. 순례는 느리고 천천히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순례는 더 많은 것을 얻고자 빨리 가려 하지 않고, 우리 안에 있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 등을 더 많이 버리기 위해 자신을 한없이 낮춰 생명의 호흡처럼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빠르다는 것은 한 순간 목표를 이룰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며 "우리의 순례는 그동안의 우리 삶과 사회를 돌아보는 참회의 기도이며, 우리 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순례이며, 그 속에서 우리와 사회가 함께 상생하며 공존하는 길을 찾아가는 순례"라고 정의했다.
나와 타인의 삶을 구분하지 않는 따뜻한 시선
이날 순례도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 광주지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 서울에서 온 수녀님, 노삼모(노무현 전 대통령과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는 모임) 회원들, 인터넷을 보고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왔다는 대구에서 온 시민 등이 1일 순례단원으로 동참했다.
또 순례단이 지나는 도로에서 행상을 하던 한 아주머니는 순례단이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자신이 벌여놓은 행상을 직접 치우기도 했다.
순례단은 "작은 발걸음 하나에 사람됨과 생명, 우리 사회의 평화에 대한 서로의 작은 주문을 외우며 길을 찾아가는 순례 길에서 우리는 생명과 평화라는 소중한 인연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순례 15일째인 18일 현재 순례단은 19번 국도 산동SK주유소 건너편 인근에서 순례를 시작했고, 신밤재터널 입구를 경유해 주천면 호기리 인근에서 일정을 종료할 예정이다.
* 더 자세한 도보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cafe.daum.net/dhcpxnwl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 순례 15일째는 추석 연휴 4일도 반영한 것입니다. 순례 날짜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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